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가 키운 ‘슈퍼 엘니뇨’… 기후적응법 첫 시험대

최근 40년 엘니뇨 변동성
과거 1000년보다 36.5%↑

단순 변동 아닌 비대칭성 증가
“극단적 온난화 잦아졌다” 경고

올해 하반기 76년 만에 가장 강력한 수준의 슈퍼엘니뇨가 발생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에 기후변화가 엘니뇨의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8일 미국 미시간대 줄리아 콜 교수팀은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에서 지난 1000년간의 해수면 온도를 재구성한 결과 최근 40년간 엘니뇨-남방진동(ENSO) 변동성이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지난 40년의 변동성은 산업화 이전 1000년보다 36.5% 높았고, 20세기에 비해서는 16.2% 높았다.

 

태평양 적도 상황을 볼 수 있는 위성 영상. 고려대기환경연구소 제공

이는 연구팀이 갈라파고스 제도 5개 섬의 현대 및 화석 산호에서 얻은 고해상도 지구화학 측정값을 이용해 지난 1000년간의 해수면 온도를 재구성해 분석한 결과다. 갈라파고스 제도는 동태평양 ENSO 지역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어서 이 지역에서 자라는 산호는 엘니뇨와 관련된 해수 온도 변화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한다.

 

연구팀은 “지난 40년 엘니뇨 변동성이 커진 것은 엘니뇨가 더욱 강력해지고 빈번해졌기 때문”이라며 “단순 변동이 아니라 비대칭성이 증가해 극단적인 온난화가 잦아졌다”고 설명했다.

 

◆따뜻한 바닷물·약해진 무역풍의 ‘악순환’

 

엘니뇨는 동태평양과 중앙태평양의 바닷물 온도가 높아진 상태로 수개월 이상 지속되는 현상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엘니뇨 감시구역인 적도 태평양 중·동부 해역(Nino3.4)의 3개월 평균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이상 높게 5개월 이상 지속될 때를 엘니뇨라고 부른다.

 

평상시 적도 태평양에서는 동쪽에서 서쪽으로 ‘무역풍’이 분다. 그로 인해 인도네시아 쪽으로는 따뜻한 물이 이동해 쌓이고, 반대로 남미 페루·에콰도르 앞바다에는 이동해간 바닷물을 다시 채우기 위해 심해의 차가운 물이 올라오는 ‘용승’(upwelling)이 활발하다.

 

문제는 동태평양의 표면 수온이 상승했을 때다. 동태평양 수온 상승은 기류를 약화시킨다. 서쪽으로 이동하는 무역풍의 바람 세기가 약해지는 것이다. 무역풍 약화로 바닷물의 이동이 더뎌지면 용승 역시 둔화해 수온 상승을 막지 못하게 된다. 이는 다시 무역풍을 약화시키고, 같은 과정을 반복하게 만든다.

 

1924년 인도 기상관측 책임자였던 영국의 통계학자 길버트 워커는 이처럼 서태평양의 날씨가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와 기압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남방진동이라고 불렀다. 이후 ‘엘니뇨-남방진동(ENSO)’ 이론이 정립됐다.

 

◆기록적 ‘슈퍼 엘니뇨’ 오나… “전북 가뭄 대비 필요”

 

엘니뇨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기후변화 등의 이유로 강도가 강해지면 극한 가뭄, 폭염, 폭우 등 이상기후를 동시다발적으로 유발한다.

 

세계기상기구(WMO), 미국 해양대기청(NOAA) 등 주요 기상 기관들은 올해 엘니뇨가 역사상 최악의 ‘슈퍼 엘니뇨’로 발달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슈퍼 엘니뇨는 적도 부근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2도 이상 높은 상태가 3개월 이상 지속되는 현상을 가리킨다.

 

국종성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올해 엘니뇨가 빠르게 발달하고 있고, 주요 기후모델들은 이번 엘니뇨가 매우 강한 수준까지 발달해 1997~1998년 당시 기록적 엘니뇨 강도를 넘어설 가능성까지 높게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와 같은 초강력 엘니뇨가 앞으로 더 빈번해질 가능성과 이에 따른 한반도의 기온·강수 및 극한기후 변화에도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강력한 엘니뇨가 발생하는 9월에는 한반도에 강수량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어서 전북 지역 가뭄 심화에 대비한 적극적 대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22일(현지 시간) 미 루이지애나주 해안으로 열대성 폭풍 '버사'(Bertha)가 접근하는 가운데 뉴올리언스 폰차트레인 호수 방파 시설에서 어린이들이 거센 파도를 바라보고 있다. AP연합뉴스

◆기후적응법 제정됐지만… ‘사후 대응’ 재정구조 바꿔야

 

이처럼 지구의 기후 시스템이 이전과 다른 양상을 보이면서 ‘변화한 기후에 적응하는 일’은 전 세계인의 공통과제가 됐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국회는 올해 ‘기후적응법’(기후위기 적응 및 회복력 강화에 관한 법률)을 처음으로 마련했다.

 

핵심은 기후위기 적응 정책을 별도의 법률로 체계화하는 것이다. 기후변화의 영향을 조사·예측하고 기후위험을 평가해 국가와 지자체의 정책 수립에 반영하도록 하는 내용이 법률에 담겼다. 기후위기 적응정보를 체계적으로 수집·관리하는 정보관리체계를 구축하고, 기후위험을 등급별로 구분한 ‘기후위험지도’를 작성하도록 했다. 기후위기 취약계층에 대한 실태조사와 지원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근거도 별도로 마련됐다.

 

법 제정 이후 남겨진 숙제도 있다. 적응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재정·연구개발(R&D) 투자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그중 하나다. 기후재난이 발생한 뒤 피해를 복구하는 데 집중된 재정투자 구조를 예방·대비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진희 국회예산정책처 경제분석관은 “지금까지 정부의 기후위기 적응 대책 재정은 기후재해의 예방·대비보다는 사후 대응·회복 유형에 대한 투자 비중이 증가해왔고, 전반적으로 기후위기 적응 분야의 R&D 투자 비중은 감소해왔다”며 “기후위기 적응 역량을 높이기 위한 중장기 재정투자 전략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