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0명만 취소하면 끝인가”…천안시체육회 이봉주마라톤 운영, 연맹 선거관리 부실까지 ‘총체적 난맥상’

공식 접수 외 이메일로 1140명 등록…“대행사 실수” 해명에도 책임 주체 불분명
지난해 5000명 모집에 6000여명 참가…2년 연속 정원·접수 관리 논란
육상연맹 운영·회장 선거관리 의혹까지 제기…“대회 시스템 전반 점검해야”
체육회 운영비·대회 보조금 지원 천안시는 조사 대신 입장문 검토 논란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의 이름을 내건 천안 이봉주마라톤대회가 단순한 참가 접수 혼선을 넘어 대회 운영과 체육단체 관리 전반의 난맥상을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천안 달리기 모임 ‘RPM’ 김정식 동호회장이 27일 천안시청 브리핑실에서 천안이봉주마라톤대회 단체 특혜접수와 육상연맹 회장 부정의혹을 폭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올해 대회에서 공식 접수 방식과 다른 이메일을 통해 1140명의 참가 신청이 접수돼 실제 등록까지 진행된 데 이어, 지난해에는 모집 정원을 1000명 이상 초과한 참가자들이 대회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 최근 마라톤 동호회 관계자가 27일 두 번째 기자회견을 열어 천안시육상연맹의 운영과 회장 선거관리 문제까지 제기하면서 논란의 범위가 이봉주마라톤대회 참가 접수를 넘어 천안지역 체육행정과 관리 시스템 전반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2022년 11월 시작된 제1회 천안이봉주마라톤대회.

이번 사태의 출발점은 이봉주마라톤대회 1140명 비밀통로 특혜 접수다.

 

천안시체육회는 제5회 천안 이봉주마라톤대회를 앞두고 개인과 단체 참가자 모두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접수한다고 공지했다. 별도의 단체 이메일 접수는 받지 않는다는 공식 발표였다. 그러나 공식 접수가 시작된 지난달 31일 또는 그 이전에 동호회나 단체로부터 1140명의 단체참가 신청이 이메일을 통해 대회운영 주최측이나 관계자에게 전달됐고 운영대행사는 이를 실제 참가 신청으로 등록했다.

 

천안시체육회는 이후 이 사실을 확인한 뒤 공식 절차와 다른 방식으로 접수된 1140명을 모두 취소하고 환불 조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체육회가 내놓은 해명은 ‘전년도 접수 방식에 대한 착오’와 ‘접수 당일 서버 폭주’였다.

 

지난해까지는 단체 참가자의 경우 홈페이지에서 양식을 내려받아 이메일로 신청할 수 있었지만, 올해부터는 개인과 단체 모두 홈페이지를 통해 접수하도록 방식이 변경됐다는 것이다. 일부 단체가 이를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메일을 보냈고, 접수 당일 홈페이지 접속이 지연되는 과정에서 운영대행사 일부 직원이 이메일 접수를 안내했다는 설명이다.

 

제1회 대회 당시 희귀난치병을 앓고 있던 이봉주 선수가 자신의 이름을 딴 대회가 고향에서 만들어지자 행사에서 토크쇼에 참석했다.

하지만 논란의 핵심은 ‘왜 이메일을 보냈느냐’가 아니라 왜 공식 공지와 다른 신청을 1140명 규모로 실제 등록까지 했느냐에 있다.

 

앞서 체육회 관계자는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접수 당일 민원 전화가 폭주하는 과정에서 일부 운영대행사 직원이 단체 접수 문의에 이메일로 보내달라고 안내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대회 홈페이지의 공식 접수 기준을 운영대행사 역시 알고 있었음에도 일부 직원의 안내로 별도 이메일 접수가 이뤄졌고, 그 신청이 다시 실제 등록까지 진행됐다는 것이다. 직원의 실수로 단체접수 이메일을 받았더라도 홈페이지 선착순 접수가 이뤄지면 추가등록을 할 수 없는 시스템인데,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해명이다.

 

문제는 1140명에 이르는 대규모 신청이 처리되는 동안 주최 측의 관리·감독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느냐는 점이다.

 

더구나 지난해 대회에서도 참가자 관리 문제가 있었다.

 

제4회 천안 이봉주마라톤대회는 당초 약 5000명 규모로 참가자를 모집했지만 실제 대회에는 6000여명의 마라토너가 참가했다. 체육회는 당시 접수 마감 시점에 홈페이지에 접속해 신청을 진행하던 인원까지 등록하면서 모집 규모를 초과했다고 설명했다.

 

제1회 대회는 행사준비기간이 매우 짧았지만 이봉주 선수를 응원하자는 시민들의 의지가 모아져 첫 대회임에도 참석열기가 뜨거웠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지난해에는 정원을 넘겨 참가자를 등록했고, 올해는 단체접수를 별도로 받지 않는다고 공지한 뒤에도 1140명의 이메일 신청이 등록되는 등 2년 연속 접수와 정원 관리에 문제가 발생했다.

 

이번 두 번째 기자회견에서는 논란이 대회 접수를 넘어 천안시육상연맹 운영과 회장 선거관리 문제로까지 번졌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육상연맹의 운영 과정과 선거관리의 공정성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며 대회와 연맹을 포함한 체육행정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이번 사태를 단순히 ‘운영대행사의 실수’나 ‘서버 폭주’로 정리할 수 있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천안시의 대응도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천안시는 천안시체육회에 인건비와 운영예산을 지원하고 있으며, 이봉주마라톤대회에도 시민 세금이 보조금으로 투입되고 있다. 공공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에서 참가자 접수 공정성과 운영 관리에 연이어 문제가 제기됐다면, 보조사업 관리기관인 천안시가 자체적인 사실 확인과 관리·감독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천안시는 논란의 경위와 책임 소재에 대한 별도의 조사나 공식 입장을 적극적으로 내놓기보다 천안시체육회의 사과문과 입장문을 검토하는 데 관여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관리·감독기관이 문제의 원인을 따져 책임을 묻기보다 체육회의 해명과 입장을 다듬어 주는 모습으로 비칠 경우 ‘비호 행정’이라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제1회 대회에서 천안·아산지역 대학교 동아리 회원들이 참가자들을 위해 스포츠마사지 자원봉사를 펼치는 모습. 

이봉주마라톤대회는 단순한 민간 마라톤 행사가 아니다.

 

2021년 희귀 난치병으로 투병하던 천안 출신 이봉주의 쾌유를 기원하며 천안시체육회와 시민들이 힘을 모아 대회를 만들자는 데서 출발했고, 2022년 첫 대회가 열렸다. 시민들의 응원과 공공예산이 결합된 대회라는 점에서 운영의 공정성과 투명성은 더욱 엄격하게 관리될 필요가 있다.

 

결국 이번 논란의 핵심은 1140명을 취소했느냐가 아니다.

 

누가 공식 절차와 다른 이메일 접수를 안내했고, 왜 1140명의 신청이 실제 등록까지 진행됐는지, 지난해 정원 초과는 어떤 관리 과정에서 발생했는지, 육상연맹의 운영과 선거관리 문제 제기는 사실인지, 그리고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천안시는 무엇을 했는지를 확인하는 일이다.

 

‘국민 마라토너’의 이름을 내건 대회가 오히려 접수 특혜와 운영 부실 논란의 상징이 돼서는 안 된다. 이번 사태를 사과문과 1140명 취소로 마무리할 것이 아니라 대회 운영부터 보조금 관리, 체육단체 운영까지 객관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