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 12만원인데 더 팔렸다”…특급호텔 디저트 매출 101% 뛴 이유

가격표만 놓고 보면 웬만한 외식비를 넘어선다. 그런데 이 가격을 받는 특급호텔 애프터눈 티의 매출이 오히려 늘고 있다.

 

롯데호텔앤리조트 제공

30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조선호텔앤리조트가 운영하는 레스케이프 ‘티 살롱’의 올해 1~7월 애프터눈 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01% 증가했다.

 

롯데호텔 월드 ‘더 라운지 앤 바’도 같은 기간 관련 매출이 55% 늘었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의 ‘로열 하이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약 10% 증가했다.

 

모두 각 호텔이 집계한 매출액 기준이다. 매출이 101% 늘었다고 해서 이용객이나 판매량이 두 배가 됐다는 뜻은 아니다. 상품 가격 변화도 매출에 영향을 줄 수 있어 호텔 애프터눈 티 시장 전체가 같은 속도로 성장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눈에 띄는 것은 가격이다. 레스케이프가 하우스오브신세계와 함께 내놓은 ‘팔레트 오브 시즌’은 2인 12만원이다. 10월 31일까지 판매한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의 ‘프렌치 보야지 로열 하이티’도 2인 12만원이다. 8월 31일까지 운영된다.

 

롯데호텔 월드의 시나모롤 망고 애프터눈 티는 2인 11만5000원이다. 둘이 먹으면 한 사람당 5만7500~6만원을 내는 셈이다.

 

비싼 가격에도 소비자가 찾는 이유를 음식의 양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호텔 애프터눈 티에는 디저트와 차 외에 라운지 공간, 서비스, 플레이팅, 시즌별 장식과 협업 상품이 함께 들어간다. 한 번 먹고 끝나는 음식보다 ‘어디에서 무엇을 경험했느냐’에 돈을 쓰는 상품에 가깝다.

 

호텔들이 최근 디저트 자체보다 그 주변을 꾸미는 데 공을 들이는 이유다. 레스케이프는 현재 하우스오브신세계와 손잡고 한국 공예를 애프터눈 티에 끌어들였다. 디저트를 유백빛 분청 테이블웨어에 담고 라운지에 공예 기물도 전시했다.

 

앞선 봄 시즌에는 카페 스와로브스키와 협업했다. 당시 주얼리에서 착안한 트레이와 디저트를 선보이고 카페 이용 혜택까지 붙였다.

 

롯데호텔 월드는 캐릭터를 택했다. 지난해 폼폼푸린에 이어 올여름에는 시나모롤과 망고를 결합했다. 2인 세트에는 재고가 소진되기 전까지 한정판 시나모롤 키링 1개도 제공한다.

 

먹는 순간뿐 아니라 사진으로 남길 장면과 가져갈 물건까지 한 상품에 집어넣은 것이다. 소비자들이 비싼 디저트 가격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은 아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 7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2.8% 올랐다. 음식 및 숙박 물가도 2.8% 상승했다.

 

이런 가운데 디저트에는 조금 다른 소비 심리가 나타난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지난 1월 평소 맛집에 관심이 높은 만 13~59세 남녀 1000명을 조사한 결과, 79.5%가 “맛있는 디저트를 먹는 것은 소소한 행복을 준다”고 답했다.

 

반대편 숫자도 만만치 않다. 67.6%는 “한 끼보다 비싼 디저트는 아무리 맛있어 보여도 구매가 망설여진다”고 답했다.

 

비싼 디저트에 가격 저항이 사라진 게 아니라는 얘기다. 평소 지출에서는 가격을 따지면서도 마음에 드는 상품에는 한 번씩 돈을 쓰는 소비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호텔 입장에서도 애프터눈 티는 같은 메뉴를 오래 파는 상품과 거리가 멀다. 계절이 바뀌면 식재료와 색을 바꾸고, 협업 브랜드와 캐릭터도 교체한다. 판매기간을 짧게 잡아 지금이 지나면 같은 구성을 다시 만나기 어렵게 만드는 방식이다.

 

조선 팰리스 ‘1914 라운지앤바’는 지난 3월 20일부터 6월 26일까지 리츠 파리 출신 파티시에 프랑수아 페레와 협업한 프렌치 애프터눈 티를 한정 판매했다.

 

레스케이프는 봄 스와로브스키 협업에 이어 8월부터 한국 공예를 전면에 내세웠다. 롯데호텔 월드도 시즌마다 캐릭터와 과일을 바꿔 새로운 상품을 내놓고 있다.

 

결국 12만원짜리 애프터눈 티에서 호텔이 파는 것은 디저트 몇 접시만이 아니다. 익숙한 호텔 공간을 시즌마다 다른 모습으로 바꾸고, 그곳에서 보내는 시간과 사진, 한정판 상품을 한꺼번에 묶는다. 가격만 보면 비싼 후식이다. 그 가격을 내는 소비자에게는 한 번 다녀올 만한 ‘경험’에 더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