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 내 ‘양극화’ 심각…정부, ‘하후상박’ 개편안은 돌연 중단

기초연금을 받는 만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소득과 재산을 모두 합쳐 환산한 소득인정액이 ‘0원’인 노인이 117만명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소득인정액이 월 200만원을 초과하는 수급자도 96만명을 넘어 기초연금 수급자 내부의 ‘양극화’가 드러났다. 저소득 노인을 더 두텁게 지원하는 ‘하후상박’ 방식의 기초연금 개편안을 준비 중인 정부는 발표 직전 일정을 취소하는 등 진통이 이어지고 있다. 충분한 공감대 형성 없이 ‘졸속’으로 추진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지난 26일 서울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종합상담실을 찾은 시민이 직원과 상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2024년 전체 기초연금 수급자 소득인정액 분포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4년 12월 말 소급분 기준 전체 기초연금 수급자 675만8487명 중 소득인정액이 0원으로 집계된 노인은 117만7012명으로 전체의 17.42%에 달했다.

 

소득인정액은 노인 가구의 근로∙사업∙연금소득 등 월 소득평가액과 보유한 주택∙토지∙금융자산 등 일반재산을 월 소득으로 환산해 합산한 금액이다. 소득인정액이 월 10만원 이하로 범위를 넓히면 총 145만8천948명이다. 전체 수급 노인 5명 중 1명 이상(21.59%)이 한 달 소득인정액 10만원 이하에서 기초연금에 의존하고 있다.

 

구간별로 보면 소득인정액 50만원 이하 수급자는 288만9643명으로 42.76%, 100만원 이하는 412만1144명으로 전체의 60.98%를 차지했다. 반면 상위 구간에 속한 수급자도 적지 않다. 200만원을 초과하는 소득인정액을 보유한 수급자는 96만7299명(14.31%)으로 조사됐다. 210만원을 초과하는 수급자도 85만815명(12.59%)에 달해 수급자 간 자산과 소득 양극화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현재 기초연금은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일률적으로 지급하고 있다. 모든 수급자에게 같은 액수(단독 가구 기준 월 34만9700원)를 준다.

 

기초연금 수급권자들 사이에서도 격차가 선명해지면서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로 정부는 제도 개편에 나섰다. 복지부가 마련한 개편안의 주요 내용으로는 기준중위소득과 연동해 하후상박식으로 저소득 노인을 두텁게 지원하는 것이다. 선정기준은 내년도 기준중위소득 90%에서 시작해 2028년 86.6%, 2029년 83.3%, 2030년 80%로 단계적으로 낮추는 방안이 주요하게 거론된다. 저소득층 보장은 강화하고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노인에게 돌아가는 지원을 줄이는 식이다.

 

보건복지부 청사. 보건복지부 제공

하지만 복지부는 지난 27일 예정됐던 개편안 사전브리핑을 전격 취소했다. 그러면서 “일부 사항이 최종 결정되지 못해 불가피하게 취소됐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정부 안팎에서는 노인 표심과 직결된 기초연금 개편의 세부사항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진통이 이어지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700만명이 넘는 고령층에게 해당하는 기초연금 제도를 개편하려는 정부가 충분한 논의 과정과 공감대 형성을 이루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 대통령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하후상박을 언급한 게 3월인데, 불과 6개월 만에 개편안을 마련해 발표하려 했다. 이 과정에서 충분한 공청회나 설명회가 있지도 않았다.

 

복지부가 제도 개편을 언급했다가 미룬 건 처음이 아니다. 복지부는 지난달 30일 직장가입자의 보수 외 소득에 대한 건강보험료 부과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의 개편안을 추진하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회의를 하루 앞두고 돌연 논의를 취소한 바 있다. 이 역시 보험료 부과 확대로 여론 반발을 의식해 논의를 미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탈모약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방안도 올해 하반기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환자단체와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지는 등 여론이 심상치 않자 관련 토론회를 취소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