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눈’ 되어… 33년간 ‘동행의 가치’ 실천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기념식

1호 ‘바다’ 이후 총 320두 분양
올 ‘노루’ 등 안내견 7두 ‘새 삶’
은퇴견 4두는 봉사자 품으로

“노루를 처음 만났을 때 내 옆에서 같이 걸어줄 든든한 친구가 생겼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노루의 뒤에도 안내견학교 훈련사, 퍼피워커 등 많은 분이 함께 있다고 생각하니 앞으로 더 용기를 내 한 걸음을 내디딜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노루야, 나에게 와줘서 고마워.”

27일 경기 용인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에서 열린 33주년 기념식에서 신규 안내견 노루와 파트너로서 연을 맺은 김홍기씨는 “안내견이라는 이름의 행복을 시각장애인들에게 선물해주셔서 감사하다”며 이 같은 소감을 전했다. 이날 노루를 비롯한 7두가 안내견으로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일곱 번째 안내견 단밤이를 파트너로 맞은 이병하씨도 “여러분들 덕분에 자부심을 갖고 훌륭히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시각장애인이 됐다”며 감사한 마음을 표했다. 신입 안내견 분양과 함께 임무를 마친 은퇴견 4두는 이날 여생을 함께할 홈케어 봉사자 품에 안겼다.

27일 경기 용인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에서 열린 33주년 기념식에서 신입 안내견과 파트너,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뒷줄 왼쪽부터 차전경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국장, 김소현 해마루 반려동물 의료 재단 이사장, 김호연 강남대 교수, 오상훈 삼성화재 노동조합 위원장,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 이문화 삼성화재 사장, 박진회 삼성화재 이사회 의장, 성영훈 삼성화재 독립이사, 홍광흠 삼성화재 리본노동조합 회장, 박태진 삼성화재 안내견 학교장. 삼성화재 제공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는 기업이 운영하는 세계 최초이자 유일한 안내견학교다.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1993년 ‘신경영’을 선언한 후 설립됐다.



이 전 회장은 미발간 에세이 ‘작은 것들과의 대화’에서 “삼성이 개를 길러 장애인들의 복지를 개선하거나 사람들의 심성을 바꿔보려고 노력하는 이유는, 이런 노력이 사회 전체로 퍼져나감으로써 우리 국민 전체의 의식이 한 수준 높아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며 안내견 사업에 대한 애착과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전 회장의 혜안과 의지가 담긴 안내견학교는 1994년 첫 번째 안내견 ‘바다’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총 320두의 안내견을 분양했다. 안내견은 생후 약 7주가 되면 자원봉사자 가정에 위탁돼 1년간 사회화 교육을 받는 ‘퍼피워킹’ 과정을 거친다. 이를 마친 강아지는 안내견학교에서 적합성 평가, 전문훈련을 받고 2세부터 본격적인 안내견으로서 삶을 시작한다. 보통 9∼10세에 은퇴한 후엔 자원봉사자 가정으로 위탁되거나 안내견학교로 돌아와 ‘견생 2막’을 산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수명이 짧다는 오해가 있지만, 안내견의 평균 수명은 13.9세로 일반 리트리버보다 오히려 약 1년 더 길다.

이문화 삼성화재 사장은 “안내견 사업은 단순한 사회공헌 활동이 아니라 시각장애인의 삶과 함께하며 우리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일”이라며 “훈련사와 자원봉사 가정, 정부·국회 등 우리 사회 모두의 관심과 헌신으로 이어온 동행의 가치를 앞으로도 변함없이 이어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