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들의 압박에 직면한 대기업들이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있다. 각종 리스크와 주가 하락 책임론 등 각 그룹사의 ‘아킬레스건’을 선제적으로 방어하겠다는 움직임이다. 특히 다음 달 시행되는 ‘제2차 상법 개정안’으로 소액주주들의 이사회 입성 가능성이 커지면서 재계 긴장감도 고조되는 분위기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 LG, 한화, 롯데는 이사회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발 빠르게 이사회를 개편하고 있다.
최근 승계를 위한 사업재편을 마무리한 한화는 ㈜한화와 한화솔루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계열사 이사회의 50% 이상을 독립이사로 구성했다. 100% 외부 전문가 수혈을 원칙으로 삼고, 공정성을 더하기 위해 6년을 초과하는 장기 재직 독립이사의 연임을 금지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상법상 독립이사 선임 의무가 없는 비상장사인 한화에너지도 독립이사 2인을 이사회에 포함했다.
실적 둔화와 재무 부담 리스크에서 벗어나고 있는 롯데그룹 역시 독립이사가 주도하는 독립이사후보추천위원회와 투명경영위원회, ESG위원회를 통해 독립이사의 권한을 강화했다.
재계가 이처럼 독립이사의 권한을 강화하는 등 이사회 개편에 적극 나선 이유는 상법 개정안으로 이사의 충실의무가 확대되면서 소액주주들로부터 배임이나 손해배상 소송을 당할 위험이 커졌기 때문이다. 자칫하다 기업 전체로 불길이 번지지 않도록 이사회 결정의 정당성을 법적으로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다음 달 10일부터 대기업에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는 제2차 상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소액주주들의 이사회 입성 가능성이 높아진 것도 기업을 긴장하게 하는 대목이다. 집중투표제는 기업이 2명 이상의 이사를 선출할 때, 주식 1주당 선임할 이사 수만큼의 투표권(의결권)을 주주가 원하는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게 한 제도다.
이상호 한국경제인협회 경제본부장은 “기업 지배구조의 유연성과 자율성을 지나치게 제약할 경우 자칫 적극적인 경영이나 과감한 투자 결정에 큰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며 “기업 지배구조에는 획일적인 정답이 없는 것이 정답인 만큼 각 기업의 상황에 맞게 유연하고 균형감 있는 제도 설계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