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에 부과된 세금 가운데 약 128억6400만원을 취소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이 세금은 SM이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에게 5년간 지급한 약 600억원의 프로듀싱 대가와 관련해 부과됐다.
법원은 SM이 이 전 총괄에게 지급한 대가가 과도하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개별 매출 항목마다 별도의 용역을 제공해야 한다는 과세 논리를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세무당국이 적정한 프로듀싱 대가가 얼마인지도 입증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이정원 부장판사)는 27일 SM이 강남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법인세 부과처분 등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SM에 부과된 법인세 약 161억원 중 약 88억원과 부가가치세 약 40억6900만원 중 약 40억6400만원을 각각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SM은 창립자이자 당시 최대주주였던 이 전 총괄과 총괄 프로듀싱 계약을 맺고 음반·디지털 콘텐츠·해외사업·매니지먼트·공연 등에서 발생한 정산 대상 매출액의 6%를 대가로 지급하기로 했다.
계약에 따라 SM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이 전 총괄에게 약 600억원을 지급했다. SM은 이 금액을 비용으로 처리해 각 사업연도 법인세를 신고했다.
세무당국은 이 가운데 일부를 정상적인 프로듀싱 대가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음반·음원 매출에 따라 지급한 약 202억원은 비용으로 인정했지만 출연료·사용료 등에 연동해 지급한 약 230억원은 이 전 총괄이 관련 용역을 제공하지 않았다며 비용에서 제외했다.
가창출연료 등과 관련해 지급된 약 146억원도 박진영 JYP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와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 방시혁 하이브 의장 등 동종 업계 프로듀서들이 같은 기간 받은 평균 보수액 약 20억원과 비교해 지나치게 많다고 봤다.
세무당국은 이런 판단을 토대로 SM에 법인세와 부가가치세를 경정 고지했다. 부가가치세는 SM이 사실과 다른 매입세금계산서를 수취했다는 이유로 부과했다.
법원은 출연료와 사용료 등 개별 매출 항목마다 이 전 총괄이 별도의 용역을 제공해야 한다는 세무당국의 전제가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해당 매출 항목들은 이 전 총괄이 받을 프로듀싱 대가를 계산하기 위한 기준일 뿐 각 항목에 관한 용역 제공 의무를 정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재판부는 계약 목적과 이행 방법, 대가의 규모, 비용 분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SM이 이 전 총괄에게 지급한 대가는 과도해 ‘부당행위계산 부인’ 대상에 해당한다고 봤다.
부당행위계산 부인은 기업이 특수관계인과의 거래를 통해 세금 부담을 부당하게 줄인 것으로 인정될 경우 해당 거래를 시가에 따라 다시 계산하는 제도다.
재판부는 부당행위계산 부인을 적용하려면 세무당국이 프로듀싱 용역 대가의 시가를 입증해야 하지만 이를 증명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지급액이 과도하다는 사정만으로는 정상가를 초과한 금액을 계산해 세금을 부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부가가치세 부과도 대부분 위법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SM과 이 전 총괄이 합의한 실제 거래금액을 공급가액으로 해 세금계산서를 발급·수취했으므로 이를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