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사무총장 유력 후보 “김정은·트럼프 ‘핵 담판’ 지지”

IAEA 그로시 “일단 만나는 것이 중요”
북·미 정상회담 추진에 기대감 드러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가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회담 추진을 공식화한 가운데 국제원자력기구(IAEA)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이 강한 지지 의사를 밝혀 눈길을 끈다. IAEA는 세계 각국의 핵확산방지조약(NPT) 이행을 감시하는 유엔 산하 국제기구로, 그간 북한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아르헨티나 외교관 출신인 그로시 사무총장은 오는 2027년 1월1일부터 임기를 시작할 새 유엔 사무총장의 유력 후보다.

 

27일(현지시간)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그로시 사무총장은 전날 트럼프·김정은 만남 가능성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묻는 질문에 “그 두 정상이 만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지도자들은 서로 만나야 한다”고 답했다. 북핵 문제 해결에 있어서 ‘협상’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대화 의지를 강조하며 SNS에 올린 사진. 2019년 6월 판문점에서 ‘깜짝’ 회동을 했을 때의 모습이다. SNS 캡처

 

김정은은 서방 국가들에선 최악의 독재자로 꼽힌다. 2018∼2019년 세 차례에 걸쳐 김정은과 만난 트럼프를 향해 “자유 진영 지도자가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는 항의가 쏟아진 이유다. 하지만 그로시 사무총장은 “인권을 유린하는 독재자로서 김정은의 평판 때문에 북·미 대화가 가로막혀선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트럼프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멈추기 위한 중재자로서 지난 2025년 8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난 사례를 꼽았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사람들이 (트럼프를 향해) ‘어떻게 그런 사람과 악수할 수 있느냐’고 하지만 악수는 외교의 존재 이유”라며 “우리는 악수를 나눈 뒤 정중하고 존중하는 방식의 대화를 통해 뭔가 해보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엔 사무총장 후보이기도 한 그로시 사무총장은 지난 4월 유엔 총회가 후보자들을 상대로 실시한 청문회에서도 북핵 등 한반도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한반도 문제와 유엔의 역할에 관한 질문을 받자 “유엔과 한반도가 협력할 기회가 반드시 올 것”이라고 답변했다.

 

유엔 사무총장 선거에 입후보한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이 지난 4월21일 유엔 총회에서 열린 후보자들 대상 청문회에 출석해 정견을 발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한편 최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이사국들이 유엔 사무총장 후보 8명을 놓고 진행한 예비 투표에서 그로시 사무총장은 찬성 7표를 얻어 레베카 그린스판 전 코스타리카 부통령과 나란히 공동 2위에 올랐다. 1위는 8개국이 찬성한 캐럴린 로드리게스버킷 주(駐)유엔 가이아나 대사에게 돌아갔다.

 

유엔 사무총장은 안보리가 15개 이사국 중 9개국 이상의 찬성으로 추천한 인물을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추대하는 것이 관행이다. 안보리는 거부권(Veto Power)이 있는 5개 상임이사국(미국·영국·러시아·중국·프랑스)와 2년 임기로 뽑히는 10개 비상임이사국으로 구성된다. 문제는 9개국 이상이 찬성하더라도 5개 상임이사국 중 어느 하나라도 반대하면 부결된다는 점이다. 결국 상임이사국들의 의중이 가장 중요한 셈이다. 새 유엔 사무총장 선거 당선자 확정은 오는 10월 중 이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