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정부 시절 감사원이 통계·서해감사를 벌이면서 피감기관 공무원들에게 폭언과 인격모독을 일삼고, 육아휴직자를 반복적으로 심야 조사하는 등 강압감사를 벌인 사실이 감사원 자체 감찰에서 확인됐다. 피감사자가 하지 않은 진술을 문답서에 기재하거나 다른 사람의 진술을 옮겨 적고, 감사와 무관한 개인정보까지 디지털포렌식으로 수집·보관한 사실도 드러났다. 감사원 스스로 ‘강압감사·증거조작·사생활 보호 및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침해 등 심각한 감사권 남용’이 있었다고 인정한 것이다.
감사원은 27일 내부감찰 결과를 공개하고 최재해 전 감사원장과 유병호 감사위원(전 사무총장), 최달영 전 사무총장, 전현직 국장급 7명 등 총 10명에 대한 수사참고자료를 국가수사본부에 보냈다고 밝혔다. 통계감사에 관여한 국장 1명 등 10명에 대해서는 파면·해임 등 중징계 의결을 감사위원회에 요구했다. 서해감사에 관여한 국장 2명 등 12명은 징계시효가 지나 서면경고 조치했다.
감사원이 과거 자신이 수행한 감사를 다시 들여다본 적은 있지만, 자체 감찰을 통해 감사관들의 조사 방식과 문답서 작성, 디지털포렌식 등 구체적인 감사 행태의 위법·부당성을 이처럼 공개하고 전직 감사원장을 비롯한 당시 지휘부 관련 자료까지 수사기관에 넘긴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
육아휴직자에 대한 심야조사도 반복됐다. 감사팀은 제주에서 생후 6개월 자녀를 돌보던 피감사자를 세종으로 불러 6차례 심야조사했고 대부분 자정을 넘겼다. 최장 조사시간은 20시간에 달했다. 아침부터 조사하면서 “저녁에 치킨 시켜 먹자”고 말해 실제 자정을 넘겨 야식을 먹으며 조사를 이어간 사례도 있었다. 기저질환을 이유로 조사 종료를 요청한 다른 국토부 직원에게도 3차례 심야조사가 계속됐다.
디지털포렌식 과정에서도 자발적 동의 원칙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감사팀은 휴대전화 제출을 거부한 피감사자에게 “신상 문제가 없으려면 협조하라”, “빈방 가서 생각해봐라”고 압박했다. 한 직원은 빈방에서 수첩에 ‘참을 인(忍)’ 자를 30∼40분간 쓰다가 결국 휴대전화 제출에 동의했다. 포렌식 참관을 부당하게 제한하고 감사와 무관한 개인정보와 문자메시지까지 수집·보관한 뒤 피감사자 15명의 동의 없이 관련 자료를 검찰에 넘겨 수사의뢰한 사실도 확인됐다.
서해감사에서도 유사한 행태가 반복됐다. 피감사자가 변호인을 선임하자 “죄라고 생각하는 게 많은가 보다”라고 말하고, 자신의 행위를 ‘공익적 차원’이었다고 설명하자 “재밌는 분이네요. 우리는 뭐가 돼요”라고 응수했다. 조사 녹음을 요구한 피감사자에게는 “좋지 않을 텐데요”라며 취소를 유도했다.
감사원은 “강압감사, 증거조작, 사생활 보호 및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침해 등 감사권 남용이 심각하게 발생한 데 대해 매우 위중하게 인식한다”고 밝혔다. 이어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정비와 직원 교육에 즉시 착수하겠다고 했다. 이번 감찰은 국회 국정조사특위에서 제기된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구성된 감사원 ‘국조특위 후속조치 태스크포스(TF)’가 실시했다. TF 감찰을 받은 일부 직원들은 입장문을 내고 강압감사는 없었다고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