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랫클리프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최근러시아 방문 때 우크라이나 침공전에 대한 절망적 전황을 전하며 종전협상을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2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에 따르면 랫클리프 국장은 알렉산드르 보르트니코프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국장을 만나 러시아의 군사적, 경제적 상황이 더 악화하기 전에 종전 합의를 체결하는 게 낫다고 권고했다. 랫클리프 국장은 러시아군의 대규모 사상자 발생과 진군하지 못하는 무능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전선에 투입된 러시아 군인의 예상수명이 35분도 안 되고 최근 1년 6개월 동안 러시아가 확대한 점령지가 우크라이나 전체 영토의 1%에도 못 미친다는 실태를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동부 영토인 돈바스(도네츠크주와 루한스크주) 전체를 장악할 목적으로 전쟁을 지속하고 있으나 드론 기술을 앞세운 우크라이나의 저항을 꺾지 못하고 있다. 랫클리프 국장은 전황에 대한 CIA의 분석만 전달했을 뿐 러시아가 전쟁을 지속할 경우 치러야 할 대가에 대해서는 전혀 위협적 발언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CIA 국장의 이례적 러시아 방문과 정보 공유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평화협정을 향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새로운 노력으로 관측된다. 그간 CIA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고문들이 전쟁의 방향과 손실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판단해왔다. 옛 소련의 정보기관 KGB(FSB의 전신인 국가보안위원회) 출신인 푸틴 대통령이 신뢰하는 FSB 국장을 통해 비관적 평가를 전하면 전쟁 지속 의지가 바뀌지 않을까 하는 게 트럼프 행정부의 기대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에 2기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우크라이나 전쟁을 신속히 끝내겠다며 양국 정상을 번갈아 만나가며 협상을 중재했으나 타협을 끌어내지 못했다. 다시 시작된 트럼프 행정부의 시도로 우크라이나 종전협상에 돌파구가 열릴 수 있을지는 현재로서 불투명하다. NYT는 유럽 외교관들이 러시아의 진군 정체, 드론을 앞세운 우크라이나 공세에 따른 러시아의 지속적 손실을 들어 올겨울 평화협정 기회가 열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보도했다.
랫클리프 국장이 보르트니코프 국장을 만나 북한과 관련된 얘기를 나눴는지도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한·미 연합훈련 축소를 지시하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에 관심을 표현했는데,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여부가 실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만날 수 있을지 여부에 결정적인 변수가 될 것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