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평시 산업·기술·인력 자원을 유사시 국방력으로 신속하게 전환하기 위해 역할을 재정비하는 등 국방동원법을 16년만에 대폭 손질한다. 이번 법 개정이 특정 지역을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대만해협에서 충돌이 발생할 경우 제도적 기반이 될 전망이다.
29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는 전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국방동원법 개정안을 논의했다. 국방동원법은 전시나 비상 상황에서 국가 자원을 동원하기 위한 법률로, 국민과 조직의 권리와 의무를 규정하고 국방 역량을 뒷받침하는 걸 목적으로 한다. 또한 이번 개정은 2010년 법 시행 이후 16년 만에 처음 이뤄지는 대규모 정비다.
이번 전인대에선 국방동원을 “국가의 주권·통일·영토 보전·안전·발전 이익이 위협받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가 법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해 평시와 전시의 신속한 전환을 보장하고 경제·사회 역량을 국방 역량으로 전환하는 것”으로 규정했다.
이는 평시의 산업 생산능력, 운송 수단, 기술과 인력 등을 유사시 군사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또한 “첨단기술의 국방동원 분야 활용을 추진하고 신흥 영역의 국방동원 역량을 발전시킨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구체적인 분야는 제시되지 않았지만, 인공지능(AI)·드론·로봇·위성통신 둥의 기술이 본격 편입될 것으로 보인다.
군과 지방정부 사이의 권한과 책임도 재정비했다. 현급 이상 지방정부와 군사기관이 각자의 역할에 따라 국방동원 업무를 담당하고 국가와 지방의 국방동원위원회가 조직·지도·조정 기능을 맡도록 했다.
중국의 이번 법 개정은 대만이나 이웃 국가와의 충돌을 상정한 것은 아니지만, 언제든 민간 자원을 동원할 수 있게 된다는 평이다.
대만도 전날 이에 질세라 중국의 무력 침공을 억제하기 위해 향후 6년간 드론과 무인수상정 등 무인체계에 2400억 대만달러(약 10조5000억원)를 투입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향후 6년 동안 매년 400억대만달러(약 1조7000억원)씩 연도별 본예산에 편성하는 방식이다.
야당이 다수를 차지한 입법원은 여당인 민진당이 제출한 2100억 대만달러(약 9조2000억원) 규모의 특별예산안을 부결하고, 제1야당 국민당 등이 주도한 2400억 대만달러 규모의 정규예산안을 통과시켰다.
다만 이번 법안은 아직 한국의 국무총리에 해당하는 행정원장 부서(서명)와 총통 공포를 거치지 않았다. 대만 법률은 행정원장의 부서를 거쳐 총통이 공포해야 효력이 생긴다.
이번 대만의 무인체계 예산안 통과는 우크라이나와 이란 전쟁에서 드론이 전력 열세를 보완한 사례를 대만 방어 전략에 적용하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전력을 여러 곳에 분산하고, 값싼 무기로 상대의 침공 비용을 높이는 ‘비대칭 방어’ 능력을 구축하려는 것이다.
게다가 중국은 세계 드론과 로봇 시장에서도 큰 우위를 차지하는 만큼, 대만 당국은 중국산 부품 없이도 가동할 수 있는 군사용 드론 공급망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번에 통과된 법안은 대만에서 생산한 무인체계를 우선적으로 구매하게 하면서, 자국 생산 기반을 키우는 취지로 해석된다. 대만 정부의 지원을 받는 민주주의·사회·신흥기술연구소(DSET)에 따르면 대만은 올해 1∼2월 드론 8만5000대 이상을 수출했다. 이는 2024년 전체 수출량 3473대의 24배를 넘어선 수치다. 또한 대만 드론 산업 규모는 2023년 8700만달러(약 1200억원)에서 2024년 1억5500만달러(약 2140억원)로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