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8월, 한국마사회(KRA·회장 우희종)는 렛츠런파크 서울에서 한 달 뒤 열릴 한 번의 경주를 준비하고 있었다. 아직 해외 경주마가 서울에 도착하기도 전이었지만, 과천은 평소와 달랐다. 한국경마 사상 처음으로 세계를 향해 문을 여는 무대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와 있었다.
그해 7월1일 한국은 국제경마연맹(IFHA) 산하 국제경주분류위원회(IRPAC)로부터 ‘PART Ⅲ’에서 ‘PART Ⅱ’ 경마시행국으로 승격됐다. 2004년 PART Ⅲ로 처음 분류된 지 12년 만이었다. 승격 두 달 뒤인 9월에는 한국의 이름을 내건 코리아컵과 코리아스프린트가 처음 열릴 예정이었다.
9월11일 열린 첫 대회에는 1200m 코리아스프린트와 1800m 코리아컵이 편성됐다. 상금은 각각 7억원과 10억원으로 총 17억원. 당시 한국경마 사상 최고액이었다.
출전 열기도 뜨거웠다. 8개국에서 61두가 출전 신청을 냈다. 두바이 왕족을 비롯해 일본 노던팜과 샤다이팜 등 세계적인 마주들의 소유마도 신청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마사회는 8월 11일 선정위원회를 열어 해외 출전마 16두를 확정했다. 국제레이팅 115의 홍콩 ‘건핏’, 110의 일본 ‘크리솔라이트’ 등 정상급 경주마들이 한국행을 결정했다.
국내에서도 2015년 연도대표마 ‘트리플나인’과 통합 3관마 ‘파워블레이드’ 등이 코리아컵 출전 의사를 밝혔고, ‘감동의바다’와 ‘최강실러’ 등은 코리아스프린트를 겨냥했다.
경주마가 국경을 넘는 과정은 더 복잡했다. 국가 간 검역 협정이 필요했고, 수출국의 검사와 격리, 항공 수송, 입국 후 계류와 마방 배정, 대회 전 최종 확인까지 거쳐야 했다. 장거리 비행을 마친 말이 한국의 기후와 주로에 적응할 시간도 고려해야 했다. 대회 날짜에서 거꾸로 입국 시점을 정하고 국가별 일정을 맞추는 작업이 이어졌다.
첫 국제경주인 만큼 기존에 그대로 가져다 쓸 운영 매뉴얼도 없었다. 필요한 절차를 하나씩 정하면서 국제경주 운영 경험을 쌓아야 했다.
7월8일에는 약 6억원을 투입한 국제경마방송센터가 문을 열었다. 해외로 송출되는 경마 방송을 전면 영어로 제작·송출할 수 있는 기반이었다. 주로 안쪽에서는 ‘비전127’ 설치 공사가 한창이었다. 가로 127.2m, 세로 13.6m에 달하는 초대형 LED 전광판으로, 당시 세계에서 가장 긴 경마장 스크린을 목표로 했다. 2010년 문을 연 두바이 메이단 경마장의 110m×10m 스크린보다 가로 길이가 약 17m 길었다. 공개는 코리아컵 하루 전인 9월10일로 예정돼 있었다.
8월14일 열린 ‘제주의 날’ 기념행사에서는 ‘도르라 도르라 제주 몽생이 돌음박질’이 펼쳐졌다. ‘달려라 달려라 제주 경주마’라는 뜻의 제주어를 내건 행사로, 한국전쟁 이후 뚝섬에서 조랑말로 경마를 시행하던 역사를 되살린 자리였다.
제주마가 서울 주로에 선 것은 1954년 이후 62년 만이었다. 제주마 12두가 400m 원정 경주에 나섰고, 더러브렛·한라마·제주마가 함께 출전한 마종별 경주도 열렸다. 평균 시속이 각각 약 60㎞, 52㎞, 45㎞로 차이가 나는 만큼 출발 거리도 500m, 380m, 320m로 달리 설정했다. 이날 제주마 ‘봉성명가’가 우승했다.
세계의 경주마를 맞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던 그해 여름, 서울 주로 한편에서는 62년 전의 경마가 다시 살아났다.
그리고 10년이 흘렀다. 2026년 코리아컵은 국내 최초로 국제G2(IG2) 등급에 올랐다. 9월6일 렛츠런파크 서울에서 코리아컵과 코리아스프린트가 다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