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홍수로 수력발전소 건설 현장에 투입됐던 한국인 근로자 9명의 연락이 두절된 가운데 현지에 급파된 기업 대응팀이 사태 수습에 난항을 겪고 있다. 2차 홍수 우려와 헬기 운행 불허 등 악재가 겹치면서 대응팀은 피해 현장 접근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팔 대홍수로 연락이 두절된 두산에너빌리티 직원들의 가족들은 회사에서 마련한 현지 수색 헬기의 이륙이 지연되는 것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28일 두산에너빌리티와 남동발전에 따르면 대응팀은 당초 직원들의 무사 귀환과 사고 현장 수색 등 투트랙으로 신속한 사태 수습에 나설 계획이었다. 하지만 현지 사정이 열악해 이동조차 쉽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전날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출발, 홍콩을 거쳐 한국 시간으로 이날 새벽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 도착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정연인 대표이사 부회장이, 남동발전은 윤장현 신성장본부장이 각각 대응팀을 이끌고 현지로 급파됐다.
이들은 카트만두로 이동하는 기내에서도 관련 협의를 진행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곳곳의 도로와 다리가 유실돼 피해 지역으로 접근하려면 헬기 이외에 교통수단이 마땅치 않은 상태다. 이에 두산에너빌리티 대응팀은 민간 헬기 2대를 확보했고, 남동발전도 헬기 1대를 확보한 데 이어 추가 확보를 모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네팔 정부가 자연댐 호수 범람 등 안전상의 우려로 아직 헬기 운항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어 기업 대응팀이 현지에서 어렵게 확보한 민간 헬기조차 띄우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이날 2차 대홍수 우려로 네팔 정부가 구조 작업을 중단하고 마을 주민들이 대피하는 모습이 목격됐다는 외신 보도가 잇따라 나오면서 향후 사태 수습에 난항이 예상된다.
실종된 한국인 직원 9명(두산에너빌리티 6명·남동발전 3명)의 생사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고 있다. 이들은 사고 당시 상대적으로 지대가 낮은 숙소와 사무실에 있었는데 이 건물도 이번 홍수로 유실된 것으로 파악됐다.
실종가 가족들은 현지 수색 헬기의 이륙이 지연되는 것에 분통을 터뜨렸다. 실종자 가족 모임은 이날 경기 성남시 분당두산타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저희의요구는 딱 하나다. 외교부 장관이 됐든 대통령이 됐든 최대한 빨리 헬기를 띄워달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대통령을 비롯해 많은 분이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했는데도 아직 헬기한 번 못 떴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면서 “헬기로 구조된 이들도 있는데 실종자들에게는 헬기를 안 띄웠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느냐”고 강조했다.
실종가 가족들은 “지금 현지시간으로 48시간이 지났다. 히말라야산맥은 밤에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기 때문에 (설사) 대피했더라도 죽었을 시간”이라면서 “오늘을 골든타임이라고 보고 제발 헬기를 띄워야 한다. 오늘 지나가면 진짜 죽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가족들은 “대통령께서 직접 챙기라고 얘기했는데도 이런 상황이면 저희는 어디에 기대야 할지 모르겠다. 기댈 데가 없다”면서 “도대체가 정부에서 뭘 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향후 헬기 이동이 가능해지면 두산에너빌리티 대응팀은 고립됐다 구조된 직원들의 귀국을 지원하고, 일부는 다른 관계자들과 함께 피해 현장으로 이동해 실종자 수색을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사고가 난 어퍼트리슐리(UT)-1 수력발전소는 카트만두에서 약 70㎞ 떨어진 곳에 있다. 남동발전 대응팀 역시 수도 법인에 2명이 남아 네팔 당국 및 유관 기관과 협력하는 등 총괄 대응을 맡고 나머지 4명은 발전소 피해 현장에 접근해 피해 규모를 파악하고 긴급 대응 활동을 수행할 계획이다.
이번 홍수로 올해 말 준공 예정이던 수력발전소 건설 현장의 상부 시설과 베이스캠프가 유실되는 등 큰 피해가 발생했다. UT-1 수력발전소는 총 사업비 6억4700만달러를 들여 네팔 최대인 216㎿(메가와트) 규모의 수로식 수력발전소를 짓는 프로젝트다. 남동발전이 투자와 현지 사업 진행을, 두산에너빌리티는 발전소 건설과 터빈, 발전기 등 주요 기자재 제작·공급을 담당하고 있다. 네팔 전체 전력 생산량의 약 20%를 담당할 예정이었던 핵심 국가 기반 시설이지만, 이번 홍수 피해로 향후 공사 재개와 완공 여부가 불투명해졌다는 우려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