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70세 여성 김모씨는 3년째 손녀를 돌보고 있다. 아이를 안아 재우고 허리를 굽혀 목욕시키는 일이 반복되면서 얼마 전부터 허리 통증이 시작됐다. 처음에는 나이가 들어 생긴 근육통이라 생각해 파스를 붙이며 버텼지만 통증은 가라앉지 않았다. 결국 병원을 찾은 김씨는 골다공증으로 인한 척추골절을 진단받았다.
맞벌이 자녀를 대신해 손주를 돌보는 ‘황혼육아’가 늘면서 노년층, 특히 여성의 돌봄 부담도 커지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의 ‘2024년 국민시간이전계정’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년층이 생산한 ‘미성년자 돌보기’ 가치는 5조3620억원이었다. 이 가운데 여성의 생산액은 3조8040억원으로 남성(1조5580억원)의 약 2.4배였다. 2019년 2.2배보다 격차가 더 벌어졌다.
황혼육아 자체가 골다공증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골밀도가 낮아진 고령층에게는 아이를 안거나 업고 이동하고 반복적으로 허리를 굽혔다 펴는 동작이 척추와 고관절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작은 낙상도 골절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골다공증은 별다른 증상 없이 진행되다 골절이 생긴 뒤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 ‘침묵의 질환’으로 불린다.
◆키 줄고 허리 아프면 골절 의심
30일 대한골대사학회에 따르면 50세 이상 여성의 골다공증 골절은 2002년 7만5380건에서 2022년 32만9104건으로 20년 만에 336.6% 증가했다. 골다공증은 뼈의 양이 줄고 구조가 약해져 작은 충격에도 쉽게 골절되는 질환이다. 특히 폐경 이후 여성은 여성호르몬 감소로 골밀도가 빠르게 낮아진다. 고령자나 저체중인 사람, 류머티스·갑상선질환 등 일부 만성질환이 있거나 골밀도에 영향을 미치는 약물을 장기간 복용하는 경우에도 위험이 높다.
주요 골절 부위는 척추와 손목, 고관절이다. 손목이나 고관절 골절은 넘어지는 등 비교적 뚜렷한 계기로 발생하지만 척추 압박골절은 심하게 넘어지지 않아도 생길 수 있다.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허리를 굽히는 일상적인 동작, 심한 기침 등이 계기가 되기도 한다. 특히 척추골절은 통증이 심하지 않거나 특별한 외상이 없어 환자가 골절 사실을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도 있다.
골다공증은 증상이 나타나기를 기다리기보다 골밀도 검사를 통해 위험을 미리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폐경 후 여성이나 고령층 등 고위험군은 정기적으로 골밀도를 확인하고 충분한 칼슘과 비타민D 섭취, 걷기나 근력운동 등으로 뼈 건강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
골밀도는 일반적으로 이중에너지 X선 흡수계측법(DXA)으로 측정하며, 검사 결과와 연령·골절 이력 등을 함께 고려해 향후 골절 위험을 평가한다. 고령 부모가 손주를 돌보고 있다면 욕실·계단에 안전 손잡이를 설치하고 바닥의 전선 등 낙상 위험 요소를 치우는 것도 중요하다.
신성재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황혼육아를 하는 조부모들은 아이를 안거나 업고 이동하고 반복적으로 쪼그려 앉았다 일어나는 동작이 많아 척추와 고관절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자녀들도 부모의 골다공증 검사와 치료 여부를 함께 챙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첫 골절 뒤엔 재골절 막아야
골다공증에서는 첫 번째 골절 이후의 관리도 중요하다. 한 차례 골절이 발생했다는 것은 뼈가 상당히 약해져 있다는 신호다. 골절 후 통증으로 움직임이 줄어 근력과 균형감각까지 떨어지면 다시 넘어져 또 다른 골절로 이어질 위험도 커진다. 이른바 ‘도미노 골절’이다. 척추나 고관절처럼 일상생활에 직접 영향을 주는 부위의 골절은 활동량을 크게 떨어뜨려 회복 이후에도 낙상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재골절을 경험한 여성 가운데 41%는 첫 골절 후 2년 안에 다시 골절됐다. 손목 골절 이후 척추나 대퇴골 골절 위험은 2∼4배 높아지고, 한쪽 고관절 골절 후 1년 안에 반대쪽 고관절까지 골절될 가능성도 약 10%에 이른다. 첫 골절을 단순히 지나간 사고가 아니라 다음 골절의 위험 신호로 봐야 하는 이유다.
이 때문에 최근 1∼2년 사이 척추나 고관절 등 주요 골다공증성 골절을 경험했거나 골밀도가 매우 낮은 환자는 ‘골절 초고위험군’으로 분류해 보다 적극적으로 치료한다. 골절된 부위만 치료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음 골절이 생기기 전에 골밀도를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첫 골절 직후 수년은 재골절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시기여서 치료를 미루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국내외 진료지침에서는 골절 위험이 매우 높은 환자에게 로모소주맙 등 골형성 촉진제를 우선 사용한 뒤 골흡수 억제제로 전환하는 순차치료를 권고한다. 뼈 생성을 촉진하고 뼈의 파괴를 억제해 골절 위험이 높은 시기에 골밀도를 빠르게 끌어올리고, 이를 유지해 재골절을 예방하는 전략이다.
신 교수는 “고령 환자는 한 번 골절이 발생하면 이동성과 독립적인 일상생활이 크게 제한될 수 있다”며 “재골절 위험이 높은 만큼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골밀도를 높여 다음 골절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골절 이후 치료를 중단하지 않고 정기적으로 골밀도와 골절 위험을 평가하며 치료를 이어가는 것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