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에서 서식지를 떠나 다른 지역으로 옮겨진 코끼리가 다친 다리를 이끌고 100㎞ 넘게 이동하며 고향으로 돌아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2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말레이시아에서 수컷 코끼리 '술롱'이 과거 살던 켈란탄주 구아무상 지역으로 돌아가기 위해 수주째 이동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술롱은 오른쪽 앞다리를 다친 상태에서도 이동을 멈추지 않았다.
술롱은 '코끼리가 농장과 마을 부지에 출몰한다'는 주민들의 민원으로 인해 기존 서식지에서 230㎞ 이상 떨어진 페락주 게릭의 산림보호구역으로 옮겨졌다. 새 서식지 적응에 어려움을 겪은 술롱은 과거 살던 지역을 향해 이동하기 시작했고, 지난 17일 처음으로 고속도로를 걷는 모습이 목격됐다.
술롱의 모습이 담긴 영상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 한 네티즌은 "다친 코끼리가 오직 고향으로 돌아가겠다는 본능에 따라 낯선 땅을 걷고 있다"며 "그는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집을 찾아가는 야생동물일 뿐"이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수주 동안 도로를 걸은 술롱은 최근 켈란탄주 젤리의 산림 지역까지 이동하는 데 성공했다. 당초 옮겨졌던 지역에서 100㎞ 이상 떨어진 곳으로, 기존 서식지까지 남은 거리의 절반가량을 이동한 셈이다.
말레이시아 야생동물 당국도 술롱의 이동을 돕고 있다. 압둘 카디르 아부 하심 야생동물·국립공원국장은 "관리요원들이 하루 두 차례 술롱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숲 방향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고 밝혔다. 당국은 드론과 지상 인력을 활용해 술롱의 움직임을 추적하고 있다.
술롱의 사연은 말레이시아의 산림 벌채 문제로도 번졌다. 일각에서는 숲이 개발되면서 야생동물의 서식지가 줄어들었고, 이 때문에 코끼리 등이 먹이를 찾아 인간 거주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네티즌은 "코끼리가 마을로 들어오는 근본적인 원인은 대규모 벌목으로 자연 서식지가 파괴됐기 때문"이라며 "코끼리나 호랑이가 마을에 들어오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숲을 없애지 말라"고 주장했다.
세계자연기금(WWF) 역시 술롱의 사례를 계기로 야생동물 서식지 보호를 강조했다. WWF는 "야생동물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넓고 서로 연결된 산림이 필요하다"며 "코끼리가 먹이와 물, 쉴 곳을 찾아 서식지 사이를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야생동물 이동통로를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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