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오래 쐤더니 기침·고열… ‘레지오넬라’ 의심을

대형건물 냉각탑 등 오염으로 전파

노년층·폐질환자 등 폐렴 주의해야
차량·가정용에어컨서는 전파 안 돼

처서가 지났지만 무더위가 쉽사리 꺾이지 않으면서 냉방시설도 쉴 새 없이 가동되고 있다. 이맘때 대형건물의 냉각탑이나 급수시설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주의해야 할 감염병이 ‘레지오넬라증’이다. 특히 고열과 기침,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나타날 경우 신속한 진료가 필요하다.

30일 의료계에 따르면 레지오넬라증은 레지오넬라속 세균에 의해 발생하는 감염병으로, 폐렴을 일으키는 ‘레지오넬라 폐렴’과 비교적 가벼운 급성 발열성 질환인 ‘폰티악 열’로 나뉜다. 국내에서는 3급 법정감염병으로 관리된다. 질병관리청 ‘2025 감염병 신고 현황 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신고 환자는 전년보다 41.6%(188명) 증가했다.

사무실 에어컨. 뉴시스

레지오넬라균은 호수와 강 등 담수 환경에 존재하며 25∼45℃의 따뜻한 물에서 잘 증식한다. 오염된 물이 미세한 물방울인 에어로졸 형태로 공기 중에 퍼지고 이를 들이마시면 감염될 수 있다. 대형건물 냉각탑과 냉·온수 급수시설, 목욕탕·온천, 분수, 물놀이시설 등이 주요 감염원이다.



다만 에어컨을 사용한다고 곧바로 감염 위험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가정용이나 차량용 에어컨은 냉각 과정에서 물을 사용하지 않아 레지오넬라균 감염 위험이 없고 사람 간 전파도 일어나지 않는다.

폰티악 열은 발열과 오한, 근육통 등 감기와 비슷한 증상을 보이다 대부분 수일 안에 회복한다. 문제는 레지오넬라 폐렴이다. 감염 후 2∼10일의 잠복기를 거쳐 두통과 근육통, 전신 쇠약감이 나타난 뒤 40℃에 가까운 고열과 기침, 오한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심하면 흉통과 호흡곤란, 의식장애 등이 동반된다.

특히 50세 이상이거나 흡연자, 만성폐질환·당뇨 등 만성질환자, 면역저하자는 감염과 중증화 위험이 높다. 다른 세균성 폐렴과 증상이 비슷해 소변 항원검사나 호흡기 검체 검사 등을 통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진단되면 적절한 항생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치료가 늦어질 경우 폐농양과 호흡부전은 물론 저혈압과 쇼크, 신부전 등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윤희영 순천향대서울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여름철 갑작스러운 고열과 기침, 호흡곤란이 나타나거나 일반적인 폐렴 치료에도 호전이 없다면 레지오넬라 폐렴 가능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특히 50세 이상이거나 흡연자, 만성폐질환·당뇨·면역저하가 있는 경우에는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