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SKIET 주주 모두 손해인 분할 후 재합병…주주보호방안 내놔야

SK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이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를 재합병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분할을 통해 분리막 사업을 강화하겠다했지만 지금은 정 반대로 합병해야 사업 강화가 가능하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물적분할→상장→재합병’ 과정에서 SK이노베이션 주주는 분할로 인한 손해를 감수해야 했고 SKIET 주주들은 사업 악화로 인해 흐르는 주가를 감내해야 했다. 증권가는 이번 흡수합병에 따른 기존 주주를 위한 보호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공모주 일반 청약 당시인 지난 2021년 5월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영업부에 관련 안내문이 설치되어 있다. 연합뉴스

 

26일 SK이노베이션은 온라인으로 진행한 합병 설명회를 통해 “(합병으로) 연간 600억원 정도의 절감 효과가 있다”며 “제품 개발과 연구개발(R&D) 역량이 합쳐지고 핵심 고객 중심 마케팅이 진행되면서 추가적인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은 SKIET을 재합병하는 것이 사업 효과가 더 크다는 입장이지만 시장은 회사의 설명과는 정 반대로 반응했다. 이날 SK이노베이션 주가는 전일 대비 11.04% 하락한 11만1200원에 장을 마쳤다. 21조원을 넘던 시가총액 규모도 18조원대로 내려가며 하루만에 2조원 넘게 증발했다. 27일 넥스트레이드(NXT) 프리마켓에서도 SK이노베이션 주가는 전일 종가 대비 0.8% 하락한 11만300원을 기록 중이다.

 

하나증권은 “SKIET 흡수합병에 따른 지분 희석 비율이 2.6%에 불과하고 연결재무제표 상 변화가 크지 않음에도 주가가 11% 급락 마감했다”며 “SKIET의 비지배지분손실 추가 반영, 지난해 8월 주가수익스와프(PRS)계약 관련 차액정산 및 매수청구대금 2000억~3000억원 발생 가능성, SKIET 흑자전환 목표 시점이 2029년으로 제시되며 내년과 내후년에 추가적 손실 및 현급 투입 리스크 확대 가능성 등이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이어 “SKIET 물적분할 시 SK이노베이션의 기존 주주들은 분할 법인에 대한 주식을 받을 권리를 부여 받지 못했다”며 “SKIET 상장에 따른 기업가치 상승 역시 중복 상장 할인에 따라 SK이노베이션 주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던 만큼 기존 주주에 대한 보호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는 물적분할 시 주주보호방안 마련이 필수지만 SK이노베이션이 SKIET을 물적분할할 당시에는 이러한 장치가 없었다. 결국 SK이노베이션 주주들은 물적분할 당시의 손해 및 이번 합병으로 SKIET의 적자를 감당해야하는 손해를 이중으로 부담해야하는 처지다.

 

이번 합병은 SK이노베이션 주주에게도 손해지만 SKIET을 상장 당시부터 투자해온 장기투자자에게도 손해인 구조다. 지난 2021년 SKIET이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 당시 공모가는 10만5000원에 달했지만 최근 주가는 1만원 대(합병 발표 당시 1만5360원)다. SKIET 주가가 공모 당시보다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합병 비율(1 : 0.1174540(SK이노베이션:SKIET)) 역시 SKIET 주주들에겐 불리한 구조다. KB증권은 “합병비율을 보면 SK이노베이션 주주의 손실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LS증권은 “이번 합병이 SK이노베이션을 위한 합병인지, SK이노베이션과 SKIET을 포함한 그룹 전체의 포트폴리오 관점의 의사결정이었는지에 대한 시장 판단이 향후 SK이노베이션 기업가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SK이노베이션 목표주가를 12만6000원, 투자의견은 보유(홀드)로 하향한다”고 말했다. 신한투자증권은 “물적분할 후 재합병에 따른 거버넌스 우려는 불가피하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