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올해 개원 42주년과 원주혁신도시 이전 10주년을 맞았다. 1984년 개원한 연구원은 지난 42년 동안 지방자치와 지방행정, 지방재정, 지역균형발전을 연구하며 대한민국 지방자치의 발전과 궤를 같이해 왔다. 그 가운데 지난 10년은 연구원에 또 다른 의미가 있는 시간이었다. 지방행정을 연구하는 국책 연구 기관이 지방의 현장으로 자리를 옮겨 지방의 변화와 현실을 직접 마주하면서 지방의 미래를 연구해 온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10년 동안 지방이 처한 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수도권 일극 집중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으며 저출생·고령화와 청년 인구 유출이 맞물리면서 지방소멸의 위기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좋은 지역 일자리와 교육, 의료, 문화 등 삶의 질 격차도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여기에 인공지능(AI)·디지털 전환과 산업구조 재편까지 빠르게 진행되면서 지역이 풀어야 할 문제는 과거보다 훨씬 복잡해졌다.
그러나 위기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방자치가 부활한 이후 지방정부의 행정 역량은 크게 향상됐으며, 지역마다 자신의 자원과 특성을 활용한 새로운 정책들이 등장하고 있다. 혁신도시 조성을 비롯한 국가균형발전 정책도 수도권에 집중됐던 공공 기능을 지방으로 분산시키고 새로운 지역발전 기반을 조성하는 데 일정한 성과를 거두었다. 혁신도시에는 주거·교육·상업·교통 등 새로운 도시 기반이 형성됐으며, 지역 인재 채용과 기업 유치, 산·학·연·관 협력의 제도적 기반도 마련됐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지역의 자생적인 성장 동력으로 얼마나 이어졌는가 하는 점이다. 우리 연구원이 그동안 수행한 연구에서도 공통적으로 확인되는 사실이 있다. 지역균형성장은 기관이나 시설을 지역에 배치하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역의 산업과 인재, 대학과 기업, 지방정부와 연구 기관이 서로 연결되고 그 안에서 새로운 가치와 일자리가 만들어져야 비로소 지속 가능한 지역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은 원주 이전 이후 이러한 문제에 지속적으로 주목해 왔다. 2020년 ‘지역혁신 강화를 위한 혁신도시 협력체계 구축 방안’ 연구에서는 연구원이 위치한 강원혁신도시를 구체적인 사례로 살펴보았다. 연구 결과, 협의회 구성 및 활동 등 외형적인 협력은 이루어지고 있었지만 기관 간 실질적인 상호 거래와 지역 산업과의 연계는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이전 기관의 핵심 기능과 지역의 기업·대학·연구 기관을 연결하는 개방형 협력 과제를 발굴하고, 중앙 주도의 하향식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의 주체들이 함께 논의하고 결정하는 지역 주도형 혁신 체계로 전환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경남혁신도시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이전 기관의 기능과 지역의 산업적 강점을 연결하여 항공우주·안전·건강바이오 등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단순히 기업이나 기관을 유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방정부와 대학, 연구 기관, 기업이 협력하는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지역균형성장의 또 다른 핵심은 사람이다. 지역에 아무리 많은 시설과 기관이 들어서더라도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떠나고 지역 대학이 쇠퇴한다면 지속 가능한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연구원이 지역의 성장 기반을 뒷받침하는 지역 인재 정책을 지속적으로 연구해 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순히 지역 인재 채용 비율을 높이는 데 머물 것이 아니라 지방정부와 대학, 기관이 함께 지역에 필요한 인재를 육성하고 취업과 정착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최근 경상남도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지역 맞춤형 인재를 육성하고 지역 특화 산업과 연계된 산·학·연·관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구축할 필요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 성과들이 말해주는 방향은 분명하다. 이제 지역균형성장의 정책 목표도 ‘무엇을 지역에 가져올 것인가’에서 ‘지역이 무엇을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있는가’로 전환되어야 한다. 중앙정부의 재원과 사업을 지역에 배분하는 것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균형성장을 이루기 어렵다. 지역이 자신의 산업과 인재, 공간과 자원을 스스로 연결하고, 지역 여건에 맞는 발전 전략을 수립해 실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은 지난 42년 동안 지방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연구해 왔고, 지난 10년 동안 지방의 현장에서 지방의 혁신을 연구해 왔다. 앞으로도 주민 중심·지방 주도·현장 중시의 정책 연구를 통해 지역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해법을 찾고, 지방의 지속 가능성과 대한민국의 균형성장을 연계시키는 일, 그것이 원주 이전 10년과 개원 42주년을 맞은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찾아 나가야 할 길이다.
육동일 한국지방행정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