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금리 인상기에 들어서자마자 이례적으로 기준금리를 두 차례 연속 인상한 데에는 물가 오름세에 선제 대응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깔려 있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이를 ‘호미로 막는 정책’으로 표현했다. 그만큼 반도체 수출과 소득 여건 개선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이 장기간 계속될 것으로 판단했다. 한은은 이번 인상의 효과를 점검하며 향후 ‘완만한 금리 인상세’를 이어갈 방침이다.
27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연 3.00%로 결정한 것은 다소 ‘깜짝 소식’으로 받아들여졌다. 직전까지도 시장에서는 ‘인상’과 ‘동결’ 전망이 팽팽히 갈렸다.
신 총재는 이날 인상 결정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가 오름세에 대한 판단이었다”고 밝혔다. 한은은 반도체 수출 호조가 소득을 밀어 올려 수요 증대로 이어지는 흐름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통화정책 판단의 한 축인 금융안정에도 무게를 뒀다. 신 총재는 “9월에 장기 평균을 초과하는 금융취약성지수(FVI)가 나올 것”이라며 “상당히 깊은 우려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FVI는 1997년 2분기를 100으로 두고 측정하는데 이 수치가 높아지면 금융 불안정이 실물 경제로 전이될 위험이 있다. 신 총재는 “금리가 특효약은 아니지만 금리가 오르면 대체적으로 FVI가 내려간다”고 밝혔다.
한은이 ‘백투백’(연속 인상)을 결정함에 따라 향후 금리 인상의 속도와 폭은 완급을 조절할 전망이다. 이날 공개된 점도표에서 전체 21개 점 중 6개월 후 기준금리를 연 3.25%로 예상한 점은 10개, 3.50%는 6개였다. 나머지 5개는 3.00%를 택했다. 점도표는 신 총재를 포함한 금통위원 7명이 6개월 후 예상 금리를 각자 3개씩 찍어서 작성한다. 신 총재는 “(점도표) 중간치가 3.25%니까 완만한 인상세를 지금 예상하고 있다”며 “이번에 연거푸 두 번 인상했기 때문에 그 효과도 점검해야 되고 선제적으로 조기 대응했기에 그만큼 기대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이날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3.3%, 내년 전망치는 2.9%로 상향했다. 올해 3분기에는 그간 성장에 따른 기저효과로 전기 대비 0.3%, 4분기에는 0.5%의 양호한 성장을 예상했다. 내년에는 반도체 경기 확장세가 다른 부문에 본격 파급되면서 1분기 1.0%, 2분기 0.8% 성장할 것으로 봤다.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사상 최대인 4500억달러로 예상했다. 이는 종전 최대치인 지난해 1231억달러의 약 3.7배이자 5월 전망치(2500억달러)를 훌쩍 웃도는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