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청년의 일자리·창업, 교육·주거·자산, 생활·문화 등 성장단계별로 총 43조3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고 28일 밝혔다. 출생, 양육부터 교육, 구직, 자산 축적, 주거, 혼인까지 청년의 성장 사다리를 복원하겠다는 구상이다. 청년 1명당 18세까지 최대 1억4000만원, 34세까지 2억원가량 혜택을 받는다고 한다. 혼인지원금(생애 1회 100만원)이나 아이맞이지원금(최대 2000만원 연간 4회 분할 지급), 아동기본수당(월 최대 60만원) 등 현금성 지원이 수두룩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청년들에게 노력한 만큼의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옳은 지적이다. 하지만 청년고용문제를 제대로 풀지 않고는 이런 재정투입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로 전락하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
‘청년 일자리 회복방안’만 들여다봐도 현금성 지원이 넘쳐난다. 청년 구직촉진수당이 월 60만원에서 내년부터 65만원으로 늘어나는데 6개월간 지급되는 이 수당은 2021년 도입 당시 월 50만원으로 시작해 올해 60만원으로 처음 인상됐다. 청년일자리도약장려금의 비수도권 청년·채용 기업 지원 규모도 기존 2년간 최대 720만원에서 최대 1800만원으로 높인다. 이에 따라 지방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에게는 장려금으로 월 최대 75만원, 청년미래적금으로 월 20만원 등 2년간 월 100만원 안팎이 지원된다.
이번 대책은 청년 취업난을 둘러싼 구조적인 원인을 외면한 채 변죽만 울렸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앞서 이 대통령은 청년 취업난의 원인으로 노동조합과 고용 경직성을 지적한 바 있는데, 이를 개선하려는 정책적 고민은 찾기 힘들다. 현금 지급을 앞세운 나열식 지원 방안은 과거 대책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청년 실업난은 기업이 스스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신규 채용을 확대하는 게 근본 해법이다. 그러려면 기업의 채용에 지나친 비용 부담을 유발하는 낡은 노동규제부터 과감히 걷어내야 할 것이다. 재계는 최근 공채를 통해 대거 신규 채용하는 대신 경력직 수시 채용을 확대하고 있는데, 청년을 비롯한 비경력자를 훈련해 직무에 투입하기까지 드는 비용이 큰 탓이다. 이런 부담은 대부분 경직된 노동규제에서 비롯된다. 신입을 뽑아 업무 숙련까지 집중적인 훈련이 필요한데도 당장 직종·직무 구분 없이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주 52시간 근로제의 벽에 부닥친다. 현재의 연공서열 중심 임금체계 아래에서는 직무에 미숙해도 근무연수가 쌓이면 더 많이 줘야 하고 해고조차 쉽지 않으니 기업이 신규 채용을 기피하게 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청년에게 전가되는 것 아닌가. 기업이 핵심 업무의 신규 채용을 늘릴 수 있도록 파견업종 제한은 재검토돼야 마땅하다. 이런 구조적 요인을 외면한 채 청년을 채용한 기업에 현금지원만 늘린다면 미봉책에 그칠 게 분명하다.
노동규제를 유연화해 기업이 고용에 적극적으로 나설 환경을 마련해주는 정부의 정책적 노력과 더불어 현재 일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기성세대의 연대의식도 청년 실업 해소를 위해서는 긴요하다. 기득권을 가진 기성세대가 연금 수급 공백 등을 명분으로 법정 정년 연장만 고집한다면 기업의 청년 일자리 창출은 제한될 게 뻔하다. 그런 점에서 지난 25일 현대자동차 노사가 올해 임금협상 잠정 합의안에 정년 연장은 법률 개정 시 임금 피크제 확대 없이 시행하기로 명시한 건 유감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