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경북도 온성 출신인 박지은 광명365지역봉사회 회장은 탈북 후 첫 직장을 구하던 2004년 말 그대로 생존을 위한 읍소를 해야 했다.
“돈 안 받을 테니 3일만 절 써보세요. 밥만 먹여 주세요.”
식당 설거지, 주유소 등 단순노무 일자리조차 구하기 쉽지 않던 때였다. 말투조차 어색한 북한 출신이란 이유였다. 무수한 거절에도 ‘누가 어떻게 생각하든 날 보여주고 인정받겠다’며 계속 문을 두드렸다. 미심쩍어하던 고깃집 사장의 마음은 이틀을 채우기도 전에 달라졌다.
남한 사회 적응은 무척 힘들었다. 혼자라서 막막했고, 사람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몰라 두려웠다. 일자리를 구하려고 하면 업무를 잘할 수 있을지를 묻기에 앞서 고향이 어디냐고 묻는 것에 공포감까지 느꼈다.
그럴수록 오기가 생겼다. 처음 편견의 벽을 넘는 것이 중요했다. 주방 설거지부터 시작해 요리를 배웠고, 사장 부부가 오래 가게를 비워야 할 땐 운영을 맡을 정도로 신임을 얻었다. 안정감을 느끼기 시작했지만 안주하지 않았다. 새벽에는 주유소에서 일하면서 수공예기능 자격증을 준비하고 사회복지학을 공부했다. 꼬박 3년간 하루 4시간도 못 자면서 일했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라 내 일을 하고 싶어서였다. 자격증을 따 한국수공예기능협회 강사로 활동하게 됐고, 그것이 재능기부로 이어졌다.
봉사는 남에게 베푼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스스로가 큰 위로, 에너지를 얻는다고 했다. ‘내 부모에게 반찬을 해드리고, 내 집 마당을 청소한다’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하다 보면 닫혀 있던 상대의 마음도 열리는 경험을 통해서다. 처음엔 냉랭했던 어르신들도 “덕분에 큰 힘이 된다”, “고맙다”며 손을 따뜻하게 잡아줄 때 더없는 보람과 감동을 느낀다고 했다.
박 회장은 봉사활동 등을 인정받아 훈장을 받은 데 대해 “기적이라 생각했는데 주변에서 ‘받을 만한 사람이 받았다’고 반응해 주셔서 더욱 뜻깊다”며 “함께 봉사해 주신 분들과 지역 이웃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기에 책임감도 더 크다”고 말했다. 탈북민에 대한 사회의 편견과 거리감에 대해서는 “북한을 직접 경험하지 않고 말로만 접한 대다수 국민에게 탈북민이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도 인정해야 한다”며 “근거 없는 차별적 언행에는 당당하게 대처해야 하지만, 한 사람의 이웃으로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더 노력할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탈북민들에게는 “처음에는 언어도, 문화도, 낯선 제도도 모든 것이 두렵고 막막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절대 혼자가 아니다”라며 “조급해하지 말고 하나씩 차근차근 익혀나가다 보면 언젠가 우리 사회의 든든한 주역이 돼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