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문은 ‘마지막 물기 한 방울까지 짜낸 메마른 문장’이라고 한다. 단 한 글자의 실수도, 오독(誤讀)도 용납되지 않는다. 한 문장이 너무 긴 것으로 악명이 높다. ‘원고 소송대리인은 …이라는 판결을 요청하였고, 그 청구의 원인으로써 …이라고 진술하고, 피고의 답변에 대해서 …이라고 이야기하여, 그 입증으로써…’ 하는 식이다. 여기에 최고(催告·촉구), 해태(懈怠·제때 하지 않음), ‘불상(알 수 없는)’ 등 법률용어가 많이 들어간다. 잘 읽히지 않고 이해하기도 어렵다. 특히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는 장애인들에겐 판결문의 벽이 더욱 높을 수밖에 없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취임 후 사법부 최우선 현안으로 고질적인 재판 지연 해소를 꼽았다. 그래서 해법 중 하나로 어렵고 긴 판결문을 간결하고 이해하기 쉽게 작성하라고 지시했다. 판결문을 길고 자세하게 쓰는 관행 탓에 사건 처리가 늦어지고 업무에 지친 판사들이 기존 판결문을 참고하면서 어려운 법률용어가 고쳐지지 않는다고 봐서다. 대법원은 올해 한발 더 나아가 ‘발달장애인 등 취약계층에 쉽게 쓴 판결문을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의 예규를 만들었다. ‘이해하기 쉬운(이지 리드·Easy-Read) 판결문’의 핵심은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는 단어와 문장을 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