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과학연구소(ADD)가 개발 중인 자폭무인기가 지난 25일 해상발사 전투실험에서 바다로 추락한 원인으로 발사관 결함이 지목됐다.
ADD 측은 28일 자폭무인기 해상 추락 원인 초동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ADD에 따르면 당시 사용된 발사대는 발사관이 위·아래 2단으로 구성됐는데, 아래쪽 발사관의 왼쪽 문에 ‘정렬 이상’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 결과 위쪽 발사관에서 무인기 발사 시 추진력으로 아래쪽 발사관 문이 움푹 들어가면서 반발력 불균형이 생겼고, 기체는 오른쪽으로 쏠렸다. 자세가 불안정해진 무인기는 바다로 추락했다.
ADD는 이전까지 수십 차례 해당 발사관으로 발사 시험을 진행했으나, 문제가 발생한 것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ADD는 무인기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군 안팎에선 사고 원인을 놓고 여전히 의문이 제기된다.
◆왜 실패했나
해군과 ADD는 지난 25일 부산 남방 해상에 있던 대형수송함 마라도함의 비행갑판에서 ADD가 개발 중인 중형 자폭무인기(자폭드론) 시험을 진행했다.
2㎞ 거리에 있던 고속 기동 무인표적정을 타격하는 첫 해상 전투실험이었다.
하지만 1차(오후 3시 30분), 2차(오후 5시 30분) 실험 모두 기체 발사 직후 바다로 추락했다.
이번 실험에 쓰인 무인기는 2단 다연장 발사대에서 로켓 보조 발사체계에 의해 발사됐다.
발사관 안에 들어있는 자폭무인기가 기체 후방의 추진체(부스터 로켓)의 힘으로 사출·이륙해서 일정 고도에 올라오면 프로펠러를 가동한다. 이륙 시점부터 프로펠러를 가동하기에는 발사관 내부 공간이 넉넉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된 것이 하단 발사관의 왼쪽 개폐문 정렬 이상이다.
발사관은 평소에 닫혀 있다가 무인기 사출 시 열리는 문이 있다. 이 가운데 하단 발사관의 왼쪽 개폐문이 정상 위치에서 어긋나 있었다.
상·하 2단으로 구성된 다연장 발사관의 위쪽에서 무인기가 발사되면, 추력선(로켓 배기가 뿜어지는 축선)은 물리적으로 하단 발사관 앞을 지난다.
일반적으론 무인기의 부스터 로켓 배기와 하단 발사관 구조물은 상호 간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엔 하단 발사관 좌측 문이 정렬 이상 상태였다.
무인기가 상단 발사관을 벗어나면서 뿜어낸 고온·고압 배기는 정렬되지 않은 문에 부딪혔다.
이로 인해 무인기를 밀어내는 로켓 부스터의 추력 방향이 한쪽으로 틀어졌다.
발사 초기 추력 편향은 매우 작은 각도라도 치명적 영향을 미친다.
ADD가 개발한 자폭무인기의 발사는 3단계를 거친다.
추진체를 점화하지만 자세 제어가 시작되지 않은 발사·공력 확보 단계, 추진체 연소 종료 및 분리와 증속·상승이 이뤄지는 단계, 엔진 프로펠러 가동 및 정상 비행 단계다.
급격한 추력 편향이 발생한 시점은 날개의 공력 및 자세 제어가 작동하지 않은 단계다.
이 단계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기체는 자세를 스스로 바로잡을 수단이 없다.
작은 추력 쏠림도 걷잡을 수 없을 정도의 자세 불안정으로 확대된다.
이번 실험에서 무인기가 발사 직후 고도를 잃고 해상에 추락한 이유다.
ADD 관계자는 “무인기와 전체 시스템의 작동 상태는 정상으로 확인됐다”며 “단순한 결함이 최악의 결과로 나타난 것에 대해 개발자로서도 누구보다 아쉽다”고 말했다.
◆추락을 막을 수는 없었나
현장에서 문제를 즉시 발견했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수도 있다.
ADD 측은 발사관 문의 구조 변형이 순간적으로 발생했다가 곧 복구되어 현장에서는 확인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ADD는 실험 직후 발사 장면 촬영 영상과 계측자료 분석 과정에서 개폐문의 정렬 이상과 순간적인 변형을 확인했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가장 큰 의문은 기체에 장착된 제어 시스템이 자세를 회복하지 못했느냐는 것이다.
비행체가 자세를 스스로 잡으려면 날개·방향타 사용 또는 프로펠러·엔진 추력 조절 중 하나가 필요하다.
그런데 ADD가 만든 자폭무인기의 해상 전투실험에선 두 가지 모두 활성화하기 이전의 단계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엔진 프로펠러 가동은 부스터 로켓이 기체를 일정 수준 이상 고도·속도로 올려놓은 뒤에 이뤄진다.
날개·방향타도 기체가 발사된 직후엔 속도가 매우 낮은 상태라 무용지물이다.
시스템이 작동해도 고도가 수m에 불과해 대응이 어렵다.
발사 직후 엔진 프로펠러 가동 전까지의 짧은 시간 동안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로켓보조 발사 방식 무인기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비행속도가 낮고 공력(물체가 공기 중에서 운동할 때 받는 기계적인 힘)이 작아서 제어가 어렵다는 것이다.
자세제어시스템이 작동해도 통제가 어려웠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이번에 발생한 추력 편향은 자세·비행제어시스템의 오류로 인한 것이 아니다.
부스터 로켓의 물리적 배기 흐름이 왜곡되어 발생했다.
발사 초기 부스터 관련 문제가 기체의 자세 오토파일럿 제어능력을 초과해서 비행이 실패하는 것은 학계에서 널리 알려진 실패 유형이다. 이번 사고도 이같은 유형에 해당한다.
다만 이같은 문제를 예방하는 기술이 적용됐는지는 불확실하다.
부스터 로켓을 기체에 있는 승강타 등에 붙여서 승강타의 움직임에 따라 부스터를 제어하는 기술이 있다.
부스터-조종면 보정장치다. 부스터 로켓 추력 편향으로 인한 추락, 저속 구간에서의 날개·승강타 효율 저하 문제를 덜어준다.
그런데 사고 직후인 28일 ADD의 초동 분석 결과에선 이같은 언급이 없다.
대신 ‘발사 초기 단계에선 공력 효과가 낮아 제어가 시작되기 전 단계’라는 표현이 있다.
ADD 자폭무인기가 발사 초기엔 일반적인 비행방식만 적용되는 것으로 설계되어 있었고, 그 결과 발사관 문의 정렬 이상으로 발생한 자체 불안정을 상쇄할 수단을 추가로 사용하지 못한 채 추락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ADD는 수십 차례의 지상시험을 통해 사업에서 요구한 핵심기술은 이미 확보했다는 입장이다.
별도의 해상 발사시험을 추가하지 않고 예정대로 다음 달 연구개발 과제를 종료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번 실험 과정에서 발사 초기 단계의 잠재적 문제가 드러난 만큼 이를 개선하는 작업을 거쳐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또다른 의문은 첫 번째 무인기가 발사 직후 오른쪽으로 기울며 바다에 추락했다는 점이다.
하단 발사관의 왼쪽 개폐문이 제대로 정렬되지 않은 상태였으므로 왼쪽으로 기울었어야 했다는 것이다.
이는 뉴턴 제3법칙(작용-반작용)과 연관이 있다는 지적이다.
자폭무인기의 부스터 로켓 배기는 좌·우 대칭으로 빠져나가야 한다. 그래야 탄도 비행을 할 수 있고, 엔진과 프로펠러를 가동해서 정상 비행을 한다.
그런데 이때는 하단 발사관의 왼쪽 개폐문이 제대로 정렬되지 않았으므로, 부스터에서 나온 가스는 왼쪽 방향에서 더 많은 힘(작용)을 얻는다.
그만큼 기체는 반대쪽인 오른쪽 방향으로 밀리는 상태(반작용)가 된다.
이는 총을 쏠 때 총알은 앞으로, 반동은 뒤쪽으로 나아가는 것과 같다.
다만 사고를 초래한 세부적인 이유와 정황은 ADD의 후속 정밀 조사에서 더 명확하게 규명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실험에 쓰인 무인기 성능은
ADD가 첫 해상 전투실험을 실시한 중형 자폭무인기는 2024년 시작된 ADD의 핵심기술 연구개발 사업 중 하나다.
외형상 이란산 샤헤드 자폭드론을 떠올리게 하지만, 실제 성능은 이스라엘산 하롭(HAROP) 드론과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저궤도 위성 통합 연동 및 자동표적인식(ATR) 기능 확보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군의 요구성능보다 높은 수준의 성능을 갖췄다.
탄두는 인명 살상 외에도 장갑차량 타격이 가능할 정도의 위력을 갖췄으며, 최대 10시간을 체공할 수 있다.
저궤도 위성을 이용한 데이터링크를 통해 산악지형에서 통신 공백 문제를 해소했다. 탐색기로 얻는 영상정보를 통해 특정 표적을 정밀타격할 수도 있다.
해당 무인기는 비용 절감 조치를 취할 경우 공군이 전력화할 K-루카스(LUCAS) 자폭드론으로도 전환이 가능할 전망이다.
2000년대 초에 도입해서 노후화가 진행된 이스라엘산 하피 자폭드론을 대체하는 국산 무기 개발에도 응용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향후 체계개발 작업이 본격화하면 다양한 용도로 쓰이는 것을 염두에 두고 사업화가 이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