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마의자에 앉는 게 아니라 올라탄다”…로봇·AI로 바뀐 헬스케어 매장

로봇이 스스로 일어나 사람을 태우고, 앉으면 팔과 다리를 움직여 온몸을 스트레칭한다. 다른 기기에 손가락을 올리자 심박수와 산소포화도 등을 측정해 피로도와 긴장도를 보여준다. 얼굴과 두피를 향해서는 LED 광선이 나온다.

 

바디프랜드 제공

안마의자를 줄지어 놓고 판매하던 헬스케어 매장이 달라지고 있다. 수백만원을 넘나드는 고가 제품일수록 화면이나 설명만으로 기능을 전달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업체들이 오프라인 공간을 ‘직접 타보고 측정하고 쉬어가는 곳’으로 바꾸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바디프랜드는 전국 150여개 라운지에서 웨어러블 로봇과 인공지능(AI) 헬스케어 기술을 체험할 수 있는 ‘탑승하라 733’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단순히 안마의자에 앉아보는 수준을 넘어 로봇의 움직임과 생체정보 측정, 맞춤형 마사지 추천까지 한 공간에서 경험하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대표 제품인 ‘733’은 로봇 수트처럼 몸을 감싸는 형태다. 전원을 켜면 기기가 일어서면서 탑승을 돕고, 사용자가 자리를 잡으면 팔과 어깨, 다리, 발목, 고관절 등을 각각 움직인다.

 

두 팔을 위로 당기거나 팔과 다리를 회전시키고 발목과 고관절을 움직이는 등 혼자 하기 쉽지 않은 전신 스트레칭 동작까지 구현한다. 기존 안마의자가 이용자의 몸에 압력을 가하는 방식에 집중했다면, 733은 이용자의 팔다리를 직접 움직이는 로보틱스 기능을 전면에 내세웠다. 바디프랜드 공식 판매 페이지에서도 733을 발목·고관절·어깨관절까지 움직이는 전신 스트레칭 제품으로 소개하고 있다.

 

AI를 활용해 이용자의 상태를 읽는 기능도 확대되고 있다.

 

바디프랜드의 ‘다빈치 AI’는 광혈류측정(PPG) 센서에 손가락을 올리면 심박수와 산소포화도 등 생체정보를 측정한 뒤 이용자 상태에 맞는 마사지 프로그램을 추천한다. 지난 5월에는 해당 측정 기능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디지털의료·건강지원기기’ 성능인증을 획득했다. 바디프랜드 측은 헬스케어 가전업계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퀀텀AI’는 마사지에 LED 케어 기능을 결합했다. 기기 상단에서 나오는 LED를 활용해 얼굴 피부와 두피를 관리하는 방식이다. 사주팔자나 별자리 등 이용자가 입력한 성향 정보를 바탕으로 마사지 코스를 추천하는 콘텐츠도 넣었다.

 

바디프랜드가 체험을 강조하는 이유는 제품의 성격 자체가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 홈페이지에 등록된 헬스케어로봇만 17종에 달하며 733의 일시불 판매가는 1300만원, 퀀텀AI는 970만원 수준이다. 기능도 마사지에서 관절 움직임과 생체정보 측정, AI 추천 등으로 복잡해졌다. 설명만 듣고 수백만원대 제품을 구매하기보다 직접 사용해 보려는 수요가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체험 공간에 공을 들이는 곳은 바디프랜드만이 아니다.

 

세라젬은 이달 전국 110여개 카페형 체험 매장 ‘웰카페’를 멤버십 라운지 형태의 ‘웰라운지’로 새단장했다. 커피를 마시며 제품을 체험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척추·운동·휴식·뷰티·순환·에너지·정신 등 7개 영역별로 제품과 서비스를 경험하도록 매장 구조를 바꿨다.

 

온라인 예약 과정도 세분화했다. 방문 목적과 건강 고민 등을 미리 입력하면 매장에서 ‘웰니스 코치’가 이를 토대로 제품 체험과 상담을 진행한다.

 

세라젬은 체험 공간의 형태도 넓히고 있다. 기존 웰카페에 더해 골프와 헬스케어를 결합한 공간, 키즈 시설과 헬스케어 기기를 함께 배치한 공간 등을 선보이며 소비자의 생활 반경 안으로 체험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안마의자뿐 아니라 척추 의료기기와 운동기기, 뷰티 제품 등을 함께 판매하는 만큼 개별 제품 판매보다 ‘건강관리 경험’을 먼저 제공해 소비자를 붙잡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코웨이도 오프라인 체험 매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올해 1월 현대백화점 킨텍스점과 천호점에 잇따라 ‘코웨이갤러리’를 열었고, 3월에는 현대백화점 충청점에도 매장을 추가했다. 이곳에서는 슬립·힐링케어 브랜드 ‘비렉스’의 안마의자와 의료기기, 스마트 매트리스 등을 직접 이용할 수 있다.

 

체험도 짧게 앉았다 일어나는 방식이 아니다. 사전 예약 고객은 직원 상담을 거쳐 자신의 고민 부위와 컨디션에 맞는 안마 코스를 추천받고 독립된 공간에서 약 20~30분간 제품을 이용한다. 체험이 끝난 뒤에는 차와 간단한 다과도 제공한다.

 

지난해 현대백화점 미아점에 체험형 직영 매장을 낸 데 이어 올해도 백화점 점포를 늘리는 것을 보면 판매망 확대와 함께 ‘써보고 사는’ 구매 방식을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 읽힌다.

 

코지마 역시 스타필드 등 주요 상권에서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며 안마기기 체험과 1대1 상담을 제공하고 있다. 올해 여름에는 직영점에서 안마의자 체험을 예약하고 상담을 받은 고객에게 별도 혜택을 주는 행사도 진행했다.

 

헬스케어 업계가 체험 경쟁에 뛰어드는 배경에는 제품 가격과 기술의 동반 상승이 있다. 안마 기능만 비교하던 시장에서 로보틱스와 AI, 생체정보 측정, 의료기기, 수면 관리까지 경쟁 영역이 넓어지면서 제품 설명만으로 차이를 보여주기 어려워졌다.

 

업체 입장에서도 매장에서 충분한 시간을 보낸 고객은 제품 기능과 가격을 동시에 이해하기 쉬워진다. 오프라인 매장이 단순 판매점에서 브랜드의 기술을 보여주는 ‘쇼룸’이자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 접점으로 변하는 이유다.

 

안마의자에 한번 앉아보고 계약서를 쓰던 시대에서 이제는 로봇에 올라타 팔과 다리를 움직이고, 자신의 생체정보를 측정한 뒤 제품을 고르는 시대로 넘어가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