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 7개월만에 1년치 팔았다”…무신사·마뗑킴이 아시아로 가는 법

국내 패션업계의 해외 진출 공식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 중국에 대규모 매장을 내는 방식에서 벗어나 일본에서 온라인으로 고객 데이터를 쌓고 팝업스토어로 반응을 확인한 뒤 상설 매장과 현지 유통망으로 확장하는 방식이 자리 잡고 있다.

 

무신사 제공

대표적인 곳이 무신사다. 지난 5년간 공을 들인 일본 사업이 성장 궤도에 오르면서 중국과 동남아시아까지 영토를 넓히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무신사 글로벌 스토어의 일본 지역 거래액은 약 7개월 만에 지난해 연간 거래액 수준에 도달했다. 지난해 1년 동안 올린 거래 규모를 올해는 5개월가량 앞당겨 달성한 것이다.

 

일본 지역 거래액은 2025년 기준 2023년보다 5배 이상 커졌다. 최근 3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136%에 달한다. 올해 상반기 신규 가입 회원 수와 거래액 역시 전년 동기보다 각각 2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에도 일본 글로벌 스토어 거래액은 전년보다 약 2.4배 증가했다. 일본 47개 도도부현 전역에서 주문이 발생했고, 재구매율은 2023년 대비 약 6배로 뛰었다.

 

무신사가 일본에서 택한 방식은 단순히 한국 상품을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2021년 현지 법인 '무신사 재팬'을 세운 뒤 글로벌 스토어에서 구매 데이터를 축적하고, 도쿄와 오사카 등 핵심 상권에서는 팝업스토어를 열어 고객 반응을 확인했다. 이후 물류와 고객 서비스 등 현지 인프라를 보강하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했다.

 

지난 4월 도쿄에서 17일간 운영한 '2026 무신사 도쿄 팝업스토어'에는 약 7만5000명이 방문했다. 일평균 방문객은 4400여명으로 전년보다 27% 늘었다. 방문객의 70% 이상이 10~20대였다.

 

팝업 기간 글로벌 스토어 일본 신규 회원은 109% 증가했고, 참여 브랜드의 평균 거래액은 직전 달보다 4배 이상 늘었다. 일부 브랜드는 거래액이 10배 넘게 증가했다.

 

특히 방문객이 도쿄와 오사카 등 대도시에 국한되지 않았다는 점이 눈에 띈다. 올해 도쿄 팝업에는 일본 47개 도도부현 전역에서 고객이 방문했다. 지난해 온라인 주문에 이어 오프라인 행사까지 전국 단위로 고객층이 확산된 것이다.

 

무신사의 일본 전략은 입점 브랜드의 오프라인 확장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무신사가 일본 유통을 맡고 있는 마뗑킴이 대표적이다. 마뗑킴은 2024년 무신사와 일본 독점 유통 계약을 맺은 뒤 이듬해 도쿄 시부야 미야시타파크에 일본 첫 공식 매장을 열었다.

 

초반 반응부터 강했다. 개점 첫날 1000명 이상이 방문해 800만엔의 매출을 올렸고, 개점 나흘 동안 방문객은 4000명을 넘어섰다.

 

현재 마뗑킴의 일본 온라인 매출은 전년보다 약 2.6배 증가했고 시부야 매장 누적 방문객은 20만명을 넘어섰다.

 

오프라인 거점도 넓어지고 있다. 마뗑킴 공식 사이트를 보면 일본에서는 도쿄 플래그십과 시부야, 나고야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해외로 범위를 넓히면 홍콩·마카오·대만은 물론 태국 방콕까지 상설 매장이 들어섰다.

 

K패션 브랜드 마르디 메크르디 역시 일본 시장에 상설 매장을 늘리고 있다. 도쿄 다이칸야마에 이어 지난해 7월 오사카 NU차야마치 플러스에 간사이 지역 첫 상설점을 열었다. 현재 일본 공식 사이트에도 다이칸야마와 오사카 점포가 운영 매장으로 등록돼 있다.

 

팝업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인 뒤 상설 매장으로 전환하는 K패션 브랜드가 늘고 있다는 의미다.

 

패션 플랫폼들도 일본을 글로벌 진출의 첫 시험대로 삼고 있다.

 

신세계그룹 계열 패션 플랫폼 W컨셉은 지난해 글로벌몰을 개편하며 일본 시장 공략을 강화했다. 당시 상반기 일본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20% 증가하자 일본어 전용 고객센터를 운영하고 일본 현지 배송업체와 협업하는 등 현지 맞춤 서비스를 확대했다.

 

업계가 일본을 먼저 두드리는 것은 한국과 가깝다는 지리적 이점뿐 아니라 K패션에 대한 인지도가 높은 데다 중국보다 상대적으로 시장 진입 위험을 낮추면서 소비자 반응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온라인 플랫폼에서 어떤 브랜드와 상품이 팔리는지 확인한 뒤 팝업을 열고, 판매 데이터가 쌓이면 현지 유통사나 상설 매장으로 넘어가는 방식은 재고와 초기 투자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무신사의 다음 무대는 중국과 동남아시아다.

 

중국에서는 지난해 현지 법인을 설립한 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동시에 공략하고 있다. 올해 상하이 오프라인 매장은 개점 후 3개월 동안 누적 방문객 100만명을 기록했다.

 

동남아에서는 무신사 스탠다드를 앞세운다. 필리핀과 인도네시아에 이어 베트남에서는 현지 대형 유통기업 IPPG 계열사 ACFC와 독점 유통 계약을 맺었다. 베트남에서는 현지 유통망과 소비자 특성을 활용해 오프라인 사업을 전개할 예정이다.

 

무신사 스탠다드는 이달 처음 개최한 글로벌 수주회에도 일본 조조타운과 중국 티몰을 비롯해 필리핀·인도네시아·베트남·태국 바이어를 불러들였다. 더운 동남아 기후에 맞춘 기능성 소재 제품과 '시티레저' 제품 등에 현지 바이어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업계에서는 K패션의 해외 진출이 '한국에서 뜨면 곧바로 중국으로 간다'는 과거 공식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본다.

 

일본에서 온라인 판매와 팝업으로 수요를 검증하고, 상설점과 현지 물류망을 구축한 뒤 중국과 동남아시아로 확장하는 단계적 전략이 힘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무신사가 일본에서 5년에 걸쳐 만든 유통망과 고객 데이터가 이제 개별 K패션 브랜드를 아시아 시장으로 실어나르는 인프라로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