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 1.5인분이 4900원”…편의점 ‘양 늘리기’ 전쟁 붙었다

편의점 먹거리 시장에 ‘양 늘리기’ 경쟁이 붙었다. 기존에는 3000원 안팎 소용량 제품으로 간식 수요를 잡았다면 최근에는 가격을 크게 높이지 않으면서 양과 토핑을 늘려 한 끼 식사까지 해결할 수 있는 상품이 잇달아 등장하고 있다.

 

CU 제공

떡볶이부터 도시락, 햄버거, 샌드위치까지 가성비의 기준도 달라졌다. 단순히 ‘얼마나 싼가’보다 같은 돈에 ‘얼마나 많이, 다양하게 먹을 수 있느냐’가 제품 경쟁력을 가르는 요소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CU가 지난 3월 성수동 떡볶이 맛집 금미옥과 협업해 내놓은 ‘금미옥 킹쫄라떡볶이’는 출시 직후인 4~5월 CU 냉장분식류 매출 1위를 기록했다. 6~7월에도 2위를 유지했다. 밀떡에 라면과 쫄면을 함께 넣어 1.5인분으로 구성한 제품으로 가격은 4900원이다.

 

지난달 29일 출시한 ‘풀토핑 치즈라볶이’도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8월 CU 냉장분식류 매출 1위에 올랐다. 쌀떡과 라면, 어묵에 슬라이스 치즈 2장을 넣었다. 가격 역시 4900원으로 맞췄다.

 

두 제품의 흥행 공식은 비슷하다. 기존 컵 떡볶이보다 양을 1.5인분으로 키우면서 라면과 쫄면, 어묵, 치즈 등 별도로 구매하던 토핑을 한 제품 안에 넣었다. 떡볶이를 간식이 아니라 점심·저녁 한 끼나 야식, 안주로 먹을 수 있도록 소비 범위를 넓힌 셈이다.

 

CU는 이 흐름을 새로운 상품군으로 확장하고 있다. 지난 19일에는 분모자와 납작당면, 어묵에 마라 소스를 넣은 ‘풀토핑 마라분모자볶이’를 4900원에 출시했다. 오는 26일에는 밀떡과 순대, 들깨가루를 담은 ‘금미옥 킹떡순떡볶이’를 같은 가격에 선보인다.

 

편의점 떡볶이 경쟁의 축도 변하고 있다.

 

그동안 CU는 성수동 금미옥과 왕십리 악어떡볶이, 사당동 애플하우스 등 유명 떡볶이 맛집과 손잡고 레스토랑 간편식(RMR)을 출시했다. 소비자가 멀리 찾아가지 않고도 유명 맛집 메뉴를 편의점에서 맛볼 수 있다는 ‘맛집 협업’ 자체가 경쟁력이었다.

 

올해 들어서는 여기에 양과 구성을 더했다. 지난 3월에는 매장 라면 조리기를 활용해 직접 조리해 먹는 ‘미정당 즉석 떡볶이’를 선보였다. 대파·양배추 등 채소나 치즈, 핫바, 만두, 라면 등을 소비자가 직접 추가할 수 있도록 한 상품으로 출시 한 달 만에 누적 판매량 3만개를 넘어섰다.

 

편의점 간편식 시장 전체로 시야를 넓히면 ‘푸짐함’을 전면에 내세운 전략은 더 뚜렷하다.

 

GS25는 지난 6월 기존보다 밥 양을 25% 늘린 ‘오늘의든든한도시락’을 4000원대에 출시했다. 밥을 250g으로 늘리고 돼지불고기와 스팸구이, 미니돈가스, 소시지 등을 담았다. 당시 GS25의 6월 1~20일 도시락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1.2% 증가했다.

 

GS25는 앞서 ‘크게 만들수록 잘 팔린다’는 가능성도 확인한 바 있다. 기존 팔도 도시락 컵라면을 8.5배로 키운 729g짜리 ‘점보도시락’은 초기 준비 물량 5만개가 빠르게 완판되면서 정식 상품으로 전환됐다. 420g짜리 ‘혜자로운맘모스빵’ 역시 일반 빵보다 큰 용량과 단위 용량당 낮은 가격을 앞세워 베이커리 매출 상위 상품에 오른 바 있다.

 

세븐일레븐 역시 대용량·가성비를 올해 간편식의 주요 전략으로 두고 있다. 대표적인 제품군이 ‘한도초과’ 시리즈다. 기존 제품보다 밥과 반찬 양을 20% 이상 늘린 도시락을 내놓은 데 이어 올해는 햄버거와 도시락, 샌드위치 등으로 상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올해 간편식 전략 가운데 하나로 ‘대용량·가성비 한도초과 시리즈 확대’를 제시했다.

 

이마트24도 여러 메뉴를 한 상품에 담아 한 끼 완결성을 높이고 있다. 지난 6월 드라마 ‘취사병 전설이 되다’와 협업해 출시한 ‘전설의꿀조합’ 도시락에는 홍시 퓨레를 활용한 떡볶이와 참치마요덮밥, 김밥말이, 만두튀김 등을 함께 구성했다. 떡볶이 하나가 아닌 여러 분식 메뉴를 동시에 즐길 수 있도록 만든 제품이다.

 

편의점 업체들이 양과 구성에 공을 들이는 배경에는 고물가가 자리 잡고 있다. 외식 한 끼 가격이 계속 오르면서 편의점을 식사 장소로 활용하는 소비자가 늘자 무조건 가격을 낮추는 것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편의점 업계에서는 가성비를 앞세운 자체브랜드(PB) 비중도 커지고 있다. GS25의 지난해 전체 매출에서 PB 상품이 차지한 비중은 30%에 달했다. CU와 세븐일레븐 등도 저가·가성비 PB 상품을 확대하며 가격 민감도가 높아진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이에 따라 편의점 먹거리의 가성비 공식도 ‘최저가’에서 ‘가격 대비 총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3000원짜리 간식을 사는 대신 1000~2000원을 더 내고 식사 한 끼를 해결할 만큼 많은 양과 여러 토핑을 선택하는 소비자를 겨냥하는 방식이다.

 

CU의 1.5인분 떡볶이 흥행은 이런 변화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다. 4900원이라는 가격 자체보다 떡볶이에 라면·쫄면·순대·치즈·분모자까지 묶어 별도의 사이드 메뉴를 살 필요를 줄인 것이 핵심이다.

 

편의점 한 끼 경쟁이 ‘누가 더 싸게 파느냐’를 넘어 ‘5000원 안팎에 얼마나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느냐’로 옮겨가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