김윤덕·오세훈, 용산공원 합의 또 불발… 대안부지 ‘탄천’ 급부상

김윤덕·吳 2차 회동

김 “오해는 풀어… 서울시 제안 검토”
9월 추가 공급지서 용산 일단 제외

강남권 탄천 부지, 약 41만1028㎡
용산공원 30만㎡ 보다 면적 더 넓어

吳, 1.3만채 청년 주택단지 구상 밝혀
종로·광화문 등 지하철 출퇴근 가능

金 SNS에 “‘용산불가’만 고수 안 돼”
서울시 “정부 주장 내려놓으면 논의”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주택 공급난 해소를 위해 용산공원을 활용하는 문제로 26일 다시 만났지만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 훼손 등으로 공원 기능을 잃은 일부 부지를 활용해 청년·신혼부부를 위한 주택을 공급하자는 정부안에 서울시는 ‘용산공원 본체 부지만큼은 절대 건드려선 안 된다’며 반대했다. 정부도 용산공원 활용 문제는 공론화 단계를 거쳐 결정하겠다며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기류다. 오 시장이 제시한 강남권 탄천물재생센터가 대안으로 떠오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오세훈 서울시장(왼쪽)과 김윤덕 국토부장관이 26일 서울 모처의 한 식당에서 용산공원을 활용한 주택 공급 등 서울 주택 문제를 협의 한 뒤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김 장관과 오 시장은 이날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1시간가량 주택 공급과 관련한 논의를 했다. 두 사람이 용산공원 주택 공급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만난 것은 지난 20일에 이어 두 번째다.

 

정부는 용산공원 내 어린이정원 등 일부 부지를 활용해 청년·신혼부부 주택을 공급하길 원하나 서울시는 역사성과 생태적 가치, 녹지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반대하고 있다.

 

김 장관은 회동 후 브리핑에서 “(용산공원 관련) 의견 접근은 안 되고 있지만 오해는 많이 푼 것 같다”며 “용산공원에 제한적으로 청년·신혼부부용 주택을 건설하려고 한다는 우리의 진심이 좀 전달된 것 같다”고 전했다. 김 장관은 이르면 다음 달 발표할 추가 공급 지역과 관련해서도 “(용산공원은) 처음부터 포함되지 않았다”면서 “‘여기는 되고 여기는 안 된다’ 등 구체적 논의는 안 했다”고 했다.

 

그는 용산공원 개발 시 ‘공론화’ 과정이 필수라고 했다. 정부안을 무리하게 밀어붙이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는 “용산공원은 공론화 결과물로 특별법이 개정돼야 가능하다”며 “그렇다고 해도 서울시나 구청 등 지방정부 협력이 돼야만 가능한 것이고, 이런 과정을 거쳐 진행하는 거라 용산공원이 너무 크게 이슈가 돼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용산공원 일부를 주택 공급지로 활용한다고 해도 노무현정부 시절 제정된 용산공원조성특별법을 개정해야 하고, 이후에도 서울시와 용산구의 협력이 뒷받침돼야 정상적으로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 시장도 서울시청에서 연 브리핑에서 “용산공원만큼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했다. 오 시장은 노후화된 강남구 탄천물재생센터 부지에 청년 주택단지를 포함한 ‘동남권 청년 특화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고, 김 장관도 검토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탄천물재생센터 부지를 활용하면 1만∼1만3000호 공급 물량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해당 부지는 약 41만1028㎡로 정부가 주택공급 가능성을 검토해 온 용산어린이정원(약 30만㎡)보다 크다. 강남권인 데다 지하철 3호선으로 종로·광화문 등 도심권(CBD)으로 출퇴근할 수 있어 선호도가 높을 것으로 평가되는 입지다.

 

오 시장은 브리핑에서 “서울시는 이미 2024년 5월 탄천물재생센터 바로 옆에 붙어 있는 동부도로사업소와 SETEC(세텍) 부지를 포함한 양재천 탄천 합수부 마스터플랜 수립 용역을 완료했다”며 동남권 청년 특화 산업단지 계획을 설명했다.

 

재원 마련 방안도 제시했다. 오 시장은 “서울시 소유 동부도로사업소 부지(약 3조3000억원)와 세텍 부지(2조3000억원)를 매각하면 재원 5조5000억원이 마련된다”며 “이를 활용해 피지컬 인공지능(AI) 특화단지와 청년 주택단지를 조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탄천 동남권 청년 특화단지 부지 서울시가 26일 용산공원 대신 주택공급 부지로 공식 제안한 서울 강남구 탄천물재생센터 및 일대 마루공원 전경.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을 만나 이곳에 주거와 첨단산업을 결합한 ‘동남권 청년 특화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방안을 공식 제안했다. 유희태 기자

오 시장은 ‘다른 부지도 검토하고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는 “검토가 가능하지만 아직 무르익은 단계가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김 장관은 브리핑에서 “(탄천물재생센터 외에) 작은 규모의 부지들도 제안을 받았다”며 “구체적인 자료를 받아본 뒤 판단하겠다”고 했다. 김 장관과 오 시장은 다음 주에 다시 만나 논의를 이어가기로 하고 일정을 협의하기로 했다.

 

용산공원 개발 가능성이 사라진 건 아니다. 김 장관은 회동 후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어떤 경우에도 용산 미군 반환부지 내에 절대 집을 지을 수 없다’는 ‘용산 불가론’만 고수해선 안 된다”며 “청년과 신혼부부 등 서울의 미래를 생각해 열린 자세로 임해주시길 바란다”고 서울시를 비판했다. 반면 서울시는 “정부가 현실 불가능한 용산공원 주장을 내려놓는다면 탄천물재생센터를 비롯한 대체부지와 훼손된 그린벨트 등 서울의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합리적인 방안을 얼마든지 함께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