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실종·장윤기사건에 수사유출까지…경찰, 공직기강 특별경보

내달 6일까지 회식 금지·복무점검…일선 경찰서 매일 대책회의
정보유출·음주·성비위 잇따라…경찰관 징계 상반기에만 300건

제주 실종사건 허위 종결과 장윤기 사건 부실수사, 수사정보 유출 등 경찰관들의 직무 관련 비위가 전국에서 잇따르자 경찰청이 공직기강 특별경보를 발령했다.

경찰청은 28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열흘간 전국 경찰관을 대상으로 특별경보를 발령하고 복무 점검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실종사건 허위 종결 혐의를 받는 A경장이 지난 24일 체포적부심사를 받으러 가기 위해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호송차량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특별경보 기간에는 음주를 자제하고 회식을 일절 금지한다. 불요불급한 행사도 가급적 연기하거나 열지 않도록 했다.



경찰청과 시도경찰청은 한 차례 이상, 일선 경찰서와 기동단은 매일 관서장 주관 대책 회의를 연다.

소속 직원을 대상으로 의무 위반 예방 교육을 실시하고 수시로 경보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한편 관서별 집중 감찰 활동도 벌일 방침이다.

의무 위반 행위가 적발되면 당사자뿐 아니라 관리자에게도 책임을 엄중히 묻기로 했다.

◇ 실종신고 허위 종결·살인사건 부실 수사…직무 비위 잇따라

경찰의 직무상 비위는 국민의 생명·안전과 직결된 실종·살인사건 처리 과정에서 잇따라 드러났다.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A 경장은 지난 5월 30대 여성의 실종 신고를 접수한 뒤 장씨의 안전을 확인하지 않고 신고 약 2시간 30분 만에 사건을 허위로 종결한 혐의로 구속됐다.

A 경장은 신고자에게 여성과 연락이 닿았다고 거짓말하고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에서도 사건 자료를 삭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여성은 최초 신고 104일 만인 지난 24일 제주시 한림읍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 경장은 지난달 신고된 60대 남성 실종 사건도 유사한 방식으로 허위 종결한 혐의를 받는다.

해당 남성 역시 실종 51일 만인 지난 22일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A 경장이 처리한 다른 실종사건을 전수 조사하는 한편 당시 사건 지휘·관리 책임을 물어 제주서부경찰서 전·현직 서장과 형사과장, 실종팀장 등 4명을 대기발령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과 유재성 경찰청장 대행 및 경찰 지휘부가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찰 지휘부 회의에서 제주 실종사건과 관련해 사과를 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실종수사 관련 개선 대책 등을 논의했다. 공동취재

A 경장은 지난달 본인이 근무하던 경찰서 여자 화장실에 들어간 혐의로도 수사받고 있다.

화장실 용변 칸 상부 양쪽 벽면에서는 A 경장의 DNA와 일치하는 손바닥 흔적이 검출됐다.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 사건에서는 수사팀이 주요 증거를 확보하지 않고 현직 경찰관인 장씨의 아버지에게 수사정보를 유출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광주 광산경찰서 강력팀장과 팀원은 케이블타이가 실린 장윤기의 차량을 아버지에게 돌려주기로 공모하고, 차량 보관 장소와 열쇠 보관 사실 등을 알려준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장윤기의 주거지에서 훼손된 리얼돌을 발견하고도 압수하지 않은 채 주소와 현관 비밀번호를 아버지에게 알려줘 증거 훼손·폐기를 도운 혐의도 받는다.

당시 광주 광산경찰서장과 형사과장도 수사 과정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로 수사받고 있다.

◇ 마약사범에 수사정보 유출하고 음주 뺑소니·성비위까지

경찰관이 사건 관계인에게 수사정보를 유출하거나 내부망에서 개인정보를 빼내 외부에 넘긴 사건도 잇따랐다.

서울 광진경찰서 마약수사 전담팀에서 근무한 B 경감은 마약 투약 피의자이자 수사 정보원에게 수사 진행 상황을 알려준 혐의로 직위해제됐다.

경찰은 사건을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에 배당해 정보 유출 경위와 추가 비위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경남지역 한 경찰관은 내부망에서 취득한 개인정보를 사설탐정 업체에 넘긴 혐의로 구속됐다.

광주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가 지난 5월 14일 광주 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경기북부지역 경찰관도 개인정보를 8차례가량 무단 조회하고 일부를 외부에 유출한 대가로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 송치됐다.

대구에서는 현직 경찰관이 음주운전을 하다 주차된 차량을 들이받고 달아난 뒤 운전자 바꿔치기를 시도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는 동료 경찰관이 담당 부서에 수사 상황을 문의하고 관련 정보가 피의자 측에 유출된 정황까지 포착돼 경찰이 대구경찰청과 일선 경찰서 등을 압수수색했다.

강원에서는 원주경찰서 소속 경찰이 동료 경찰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돼 직위해제됐다.

부산에서도 술을 마시고 귀가하던 현직 경찰관이 택시 접촉 사고 뒤 벌어진 몸싸움에 연루돼 현행범으로 체포되는 등 비위가 이어졌다.

경찰관 징계는 2022년 471건에서 2024년 536건, 지난해 528건 등 연간 500건대로 늘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300건에 달했다.

이 추세라면 올해 징계 건수가 600건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일시적인 특별경보만으로 반복되는 직무 비위와 기강 해이를 막을 수 있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청 인권감사관은 이날 서한문에서 "공직자의 업무 처리는 그 결과에 따라 단순한 실수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며 "권한에 걸맞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경찰관 개개인이 조직을 대표한다는 생각으로 함께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