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마지막 탄광의 폐광을 앞두고 직업환경의학과 전공의들이 실제 채탄 현장을 찾아 진폐증의 원인이 되는 작업환경을 직접 체험했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은 직업환경의학과 의료진이 지난 11~12일 강원 삼척시 도계읍을 찾아 진폐재해자와 가족을 대상으로 건강강좌와 상담을 진행하고, 경동광업소 채탄 현장을 방문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번 방문에는 명준표·강모열·이종인·박민영 교수와 김서영 임상강사, 전공의 4명 등 의료진 9명이 참여했다. 서울성모병원은 국내 전공의 수련병원 가운데 진폐증 전문 진료를 제공하고 있으며, 20년 넘게 전공의들이 탄광 등 실제 작업장을 찾아 직업성 질환과 노동환경의 연관성을 살펴보는 현장 교육을 이어오고 있다.
의료진은 첫날 도계 지역 진폐재해자와 가족들을 만나 진폐증 치료와 합병증 관리, 산업재해 판정 과정 등을 설명했다. 업무 관련성 평가와 질병 사망 판정을 둘러싼 궁금증에 대한 개별 상담도 진행했다.
진폐증은 석탄이나 광물 등의 분진을 장기간 흡입하면서 폐에 섬유화가 생기는 대표적인 직업성 폐질환이다. 탄광이 크게 줄면서 과거의 질환으로 인식되기 쉽지만 여전히 직업병 사망의 주요 원인이다. 고용노동부의 2024년 산업재해 현황에 따르면 진폐증 환자는 약 2만명이며, 진폐증으로 인한 사망자는 506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과거 석탄 채굴이 활발했던 강원 도계와 태백 일대에는 진폐재해자와 가족들이 여전히 많이 거주하고 있다. 진폐증은 분진에 노출된 뒤 오랜 시간이 지나 발병하기도 해 탄광을 떠난 뒤 뒤늦게 진단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의료진과 전공의들은 방문 이튿날 내년 폐광을 앞둔 경동광업소의 갱도 안으로 들어가 채탄 현장을 둘러봤다. 갱도 끝 작업장인 이른바 ‘막장’까지 이동해 작업면을 준비하는 채준작업과 탄층을 발파한 뒤 석탄을 거둬들이는 케이빙 채굴 과정 등을 살펴봤다.
분진과 소음, 좁고 깊은 갱도 등 교과서나 영상만으로는 체감하기 어려운 작업환경을 직접 확인하는 것이 진폐증 환자의 질병 경과와 산업재해 판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취지다.
현장을 찾은 김동근 전공의는 “진료실에서 환자를 보고 이론적으로 공부하면서 진폐와 그 원인을 이해한다고 생각했지만, 실제 막장까지 내려가 탄분진 등 유해요인을 몸으로 경험한 것은 전혀 달랐다”며 “앞으로 환자들을 진료하는 데 이번 경험이 큰 영향을 줄 것 같다”고 말했다.
명준표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역시 2005년 전공의 시절 탄광 현장을 찾은 경험이 있다. 명 교수는 “전공의가 환자 곁뿐 아니라 실제 작업 현장을 경험해야 산재 판정 과정에서도 노동환경을 이해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며 “탄광이 문을 닫은 이후에도 사업장 현장을 찾아 직업성 질환 환자들의 건강을 살피는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의 현장 직업보건 활동은 1960년대부터 이어져 왔다. 1961년 장성탄광 등 사업장 현장조사를 시작했고, 1962년 국내 최초의 직업보건 전문기관인 직업환경의학센터를 설립했다. 1965년에는 국내 최초로 직업병 클리닉을 개설했으며, 1973년 세계보건기구(WHO)의 민간 직업보건협력기관으로 지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