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부터 지난해까지 세계 남자테니스는 ‘빅2’라 불리는 카를로스 알카라스(23·스페인)와 얀니크 신네르(25·이탈리아)가 양분했다. 2년간 메이저 대회 우승 트로피 8개의 향방만 봐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알카라스가 2024~2025 프랑스오픈, 2024 윔블던, 2025 US오픈 우승을 차지했고, 신네르가 2024∼2025 호주오픈, 2024 US오픈, 2025 윔블던 왕좌를 거머쥐었다. ‘알카라스 아니면 신네르’라는 것이 세계 남자테니스를 지배하는 새로운 공식이었다.
올해 첫 메이저 대회인 호주오픈까지만 해도 한 발 앞서 나간 건 알카라스였다. 신네르가 4강에서 탈락해 3연패에 실패한 반면 알카라스는 생애 첫 호주오픈 우승을 통해 ‘커리어 그랜드슬램’(4대 그랜드 슬램 대회에서 각각 1번 이상 우승하는 것)을 달성해냈다. 세계랭킹 1위도 당연히 알카라스의 몫이었다.
그러나 알카라스는 부상에 쓰러졌다. 지난 4월 바르셀로나 오픈에서 오른쪽 손목 부상을 당한 뒤 4개월 이상 개점휴업에 들어갔다. 3연패와 2연패를 노렸던 프랑스오픈과 윔블던도 눈물을 머금고 건너뛸 수밖에 없었다.
알카라스가 3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올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US오픈을 통해 4개월 만에 복귀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전 세계 테니스 팬들은 다시 한 번 알카라스와 신네르의 ‘진검 승부’를 기대했다.
그러나 알카라스가 복귀 소식을 알린 지 하루 만에 신네르의 US오픈 불참이 전해졌다. 신네르는 오른쪽 무릎 부상을 이유로 US오픈 출전을 포기했다.
이제 US오픈의 모든 관심은 4개월 만에 코트에 복귀한 알카라스가 경쟁자 신네르의 이탈을 틈타 단숨에 US오픈 정상에 서느냐에 쏠리고 있다. 미국의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은 신네르가 부상으로 쓰러지면서 알카라스가 US오픈의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로 떠올랐다고 전망했다.
물론 4개월간의 실전 공백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게다가 공식 복귀전을 메이저 대회로 치른다는 건 큰 부담이 될 수 있으며 뉴욕의 더위와 습도, 공 스피드가 가장 빠른 하드 코트에서 반복되는 강한 충격은 손목 부상을 앓았던 알카라스에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5세트로 진행되는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까지는 무려 7경기를 치러야 하는데, 알카라스가 이러한 강행군을 이겨낼 수 있는 체력이 갖춰져 있는지도 의문이다.
그럼에도 알카라스의 우승을 점치는 이들은 5세트 경기가 치러지는 메이저 대회가 알카라스에게 도움이 된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초반 라운드를 거치면서 무뎌진 경기 감각을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US오픈은 알카라스가 생애 첫 메이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대회인 데다 지난해 우승을 차지한 ‘디펜딩 챔피언’이다. 그만큼 US오픈에서 유독 강한 면모를 보였다는 점도 알카라스에겐 플러스 요소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알카라스가 이번 US오픈을 거머쥔다면 다양한 기록을 세울 수 있다. US오픈 남자 단식에서 2연패에 성공한 건 2004년부터 2008년까지 5연패를 달성한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은퇴)가 마지막이다. 이후엔 매년 우승자의 면면이 바뀌었다. 여기에 US오픈의 전초전으로 일컬어지는 캐나다 오픈이나 신시내티 마스터스에 출전하지 않고 곧바로 US오픈을 우승한 최초의 선수가 될 수 있다.
알카라스는 4년 만에 US오픈 코트에 복귀한 ‘테니스 여제’ 세리나 윌리엄스와 혼합 복식에 출전하며 4개월 만의 코트 복귀 신고식을 치렀다. US오픈은 화제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부터 단식 톱 랭커들을 끌어들여 혼합 복식을 이틀간 16개 조가 겨루는 방식으로 개편했다.
알카라스와 세리나는 8강에서 탈락했지만, 가장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혼합 복식 경기를 통해 복귀를 알린 알카라스가 긴 부상 공백을 딛고 US오픈 남자 단식을 제패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