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속이고 입대해 노르망디 상륙한 영국 참전용사 별세

도널드 터렐, 101세 나이로 숨 거둬
1944년 ‘디데이’ 당일 작전에서 활약
“빨리 군인 되려고 거짓말 해” 회상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이를 숨기고 영국군에 입대한 뒤 노르망디 상륙작전 등에서 싸운 참전용사가 101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29일(현지시간) 영국 PA 통신과 BBC 방송 등에 따르면 2차대전 상이용사 도널드 터렐이 전날 잉글랜드 에식스주(州)의 자택에서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눈을 감았다. 오랜 기간 터넬과 인연을 맺어 온 지역 참전용사 후원단체는 성명에서 “2차대전 참전용사로서 도널드는 우리가 결코 잊지 못할 용기와 헌신의 세대를 대표했다”며 “우리가 그를 알게 된 것은 큰 영광이었으며, 그는 엄청난 애정과 감사의 마음으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고인을 애도했다.

 

영국 2차대전 참전용사 도널드 터렐(1925∼2026). 1942년 징병 대상 연령 18세보다 한 살 어린 17세였는데도 나이를 속이고 육군에 입대해 노르망디 상륙작전 등에서 싸웠다. 방송 화면 캡처

터렐은 1925년 런던에서 태어났다. 영국은 1939년 9월 나치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한 뒤 독일의 국제법 위반을 들어 프랑스와 더불어 선전포고를 했으며 이로써 2차대전이 시작됐다. 원래 모병제의 나라이던 영국은 개전과 동시에 징병제를 도입해 18세 이상 41세 이하 남성의 군 복무를 의무화했다. 그런데 1942년 당시 17세이던 터렐은 다니던 자동차 공장을 그만둔 뒤 징병관에게 찾아가 나이를 속이고 육군에 입대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 2025년 영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터렐은 “나는 내 나이에 대해 거짓말을 했다”며 “그것(나이)을 (18세로) 조금 올려 군대에 갈 수 있게 되어 몹시 행복했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항상 군인이 되고 싶었다”며 “다른 모든 젊은이들처럼 나라를 지키는 데 나름의 역할을 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기본 군사 훈련을 마친 터렐은 1944년 6월6일, 이른바 ‘디데이’(D-Day)에 맞춰 동료 부대원들과 함께 나치 독일이 점령 중인 프랑스 해안에 발을 내디뎠다. 저 유명한 노르망디 상륙작전이다. 당시 작전은 노르망디 해변의 유타(Utah)·오마하(Omaha)·골드(Gold)·주노(Juno)·소드(Sword) 5개 지점을 목표로 이뤄졌다. 이들은 진짜가 아닌 가상의 지명, 곧 암호였다. 유타와 오마하는 미군, 골드와 소드는 영국군, 주노는 캐나다군이 각각 맡았다. 터렐이 속한 부대는 소드 해변에 상륙했다.

 

프랑스 노르망디 해변에 있는 영국군의 노르망디 상륙작전 참전 기념비. 1944년 6월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작전 당시 영국군은 총 5곳의 상륙 지점 가운데 미군과 대등하게 2곳의 점령 임무를 수행했다. 영국 노르망디 기념관

디데이에 대한 터렐의 기억은 그저 참혹할 뿐이다. “영국에서 출발해 바다를 건너 프랑스로 가는 내내 설레면서도 불안한 감정을 느꼈어요. 처음 전쟁을 접한 순간이 어땠냐고요? 노르망디 해안에 상륙하자마자 파도에 떠밀려 오는 아군 전사자들 시신부터 목격했죠.”

 

상륙작전 성공 후 1개월여 지난 1944년 7월10일 터렐은 독일군과의 교전 도중 크게 다쳐 야전병원으로 후송됐다. 의료진은 터렐에게 ‘더 이상 전투 임무를 수행할 수 없다’는 판정을 내렸고, 얼마 뒤 그는 제대 명령에 따라 전쟁터를 떠났다. 당시 입은 상처 때문에 평생 고통에 시달리며 재활 치료를 받았음에도 터렐은 함께 싸운 전우들의 이름과 얼굴을 생생히 기억하며 전사자들 추모 활동에 앞장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