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의 차세대 정치 지도자로 급부상한 미하일로 페도로우(35) 전 국방부 장관이 유럽의 군사 강국 이탈리아의 국방 혁신 자문을 맡게 되었다. 마케팅 전문가 출신인 페도로우는 국방장관 시절 장거리 드론(무인기) 전술을 도입해 러시아에 엄청난 타격을 입히는 등 전쟁의 판도를 바꾼 혁신가로 불린다.
28일(현지시간) dpa 통신에 따르면 귀도 크로세토 이탈리아 국방장관은 이날 로마에서 페도로우와 만나 대화를 나눴다. 이후 크로세토는 “페도로우 전 장관이 이탈리아의 국방 혁신 고문을 맡아 나를 지원해 달라는 제안을 수락했다”고 발표했다. 두 사람은 드론, 무인 전투 시스템, 그리고 방공에 관해 주로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크로세토는 “급격한 기술 변화에 대응해 이탈리아의 국방은 더욱 빠르고 유연해져야 한다”며 “페도로우 전 장관은 이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다”고 그를 영입한 이유를 밝혔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략 후 벌써 4년 6개월 넘게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의 전투 노하우를 배워야 할 필요성을 강조한 셈이다.
페도로우는 올해 1월 국방부를 맡은 뒤 장거리 드론 전술을 도입했다. 이는 러시아의 석유 시설 등 에너지 인프라와 물류 거점을 드론으로 타격함으로써 전쟁 수행 능력을 저하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페도로우의 전술은 성공을 거둬 러시아는 세계 최대 규모의 산유국이면서도 에너지 부족에 시달리는 지경이 되었다. 이에 우크라이나 국민은 페도로우를 ‘드론 영웅’이라고 부르며 열렬한 지지를 보냈다.
하지만 페도로우는 작전 주도권을 놓고 군 지휘부와 극심한 알력을 겪은 끝에 취임 6개월 만인 지난 7월 국방장관에서 해임됐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그에게 국방 혁신 담당 부총리로의 승진을 제안했으나, 페도로우는 “전쟁 수행에 직접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자리”라며 거절했다.
이후 페도로우는 반(反)젤렌스키 노선으로 돌아서 정치적 발언을 쏟아냈다. “내가 국방장관에서 물러난 뒤 우크라이나가 다시 패배의 길을 걷고 있다”며 젤렌스키를 성토한 데 이어 최근에는 2년 넘게 미뤄지고 있는 대통령 선거 실시를 촉구하기도 했다. 젤렌스키는 지난 2024년 5월 5년의 대통령 임기가 만료했으나 러시아와의 전쟁을 이유로 대선이 지연되며 벌써 2년 이상 임기가 연장된 상태다.
페도로우가 “장기화된 전쟁 속에서도 민주적 절차를 회복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자 젤렌스키는 “전쟁 상황에서 당장 선거를 치른다면 우크라이나를 분열시킬 쓰나미가 된다”고 응수했다. 이를 두고 외신들은 페도로우가 높은 국민적 지지율에 힘입어 젤렌스키의 라이벌로 떠오른 것이란 분석을 내놓았다.
이탈리아 국방장관의 고문직을 받아들인 페도로우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탈리아가 현대 전쟁 기술을 도입하고, 방위 부문을 강화하며, 새로운 글로벌 안보 도전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다만 그는 “이탈리아에 대한 자문 역할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 방어 강화’라는 나의 핵심 목표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나 국민이 자신을 필요로 하면 언제든 복귀하겠다는 뜻이다. 여기에는 페도로우의 대선 출마 또한 포함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