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 ‘재정 비상’ 부메랑…李에게 “지방소비세 40%로” [오상도의 경기유랑]

‘전(前)전임’ 만나 지방재정 확충 세제 건의…靑 중앙지방회의 참석
지방소비세율 40% 인상·법인세 5% 배분·소방재원 전환 등 제안
750억 기금 차입은 ‘이중잣대’ 논란…“金이 빌리면 빚, 秋는 민생?”
첫 추경서 노인복지용 통합기금 차입…“깊은 수렁에서 나오는 몸부림”
‘유랑(流浪)’은 정처 없이 헤매는 발걸음이 아닙니다. 땅이 전하는 언어를 들으려 걸음을 늦추는 일이자, 사람과 공간이 나누는 다정한 대화입니다. 타성에서 벗어나 경기도라는 넓은 지도 위를 천천히 음미하며 거니는 기록입니다. 길 위에서 건져 올린 고요한 울림과 예리한 시선이 여러분의 일상에도 작은 여유와 깊은 영감이 되길 바랍니다.

 

보수 야권은 여당 소속인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재정 비상’을 선언하자 전임 김동연 전 지사와 전(前)전임 이재명 대통령에게 책임론을 덧씌웠다.

이재명 대통령(오른쪽)이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10회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추미애 경기도지사(가운데)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파장은 이 대통령에게 강하게 미쳤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경기도의 오늘을 보면 대한민국의 내일이 보인다”고 했고, 같은 당 나경원 의원도 “‘경기도 재정 파탄 선언’은 이 대통령이 초래할 대한민국 부도 예언”이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도지사 8년 만에 방만한 재정 운용으로 곳간이 완전히 거덜 났다는 주장이다.

 

급작스러운 부메랑에 청와대와 여당 모두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던 대목이다. 

 

이런 추 지사가 ‘선배 도지사’인 이 대통령을 26일 청와대에서 만났다. 이 자리에서 경기도의 심각한 재정 위기를 토로하며, 지방소비세율을 현행 25.3%에서 40%로 대폭 인상하는 내용의 지방세제 개편안을 건의했다.

 

◆추미애 “지방세제 개편 절실”…반도체 호황 배분 촉구

 

추 지사는 청와대에서 열린 제10회 중앙지방협력회의에 참석해 “도정을 맡은 이후 가장 먼저 마주한 현실은 자체 노력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엄중한 재정 위기였다”며 “복지 수요 증대와 부동산 취득세 의존도가 높은 불안정한 세입 구조로 재정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방주도 성장을 실현하기 위한 3대 세제 개편안을 제안했다. 먼저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7대 3으로 맞추고 세입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방소비세율을 40%로 인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오른쪽)와 나경원 의원. 연합뉴스

아울러 반도체 등 첨단산업 성장에 따른 세수 증대 혜택이 국가와 기초단체에만 귀속되는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국세인 법인세의 5%를 광역단체에 배분하는 제도 신설을 건의했다.

 

올해 말 일몰 예정인 담배소비세분 지방교육세를 소방분 지역자원시설세로 전환해 국가지원이 턱없이 부족한 소방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줄 것도 요구했다.

 

이 대통령의 답변은 지극히 원론적이었다. “중앙과 지방은 국민 삶의 개선을 함께 짊어진 동반자이자 운명 공동체”라며 “긴밀하게 소통하고 협력하면서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하자”고 말했다. 

 

◆“기금 활용 내로남불” vs “재정 수렁 탈출 몸부림”

 

공교롭게도 경기도는 이날 민선 9기 첫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면서 통합재정안정화기금 750억원을 차입하는 것으로 드러나 ‘재정 이중잣대’ 논란에 휩싸였다. 취임 직후 전임 김동연 도정의 기금 활용을 ‘재정 파탄의 주범’으로 지목하며 비판했던 추 지사가 정작 첫 추경부터 동일한 방식으로 기금에 손을 댔다는 지적이 나왔다.

 

도가 도의회에 제출한 제2회 추경안에 따르면 도는 노인장기요양 시설급여 지원(총 996억원)을 위해 통합재정안정화기금에서 750억원을 융자받기로 했다. 차입 조건은 연 2.5% 이율에 2년 거치 후 3년간 원금 균등상환 방식이다. 이는 기금의 자금을 빌려 쓰고 향후 원금과 이자를 갚아야 하는 내부 차입이다.

경기도 채무 비율.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추 지사의 재정 운용 기준에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고준호 전 도의원은 “도민에게 ‘7조원 빚’, ‘재정 비상’, ‘기금 고갈’이라는 강한 표현으로 위기감을 조성했던 추 지사가 취임 후 첫 추경에서 기금을 활용한 건 명백한 이중잣대”라며 “김동연이 빌리면 ‘빚’이고 추미애가 빌리면 ‘민생’이 되느냐”고 직격했다.

 

이어 “불가피하게 기금을 차입해야 했다면, 전임 도정의 기금 활용을 재정 파탄의 상징처럼 몰아붙였던 자신의 주장부터 도민에게 설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구체적 상환 재원과 향후 재정 운용 로드맵까지 모두 공개해야 한다는 취지다.

경기도 광교 청사.

◆빚에 빚을 얹은 재정…체질 개선 ‘진짜 시험대’

 

경기도는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즉각 반박했다. 홍은광 도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이번 차입은 노인장기요양 시설급여 예산을 확보해 도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라며 “누적된 재정 위기라는 깊은 수렁에서 헤어 나오는 몸부림 과정에서 진흙을 묻히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민선 8기 경기도 재정 상황.

앞서 김 전 지사는 민선 8기 시작과 함께 이 대통령이 지사 시절 남긴 2조7000억원 넘는 기금 부채와 기본소득과 관련된 각종 청구서를 물려받았다. 경기 침체와 민생 위기 속에서 그가 택한 길은 확장재정이었다. 기본소득에 기회소득까지 포개며 “지금은 돈을 쓸 때”라고 외쳤지만, 후임자에게 ‘7조원의 빚'’라는 무거운 짐으로 돌아왔다.

 

김 전 지사가 전임자의 유산을 끊어내지 못하고 빚 위에 빚을 얹었듯, 추 지사 역시 비상 선언과 기금 손대기를 반복하는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희망은 없어 보인다. 민선 9기의 지출 구조조정과 체질 개선도 진짜 시험대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