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브로커 명태균씨가 오세훈 서울시장의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 사건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무상 여론조사 수수’ 사건 재판에서 상반되는 입장을 보인다는 지적이 재판부로부터 제기됐다.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구회근)는 28일 오 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항소심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명씨에게 이런 취지로 신문했다.
재판부는 명씨가 윤 전 대통령과 오 시장에게 각각 건넨 여론조사에는 받는 사람에게 유리하게 데이터가 조작됐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증인(명씨)은 윤석열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사건에선 윤석열 측으로부터 여론조사를 의뢰받은 바가 없고 비용에 관해서 서로 얘기하지도 않았다고 하는데, 이 사건에선 오세훈이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비용 얘기도 했다고 한다”며 “왜 다른가”라고 물었다. 오 시장의 유무죄를 가를 핵심 쟁점인 ‘의뢰 여부’에 관한 명씨의 진술 신빙성을 판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사건 1심은 오 시장이 여론조사 5건을 명씨에게 의뢰하고 비용 2100만원을 후원자가 대납하게 했다고 인정해 오 시장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명씨는 재판부 질의에 “윤석열과 오세훈은 처지가 달랐다”며 “윤석열은 당시 이미 여론조사에서 1등을 하던 무소불위의 인물이었지만, 오세훈에게는 내가 동아줄이었다”고 답했다.
윤 전 대통령은 대선 출마 당시 이미 지지도가 높아 명씨에게 따로 여론조사를 의뢰할 필요가 없었던 반면 오 시장은 오랜 정치적 공백으로 입지가 취약해 여론조사를 의뢰할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이다.
재판부가 “증인은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인가”라고 묻자 명씨는 “사실이다”라고 답했다.
명씨는 2021년 6월∼2022년 3월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총 2억7000만원 상당 여론조사 58회를 무상공여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달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수수 혐의로 함께 기소된 윤 전 대통령에겐 징역 2년이 선고됐다. 명씨는 오 시장의 사건에서도 여론조사를 제공한 인물로 지목됐지만 범죄 혐의가 적용되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