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군산시청이 또다시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을 받으면서 지방행정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개별 사건의 위법 여부와 책임 소재는 수사와 재판을 통해 가려지겠지만, 시 행정 수행과 관련한 압수수색과 수사가 거의 해마다 반복되면서 공정성과 내부 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군산경찰서는 27일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1시20분까지 3시간50여분간 기간제 근로자 피복비 지급 과정에서 대금이 부풀려졌다는 의혹과 관련해 관련 자료 등을 확보하기 위해 군산시청 산림녹지과 등을 압수수색을 했다.
경찰은 이날 압수 물품을 분석해 관련 의혹을 규명할 계획이며, 구체적인 혐의 내용에 대해서는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말을 아끼고 있다.
경찰은 지난 4월 ‘산불감시원 피복비 지급 과정에서 대금을 부풀리는 일이 있었다’는 내용의 진정을 접수하고 수사를 진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번 압수수색이 군산시청을 둘러싼 최근의 사정기관 수사와 별개의 단발성 사건으로만 보기 어렵다는 데 있다.
군산시청은 앞서 지난해 1월에도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과 관련해 서울북부지검 국가재정범죄합동수사단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검찰은 군산시가 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에서 특정 업체에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새만금에너지과에서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2023년 7월에도 검찰이 군산시청 시장실과 부속실, 새만금에너지과, 군산시민발전주식회사 및 관련 시공사 등을 대상으로 동시다발적인 압수수색을 벌였다.
이런 수사를 통해 사업 수주와 관련한 청탁 명목으로 돈을 받은 혐의로 전직 국회의원 보좌관 등이 기소돼 실형을 선고받는 등 관련 비위가 사법처리로 이어졌다. 다만, 당시 특혜 의혹으로 수사를 받은 강임준 전 군산시장은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검찰의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 특정 사건의 수사 대상에 올랐다는 사실만으로 군산시나 관련 공직자의 범죄가 확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 것이지만 외부의 시선을 곱지 않고 우려도 크다.
앞서 군산시청은 2024년 6월에도 전북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경찰은 당시 군산시 농업기술센터 동물정책과에서 사업 관련 자료와 공무원들의 휴대전화 등을 확보했다. 이는 국민권익위원회가 2020년 축사환경개선 사업 등과 관련해 공무원들이 관련 업체로부터 식사와 금품을 제공받았다는 의혹을 경찰에 고발한 데 따른 수사였다.
이처럼 군산시청을 상대로 한 압수수색이 신재생에너지와 농업 사업, 이번 산림녹지과 근로자 피복비 부풀리기 의혹까지 이어지면서 시민들이 느끼는 행정에 대한 피로감과 의구심도 커질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지역 소멸과 인구 유출, 지역경제 침체라는 삼중고를 겪고 있는 지방 도시에서 행정에 대한 신뢰는 단순한 이미지의 문제가 아니다. 기업의 투자와 주민의 정착, 정책 참여를 끌어내는 가장 기본적인 사회적 자산이기 때문이다.
군산은 새만금과 항만·산업단지를 중심으로 대규모 투자와 산업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지역의 미래 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해서는 막대한 재정 투입과 각종 인허가, 보조금, 공공사업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행정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가 흔들리면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추진 동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물론 압수수색 자체를 행정의 부패나 비리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수사기관의 수사는 의혹을 확인하고 사실 관계를 규명하기 위한 절차이며, 이번 기간제 근로자 피복비 사건 역시 구체적인 위법 여부가 수사를 통해 확인돼야 한다.
그러나, 수사 결과와 별개로 지방정부가 반복되는 의혹과 압수수색을 행정 시스템 개선의 신호로 받아들일 필요는 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각종 사업의 계약과 보조금 지급, 업체 선정 과정에서 담당 공무원 개인의 판단에 의존하는 영역을 줄이고 객관적인 기준과 기록을 남기는 시스템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조승현 전북대학교 사회과학대 교수(행정학과)는 “이해관계가 있는 공직자의 사전 신고와 업무 배제,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심사, 계약 과정의 공개 확대 등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조 교수는 특히 “주민 생활과 직결되는 소규모 사업이라도 예외가 돼서는 안 된다”며 “이번 피복비 의혹처럼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사업에서부터 행정의 투명성과 내부 통제를 촘촘하게 구축해야 대형 사업에서도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감사 기능의 독립성과 실효성을 높이고, 내부 공익신고와 부패 신고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문제가 발생한 뒤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을 통해 드러내는 방식에서 벗어나 행정 내부에서 먼저 이상 징후를 찾아내고 바로잡는 예방형 감사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군산시 역시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를 기다리는 데 그치지 말고, 최근 수년간 압수수색이 반복된 사업 분야를 대상으로 자체적인 제도 점검에 나설 필요가 있다. 비슷한 의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사업 단계별 통제장치와 이해충돌 방지책, 계약·보조금 집행 절차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이 없는 행정만은 아니다. 의혹이 발생했을 때 투명하게 설명하고, 문제가 확인되면 책임을 묻고, 같은 문제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바꾸는 행정이다.
지역 소멸의 위기 속에서 군산이 산업과 인구의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해서는 행정의 속도만큼이나 행정의 신뢰를 높이는 일이 중요하다. 반복되는 압수수색을 단순히 개별 사건으로 넘길 것이 아니라 군산시 행정 전반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