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5시가 됐는데 교도소 문은 열리지 않았다.
6월10일 최우석 기자와 오전 4시45분부터 서울남부교도소 정문 앞에 서 있었다. 국가보안시설로 지정된 교도소는 택시 앱에선 검색되지 않았다. 교도소 정문 근처 공원을 목적지로 찍고 걸어 올라간 참이었다. 출소 시간을 잘못 안 건 아닐까, 오늘은 출소자가 없는 건 아닐까 걱정이 들었다. 경비초소에 앉은 교도관과 눈이 마주치면 괜히 시선을 피했다. 노심초사하며 5시10분까지 기다렸는데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교도관에게 출소자들이 나오는지 물었다. 오늘은 조금 일찍 내보냈고, 이미 다들 떠났다는 답이 돌아왔다. 첫 잠복은 동이 다 트기도 전에 끝났다.
취재팀이 새벽부터 교도소 앞에 서 있기로 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교도소 내 고령화 현상을 직접 겪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교도소가 늙고 있다는 말 자체는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었다. 65세 이상 수용자는 2017년 2541명에서 지난해 말 5701명이 됐다. 다만 숫자만으로는 노인들이 왜 입소하는지, 고령화된 교도소 안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방금 교도소에서 나온 사람들에게 직접 묻기로 했다.
취재팀은 노인 전담교도소 중 하나인 남부교도소에 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출소 시간을 알아내야 했다. 수용자 가족들이 모이는 인터넷 카페를 뒤졌다. 예전에는 자정에 내보냈는데 지금은 오전 5시로 바뀌었다는 글이 있었다. 한밤중에 나온 사람들이 근처 술집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일이 잦아 시간을 옮겼다는 이야기가 함께 적혀 있었다.
◆새벽 교도소 앞에서 만난 노인들
6월11일, 교도소로 다시 새벽 출근을 했다. 오전 4시57분, 부직포 가방을 든 다섯 명이 교도관 두 명과 함께 정문을 나왔다. 젊은 축이 셋, 머리가 센 사람이 둘이었다. 이 가운데 60대 남성 한 명이 취재에 응했다.
이야기를 길게 들으려면 뭐라도 먹어야 하는데 새벽에 문을 연 식당이 없었다. 택시를 타고 10분 거리에 있는 콩나물국밥집에 마주 앉았다. 그는 초범으로 교도소에서 1년6개월을 살았다. 심부전 등 지병이 있어 병사동에서 지냈다고 했다. 같은 방에서 본 노인들 이야기,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수용자들 이야기를 한 시간 가까이 들었다. 교도소 내 고령화 이야기를 해줄 중요한 취재원이라고 생각했다. 헤어지며 명함을 건넸다. 하지만 그에게는 휴대전화가 없었다. 하염없이 연락을 기다렸지만 아무 답도 들을 수 없었다.
그 뒤로 3주 동안 팀원들이 번갈아 새벽 교도소 앞으로 출근했다. 6월10일부터 7월6일까지 열두 번 갔다. 오전 4시30분까지 정문 앞에 도착해 대개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하품만 하며 정문이 열리기를 바랐다. 또 어떤 날은 스마트폰으로 월드컵 중계를 보며 기다렸다. 그 사이 15년째 매일 출소 시간에 맞춰 교도소 앞에 온다는 택시 기사와도 친해졌다. 70대 택시기사는 그동안 출소자에게 들은 이야기를 모아 책을 써 보고 싶다고 했다.
그렇게 출소자 열세 명을 만났지만 연락을 이어간 사람은 없었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우선 연락이 닿지 않았다. 대부분 휴대전화가 없었고, 있어도 걸면 정지 안내음이 나왔다. 추정컨대 요금이 밀렸거나 명의를 잃은 것으로 보였다. 전화가 안되니 직접 찾아 나서야 했다. 이야기가 잘 통했던 노인 출소자를 찾기 위해 인천에 있는 한 동네의 부동산을 수십개 돌아다닌 적도 있다.
또 다른 이유는 술이었다. 출소자 중 한 명인 심모씨는 서울 영등포 반지하 방에서 다음 번 만남을 약속했다. 오전 11시에 찾아갔더니 심씨는 집 문도 잠그지 않은 채 이미 혼자 술을 마시고 있었다. 벽에는 심씨가 직접 쓴 것처럼 보이는 주기도문이 큼지막하게 붙어 있었다. 심씨는 본인 나이가 70대라고 말했다. 하지만 심씨 앞으로 날아온 형집행장에는 64세로 적혀 있었다. 교도소 앞에서 만났던 사람이라고 말해도 기억하지 못했다. 대화가 통할 리가 없었다.
출소자 몇몇이 금품을 요구해 당황했던 기억도 난다. 액수는 1만∼2만원 정도였지만 취재원과 돈을 주고받을 수는 없어 완곡히 거절했다.
숱한 실패 끝에 함재원(가명·67)씨를 만났다. 함씨는 손수레와 공병을 훔치다 전과 6범이 된 사람이었다. 벌금 320만원을 내지 못해 32일을 살고 나왔다. 함씨는 짧게 들어갔다 나오기를 반복해서인지 휴대전화가 있었다. 물론 약속 시간을 매번 기억하지 못했고 중간에 휴대전화를 잃어버려 연락이 끊기기도 했다. 그래도 함씨를 찾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술에 취해 골목을 돌아다녀 동네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서울 구로구 골목을 걷다 보면 만취한 함씨를 만날 수 있었고, 그때마다 함씨는 취재팀을 우연히 마주친 것처럼 반가워했다. 총 다섯 차례 함씨를 인터뷰했고, 교도소를 반복해서 드나드는 노인의 이야기를 1회에 쓸 수 있었다.
◆요양원이 된 교도소를 직접 봐보니
밖에서 노인 출소자들의 이야기를 들었으니 교도소 안을 직접 관찰할 차례였다. 교도소 취재 협의는 예상 대로 까다로웠다. 법무부 교정본부에 반복해서 취재 내용과 목적을 설명하며 협조를 구했다. 그렇게 처음 찾아간 곳이 경북 경주교도소다. 국내 최초의 ‘실버 교도소’로 알려진 곳이었는데, 정작 가서 보니 사실이 아니었다. 한때 노인 전담 교정시설 전환이 추진됐다가 무산됐다고 했다. 경주교도소를 소개해 준 교정본부에서도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
경주교도소에서 취재가 이뤄진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교도관들 입장에서도 기자들을 처음 본 것이고, 취재팀 역시도 교도소에 들어온 것은 처음이었다. 서로 긴장한 티가 역력했다.
7월 초에는 남부교도소를 방문했다. 취재가 허락된 의료동으로 가던 중 대강당에서 종교행사를 마친 스무 명 남짓이 줄지어 일렬로 나왔다. 모두 옥색 수의에 흰 고무신 차림으로 초코빵과 바나나를 하나씩 들고 있었다. 대부분 머리가 희끗했다. 노인 수용자가 많다는 게 순식간에 피부로 와닿았다. 재소자들을 지나 도착한 혈액투석실에는 침상 10개가 놓여 있었다. 이용자 17명 중 7명이 65세 이상이었고 일주일에 세 번씩 이곳에 온다고 했다. 노인 수용자들로 인해 의료비 집행에 과부화가 걸린 상황을 직접 볼 수 있었다.
남부교도소 관계자는 이곳이 노인 전담 시설이라 사정이 나은 편이라고 했다. 전담이 아닌 일반 교도소도 살펴봐야 했다. 마지막으로 찾은 경기 안양교도소는 예상했던 것보다 상황이 심각했다. 취재팀이 찾은 의료동 치료실에는 노인 수용자 세 명이 있었다. 한 명은 당뇨 합병증으로 발가락이 검게 썩어 있었다. 다른 한 명은 코에 플라스틱 재질의 투명관을 꽂고 있었다. 음식을 씹지 못해 교도관이 관으로 영양음료를 흘려 넣었다. 나머지 한 명은 욕창이 있어 역시 직원이 직접 소독했다. 세 사람 모두 치매 의심 환자라고 했다. 직원들이 말 걸어도 이들은 눈만 끔뻑거렸다.
안양교도소는 세 사람을 더 이상 수용하기 어려워 관할 검찰에 형집행정지를 건의해둔 상태였다. 정지가 받아들여져도 요양원으로 인계하는 과정 역시 모두 교도소 몫이라고 했다. 기사가 게재된 뒤 안양교도소 의료과 문상철 팀장에게 연락이 왔다. 수용자 두 명에 대한 형집행정지가 받아들여졌으며, 당뇨족 환자는 절단 수술을 받고 상태가 호전돼 수용 중이라고 전했다.
취재팀은 교도소 세 곳을 돌아다니며 치매 수용자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법무부는 취재팀에게 65세 이상 수용자 가운데 치매 환자가 62명이라고 밝혔는데, 현장에서 살펴보니 통계의 오류일 가능성이 컸다. 치매 진단을 받으려면 신경과 진료와 인지검사를 여러 차례 나눠 받아야 하는데, 그때마다 외부 병원까지 데려갈 인력이 필요하다. 교도소 안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답이 어느 시설에서나 돌아왔다. 깜깜이 치매 환자를 돌볼 돈과 인력은 과부화에 걸린 지 오래였다.
한국은 노인 빈곤율이 매년 세계 최상위권에 속한다. 가난한 사람 모두가 범죄자가 되진 않는다. 하지만 취재하며 만난 노인 재·출소자 대부분은 가난했다. 취재를 거듭할수록 쪽방촌 취약계층을 취재하는 것과, 교도소 내 고령화를 취재하는 게 어쩌면 다르지 않다라는 생각을 했다. 1회에서 반복해서 범죄를 저지르는 노인을, 2회에서 그 사람들이 들어간 교도소 안을, 3회에서 그 반복을 끊을 장치가 작동하고 있는지를 다룬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보도 이후 법무부는 노인 전담 교정시설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반가운 일이지만 의구심도 남는다. 법무부 정책 중 교정은 늘 후순위었다. 실제로 무엇이 바뀌는지 취재팀은 계속 지켜보기로 했다. 제보는 언제든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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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 그들의 쳇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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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단독] 사형수 평균 나이 57.2세… ‘소멸 공포’ 가장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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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단독] 간병도, 진료비도 무료… ‘요양원’이 된 감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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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단독] 의료비 떠안은 교도소… 교정 예산까지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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⑥노역 열외 老죄수… 수형자 절반 넘게 작업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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⑦[단독] 황혼 출소의 끝엔… 살 길 ‘찾아야 하는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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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교도소도 먼저 늙은 日… 수용자 새 삶 찾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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⑨[단독] 노인 전담 교정시설 6곳 이상으로 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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⑩“치매 수용자, 형벌 불성립… 형집행정지 실질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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