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이 사업 강화를 위해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을 재합병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증권가는 급하게 합병을 추진해야 할 만큼 급박한 상황이 아님에도 SK이노베이션이 재합병을 선택했다고 지적했다. SKIET이 내년부터 내후년까지 신규 고객확보를 통해 회복할 것으로 보임에도 주가가 가장 낮을 때 합병을 선택하면서 SKIET주주에게 불리한 환경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28일 NH투자증권은 보고서를 내고 SK이노베이션의 SKIET 재합병과 관련한 분석을 내놨다. 주민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합병은 SKIET 주주에게 타이밍 측면에서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며 “실적과 업황 측면에서 올해를 저점으로 2027년부터 2028년까지 신규 고객 확보 및 생산 거점 최적화(고정비 절감)를 통해 실적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SKIET의 기업가치가 가장 저렴한 순간에 합병을 진행하면서 SKIET 주주에게는 다소 불리한 합병 비율이 나왔다”며 “또 SKIET의 올해 2분기 기준 재무 상황(부채 비율 152%, 순차입금 1조4000억원)을 감안하더라도 급하게 합병을 추진해야 할 만큼 급박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앞서 지난 25일 SK이노베이션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자회사 SKIET을 흡수합병한다고 발표했다. SKIET은 2019년4월 SK이노베이션의 소재사업 부문을 떼서 물적분할로 설립한 곳으로 스마트폰, 노트북, 전기차 등에 들어가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소재 중 하나인 분리막 사업을 하는 곳이다.
물적분할 한지 2년 뒤인 2021년 SK이노베이션은 자회사 SKIET을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시켰다. 당시 SKIET은 공모규모만 2조원이 넘는 기업공개(IPO) 대어였고 공모가 역시 10만5000원으로 공모희망가격(7만8000원~10만5000원)의 최상단으로 상장했다. SKIET이 상장하면서 SK이노베이션은 보유하고 있던 SKIET지분을 구주매출(전체 공모물량의 60%)로 팔았다. 이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은 1조원이 넘는 현금을 손에 쥐었다. 다만 SKIET 주가가 공모 당시보다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합병 비율(1 : 0.1174540(SK이노베이션:SKIET))은 SKIET 주주들에게 불리한 구조로 짜였다.
이번 재합병에 대해 지난 26일 SK이노베이션은 온라인으로 진행한 합병 설명회를 통해 “(합병으로) 연간 600억원 정도의 절감 효과가 있다”며 “제품 개발과 연구개발(R&D) 역량이 합쳐지고 핵심 고객 중심 마케팅이 진행되면서 추가적인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주민우 연구원은 “SKIET은 1∼2년 내에 회복될 회사”라며 “내년까지는 영업적자가 날 것으로 보이지만 신규 고객 확보와 생산 거점 최적화를 통해 2028년엔 흑자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당장 단기 실적 회복 가시성은 낮지만 1~2년을 두고 보면 판매량 회복에 따른 실적 개선 가시성은 높다고 판단한다”며 “지금 SK이노베이션에 흡수되기엔 아쉬운 타이밍”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