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폭염·홍수 등 기후재난이 일상화하면서 기업 위주로 추진되는 기후위기 대응의 축을 일반시민·지역사회로 확장시켜야 한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다. 지역사회의 탄소감축 노력이 경제적·사회적 가치 창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제도를 고도화하고 지역화폐 등 적절한 보상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하진 SDX재단 이사장은 2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세계일보 ‘2026 세계기후환경포럼’에서 “우리가 앞으로 줄여야 할 탄소배출량이 100이라면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로 줄일 수 있는 양은 절반밖에 안 된다”며 “나머지 50%는 별도의 거버넌스도, 행동 규칙도, 방법론도 없다. 우리 개인이나 중소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감축을 이뤄내야 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전 이사장은 시민 개개인이 이뤄낸 소량의 탄소 감축분에 가치를 부여해 기후행동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간 주체의 기후행동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이미 각 지방정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시민참여 탄소감축 제도’의 평가 방식을 고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지역사회·기업도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시민사회의 기후행동이 기업 환경·사회·지배구조(ESG)와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와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측정·보고·검증(MRV)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서욱 에코나인(ECONINE) 대표는 “기업이 지역의 기후행동을 이끌어낸 뒤 ESG 성과로 인정을 받으려면 세 가지가 필요하다”며 “탄소 감축 활동이 실제로 있었다는 증거, 그 활동이 만든 환경적·사회적 가치에 대한 설명, 그리고 이를 상쇄·기여·후원·공급망 관리 중 어떤 부문으로 분류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서 대표는 “농민과 주민에게 연구자 수준의 조사와 보고를 요구하면 참여가 끊길 수밖에 없다. 활동 기록, 위치, 사진, 기본 생태지표, 지역 단위모니터링에서 시작해 신뢰 수준을 단계적으로 높여야 한다”며 “결국 현장이 감당할 수 있는 측정·보고·검증 시스템이 필요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지역사회에서 누가, 어디서, 어떤 기후행동을 했는지 파악하기 위한 별도의 등록 시스템이 필요하고, 이후 기업이 (정부 등에) 보고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소규모 농가 등은 정부 등이 요구하는 객관적인 탄소감축 검증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금창영 홍성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농업 분야에서 탄소 감축 검증과 인증은 너무도 익숙한 단어”라면서도 “그럼에도 (정부 등이 요구하는 탄소감축 방식·체계에) 맞출 수 있는 곳이 주로 사업을 수행했고, 그 외 다른 곳은 엄두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예컨대 최근 농림축산식품부 탄소중립프로그램이 시행되고 있다. 중간물떼기를 하고, 논물 얕게대기를 하면 지원금을 주는 사업인데 대부분 대규모로 농사를 짓는 이들이 사업에 참여한다”며 소규모 농가를 배려한 검증 체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역·시민 주체의 자발적 탄소감축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탄탄한 법적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김상래 대한환경공학회 기후위기대응특별위원회 위원장은 “현재 기획예산처는 한국거래소 내에 통합등록부를 갖춘 한국형 자발적 탄소시장 거래소를 연내 신설하고, 자발적탄소시장법 제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며 “기후행동 시장도 법제화가 필요하다. 감축목표의 법제화, 적응의 법제화, 시장의 법제화라는 세 축이 나란히 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