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공소기각률 1.5%… 3대 특검은 31% [심층기획-‘특검공화국’의 그늘]

<3회> 책임은 누구 몫인가

특검, 성과만 급급해 기소 무리수
확정 판결 무죄·기각률 43% 달해
“결과 책임 안져… 기소가 목적 전락”

이재명정부 3대 특검 기소 59건
일부 포함 공소 기각·무죄 18건
법원, 공소권 남용 문제에 제동
2차 종합특검도 9월부터 재판
구속영장 기각률 65% 등 논란
조직 특성상 기소 자체가 목적돼
재판 결과 나올 때쯤 기관도 없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결과 반복

‘1.5%’. 대법원 사법연감에 기록된 지난해 형사사건 1심 공소기각 선고 비율이다. 공소기각은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재판 또는 결정의 형태다. 실체적인 유·무죄를 따지기 전 소송 요건을 검토해 재판을 종결하는 것이다. 주로 수사 과정에서 수사권이 없는 기관이 수사하거나 위법 수사를 한 것으로 판단되는 사건, 이중기소 등 기소 과정에서 문제가 드러난 사건에서 법원이 공소기각을 결정한다. 수치로 드러나듯 흔히 볼 수 있는 결정은 아니다.

이재명정부 출범 직후 동시 가동돼 연말까지 수사한 3대 특별검사팀(내란·김건희·채해병)의 기소 건 중 공소기각이 선고된 경우가 잇따르며 논란이 됐다.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전체 기소 건 중 공소기각이 선고된 사건 비율로 따졌을 때 특검의 공소기각률은 검찰을 훌쩍 웃돈다. 무죄가 선고된 비율 역시 일반적인 형사사건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법원이 특검의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과 일명 ‘기소 지상주의’에 잇달아 제동을 건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6일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에게 제출한 ‘3대 특검팀 기소 사건 공판 현황’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3대 특검팀이 기소한 사건(피고인이 아닌 사건 기준)의 30.5%에서 일부 혐의에 대해서라도 공소기각이나 무죄가 선고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통계에서 확인되는 검찰의 1심 무죄율은 1.1%였고, 공소기각률은 1.5%였다. 여기엔 피고인이 사망하는 등 검사에게 귀책사유가 없는 경우도 포함돼 있다. 각 특검의 기소 사건 수는 내란 특검 23건, 김건희 특검 27건, 채해병 특검 9건으로 총 59건이었다.

 

이 중 일부라도 공소기각이나 무죄가 선고된 건은 내란 특검 8건, 김건희 특검 8건, 채해병 특검 2건으로 18건이었다. 피고인 수로 보면 내란 특검 10명, 김건희 특검 12명, 채해병 특검 2명으로 총 24명(14.2%)에 달했다.

 

판결이 확정된 피고인들로 좁혀 보면 일부 공소기각·무죄 비율은 더 높아진다.

 

대법원 등에서 판결이 최종 확정된 피고인(14명) 중 공소기각 또는 무죄를 받은 비율은 3대 특검팀 평균 42.9%(6명)에 달했다. 김건희 특검의 경우 확정 피고인 12명 중 5명(41.7%), 내란 특검은 2명 중 1명(50.0%)이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처럼 특검 기소 사건의 무죄율과 공소기각률이 비정상적으로 높게 나타난 현상에 대해 “예견된 결과”라는 반응이 나온다. 특검이 수사 성과를 내야 한다는 강박과 여론의 집중 관심 속에서 ‘일단 기소하고 보자’는 식으로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는 분석이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검찰은 기소 사건의 무죄율이 높아지면 인사상 불이익을 받거나 조직 차원의 성찰이 뒤따르지만, 특검팀은 재판 결과가 나올 때쯤이면 이미 해산하고 없기 때문에 아무도 결과에 책임지지 않는다”며 “기관 특성상 기소 자체가 목적이 돼버리는 ‘폐단’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검이 권한 넘어 기소했다”

 

법원은 일부라도 공소기각 혹은 무죄로 판결된 사건에서 특검팀 수사 과정에서의 적법절차 훼손이나 공소권 남용 등 문제를 지적했다.

서울고등법원. 뉴스1

서울고법 형사6-3부(재판장 민달기)는 이날 조영탁 A1모빌소프트(옛 IMS모빌리티·비마이카) 대표 등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등 혐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김건희 특검팀의 항소를 기각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조 대표의 특경법상 배임·외부감사법 위반·증거인멸교사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고 업무상 횡령·배임증재 혐의에 대해선 특검 수사 범위를 벗어난다며 공소를 기각했는데, 이 판단을 유지한 것이다. 조 대표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 일가의 ‘집사’로 불린 김예성씨와 함께 이른바 ‘집사 게이트’에 연루돼 특검 수사를 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특검이 일반 검찰 제도로 다루기에 부적절한 특정한 사건에 관해서만 수사 및 공소제기를 할 수 있는 특수한 지위에 있음을 고려하면, 특검 수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공소사실에 관해 특검의 공소제기 권한이 없음은 논리상 명백하다”며 “공소사실 자체가 특검의 직무 범위를 벗어나 수사 대상이 아니라면 특검이 사건을 다른 수사기관에 이첩하지 않은 채 독자적으로 수사해 공소를 제기한 경우 수사 과정 및 개별 수집 과정이 적법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공소제기는 그 절차를 위반해 효력이 없다”고 강조했다.

 

조 대표와 함께 재판에 넘겨진 민모 오아시스에쿼티파트너스 대표와 김예성씨의 배우자 정모씨, 강모 전 경제지 기자에 대해서도 1심 무죄·공소기각 판결이 그대로 유지됐다.

 

먼저 재판에 넘겨진 김예성씨 역시 1·2심에서 각 혐의에 대해 무죄와 공소기각이 선고됐고, 지난달 대법원에서 이런 판결이 확정됐다.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8부(재판장 김성수)는 “1인이 범한 수개의 범죄를 모두 특검법의 수사대상으로 삼게 되면 그 범위가 무한정 확대돼 특검법의 입법 취지에 반하게 된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특혜 의혹을 수사하던 중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긴 김모 전 국토교통부 서기관은 지난 6월 대법원에서 공소기각이 확정됐다. 이 사건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조형우)는 범행 사실이 특검의 수사대상과 관련성이 없다며 특검이 수사권한을 벗어나 이 사건을 수사하고 기소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특검법이 또 시행되고 있어서 이런 사례가 없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심정으로 공소기각을 판결했다”고 밝혔다.

 

3대 특검팀에 이어 남은 의혹을 수사한 2차 종합특검팀이 기소한 사건들도 다음달부터 줄줄이 재판이 시작된다. 이미 수사 과정에서 무리한 신병확보 시도로 구속영장 기각률이 65%에 달하는 등 논란이 불거진 데다 수사 막바지 무더기 기소를 하면서 재판 성적표가 좋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대법원. 연합뉴스

◆형사보상 문제도… “임명자 책임”

 

특검의 기소로 재판에 넘겨졌다가 무죄나 공소기각이 확정된 피고인들이 향후 국가에 형사보상금을 청구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대법원에 따르면 3대 특검팀에 의해 재판에 넘겨진 뒤 공소기각이나 무죄 선고를 받은 이들 중에 형사보상금을 청구한 이는 아직 없지만, 청구 기한이 무죄 확정을 안 날로부터 3년, 판결 확정일로부터 5년인 만큼 언제든 나올 수 있다. 특검 수사 과정에서 수개월간 구속 수감됐다가 무죄나 공소기각이 확정된 피고인을 기준으로 추산할 경우, 일 최대 5배 가산 적용 시 하루 약 40만원에 달하는 구금보상금과 변호사 선임비 등 재판 비용 보상을 합쳐 1억원 넘는 보상금이 지급될 것으로 보인다. 김재섭 의원은 “특검의 무리한 기소로 결국 국민이 낸 혈세가 낭비되는 셈”이라며 “법치는 결과가 아니라 절차를 지킬 때 완성된다”고 강조했다.

 

특검이 받아든 성적표에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상황을 손봐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특검의 수사 내지 재판 결과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어떻게 보면 (특검 후보를 추천한) 국회의 실패이자 특검 임명권을 가진 대통령의 실패이기 때문에 그들이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 명예교수는 “(대한민국 최초의 특검인) 1999년 옷로비 특검부터 지금까지 특검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며 “(추천·임명권자 등이) 정치적인 책임을 지는 방식으로 운영돼야 특검이 앞으로도 남발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