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과 중국 국경의 히말라야 산악지대에서 발생한 대규모 홍수로 양국에서 확인된 사망자가 543명으로 늘었다. 실종자도 1500명을 넘어서면서 인명 피해가 계속 커지고 있다.
2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네팔 경찰은 지난 26일 북부 바그마티주 일대에서 발생한 대규모 홍수로 이날까지 538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인근 중국 티베트자치구 르카쩌시 지룽현에서도 이번 홍수와 연관된 산사태 사망자가 3명에서 5명으로 늘면서 양국의 전체 사망자는 543명으로 집계됐다. 전날까지 전체 사망자는 362명이었으나 이날 네팔 바그마티주 안팎에서 시신이 잇따라 수습되면서 하루 만에 180명 넘게 늘었다.
실종자는 네팔 977명과 티베트 558명 등 모두 1535명이다. 이 가운데 500명이 넘는 외국인은 인도와 미국 등 30여개국 출신이다. 이 지역에서 수력발전소를 건설하던 한국남동발전과 두산에너빌리티 소속 한국인 9명도 여전히 연락이 끊긴 상태다.
인명 피해가 급증하면서 여러 국가가 지원 의사를 밝혔지만 네팔 정부는 외국 수색·구조팀의 현장 투입을 거절했다. 네팔 외교부는 국제적인 재정 지원은 필요하지만 현재 수색·구조 작전은 자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현지 매체 카트만두포스트는 한국을 비롯해 인도, 중국, 미국, 영국, 일본,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등이 자국 수색·구조팀의 현장 투입을 허용해 달라고 네팔 정부에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로크 바하두르 체트리 네팔 외교부 대변인은 “다른 국가들이 도와주겠다고 제안하는 것은 자연스럽다”면서도 “우리 보안 기관들이 수색과 구조 작업을 하고 있고 현재로서는 그런 도움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네팔 보안군이 구조 작전을 수행할 능력이 충분하다”며 “전문적인 도움이나 지식이 필요하면 그때 요청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네팔 군 당국은 이날 침수된 어퍼트리슐리(UT)-1 수력발전소 터널 내부에 갇힌 100여명을 구조하는 작업도 벌이고 있다. 이 발전소는 현재 연락이 두절된 한국남동발전과 두산에너빌리티 소속 한국인들이 건설하던 시설로 네팔 최대 규모다.
라자 람 바스넷 네팔군 대변인은 “헬기 2대를 투입했지만 터널 입구조차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네팔 총리실은 성명을 통해 “악천후로 위험한 상황이었지만 얼마 전 터널에 갇혀 있던 노동자와 지역 주민 350여명을 성공적으로 구조했다”며 “여전히 터널에 갇힌 100여명을 대피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네팔 구조 당국은 이날 오후까지 보안요원 1만4800여명을 투입해 홍수 피해 지역에서 3742명을 구조했다고 밝혔다.
국제적십자사·적신월사연맹(IFRC)의 데이비드 피셔 네팔 주재 대표단장은 이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최소 9만3000명이 피해를 입었다”며 “긴급한 도움이 필요하고 2차 홍수도 매우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번 대홍수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히말라야산맥의 기후변화로 대규모 빙하와 암석이 붕괴하면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랑탕리룽산(해발 7234m)의 고도 5200m 지점에서 폭 600m에 달하는 빙하가 암석과 함께 무너지는 과정에서 규모 5.2 지진과 맞먹는 충격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후 빙하와 토석류가 렌데강에서 트리슐리강까지 약 70㎞에 걸쳐 하류로 휩쓸려 내려가면서 대규모 홍수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빙하가 녹아 형성된 호수에서 막대한 양의 물이 한꺼번에 방출되는 ‘빙하호 붕괴’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로 히말라야 지역에서 이 같은 홍수가 앞으로 더 빈번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