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금지지역인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진입을 시도하다가 여권이 무효화 된 활동명 ‘해초’ 김아현 활동가가 외교부와 소송에서 패소했다. 김씨는 외교부의 자의적·편의적 행정을 용인한 판결이라며 반발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강재원)는 27일 김씨가 외교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여권반납 명령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주장하는 행동·이동의 자유도 중요하나, 국민의 일원으로서 김씨의 생명·신체를 보호하려는 국가행정이 정당하다고 보고 외교부 손을 들어줬다. 국민의 생명권은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각종 기본권의 전제인 만큼 이를 보호하고자 한 행정으로서 여권반납 명령의 타당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원고의 인도주의적 신념과 행동의 자유는 존중받아야 하나 국가 또한 헌법 10조에 근거해 국민의 생명, 신체의 안전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며 “안전이 구체적으로 침해될 가능성이 예측된다면 보호 의무를 이행함이 마땅하다”고 판시했다.
김씨는 재판 직후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해되지 않는다. 외교부, 재판부, 한국 정부가 말하는 안전이라는 게 무엇이냐”고 반발했다.
재판을 방청한 정의당 권영국 대표는 “옆집에서 강도, 살인사건이 벌어져 그 문제점을 지적하려 ‘강도야, 살인이야’라고 외쳤는데, 갑자기 고성방가라며 그럴 자유가 없으니 침묵하라는 판결”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학살은 국제적인 문제고, 침략전쟁을 부인하는 대한민국의 헌법 정신에도 위배된다”며 “판결 중 가장 납득되지 않는 부분은 개인의 양심적 행동이 어떻게 국가 안보를 해치냐는 것”이라고 했다.
김씨는 지난해 10월 구호선단을 타고 여행금지지역인 가자지구로 가다가 이스라엘군에 배가 나포돼 현지 교도소에 수감된 뒤 이틀 만에 풀려났다. 외교부가 여권반납을 명령했으나, 이를 송달받기 전인 올 3월 재항해를 위해 출국해 여권이 무효가 되자 소송을 냈다. 여권법상 반납 명령을 수용하지 않으면 효력이 자동 상실된다.
김씨는 해당 여권법 조항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도 냈으나 올 5월 헌법재판소 사전심사에서 각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