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만에 초산연령 5세 늦어져 다음세대 이어지는 재생산 차질 고용·주거 불안정 가장 큰 원인 일·가정 양립 지원도 보편화돼야
최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통계에서 2025년 합계출산율은 0.80명으로 전년보다 0.05명 높아졌다. 출산율이 2년 연속 상승하면서 이제는 저점에서 벗어나지 않았나 하는 희망도 있지만, 이것이 과연 지속가능한 상승인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출산율이라는 결과적인 수치와 함께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한국인의 결혼과 출산 시기의 변화이다. 2000년 여성의 평균 초혼연령은 26.5세, 첫째 출산연령은 27.7세였다. 2025년에는 각각 31.6세와 33.2세가 되었다. 사반세기 동안 각각 5년 이상 늦어진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러한 추세가 장기간 한 번도 꺾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현재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늦게 출산하는 국가가 되었다.
이삼식 한양대학교 고령사회 연구원 원장
인구학에서는 한 세대가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과정을 ‘재생산’이라고 한다. 재생산 과정은 마치 도미노 같아서 한 단계에서 생긴 지연에 다음 단계의 어려움이 더해지면서 지연은 연쇄적으로 누적된다. 미혼에서 결혼으로, 결혼에서 첫 출산으로, 첫 출산에서 추가 출산으로 이어지는 과정 중 어느 한 단계가 조금 늦어져도 다른 단계에서 시간을 줄일 수 있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모든 단계가 함께 늦어지고 있다.이처럼 재생산 시기가 계속 늦어지면 출산율의 회복은 구조적으로 어려워진다. 남아 있는 가임기간이 짧아지고 가임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늦은 자녀 양육·교육이 노후 준비와 정년 시기에 맞닿아 경제적 부담을 키우고, 늦은 나이에 자녀를 키워야 한다는 심리적·신체적 부담도 커진다. 생리적 한계에 경제적·심리적 부담까지 겹치는 것이다. 결국 결혼이나 출산을 포기하거나, 아이를 갖더라도 원하는 만큼 갖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다.
한국에서는 그 영향이 더 직접적이다. 서구사회에서는 비혼출산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해 결혼 시기의 지연이 곧바로 출산 시기의 지연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결혼과 출산의 결합이 여전히 강한 한국 문화에서는 비혼출산이 단기간에 일반적인 재생산 경로가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미혼 상태를 더 오래 유지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충분히 추구한 뒤 결혼과 출산을 선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변화일 수 있다. 문제는 개인의 선택과 무관하게 사회경제적 여건 때문에 그 시기가 계속 늦어지거나 과정이 중단되고 있다는 점이다. 주요 원인은 고용과 주거의 불안정,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이다. 고용과 주거의 불안정은 미혼에서 결혼으로, 결혼에서 첫 출산으로 가는 시간을 늦춘다.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은 결혼에서 첫 출산으로, 첫 출산에서 추가 출산으로 가는 시간을 늦추거나 멈춰 세운다.
저출산 대책들을 우선순위 없이 무분별하게 도입하는 것보다 재생산 단계별로 그 시기를 늦추고 있는 원인들에 대해 선택과 집중할 필요가 있다. 미혼에서 결혼으로 이어지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는 우선 고용과 주거의 양적 확대와 더불어 질적 수준을 높일 필요가 있다. 일자리는 안정성과 전망이 있고, 자기계발과 여가·문화생활이 가능해야 한다. 공공임대 공급이나 주택구입자금 지원이 충분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청년층을 위한 고용 및 주택 정책은 대상 확대와 더불어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일·가정 양립의 보편화와 일상화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일·가정 양립 서비스들은 더 이상 일부 직장인의 전유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정규직인지 비정규직인지, 대기업인지 중소기업인지, 어떤 계약으로 일하는지에 관계없이 일하는 부와 모는 모두 일·가정 양립 제도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육아휴직 등 일정 기간의 제도 이용에 한정하지 않고, 자녀를 키우는 기간 내내 일·가정 양립이 가능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들은 거시적이고 구조적이어서 정부 정책 몇 가지로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렵다. 기업과 지역사회 등 여러 사회 주체의 역할도 중요하다. 늦게 출산하는 사회에서 따져봐야 할 것은 몇 명을 낳았느냐만이 아니다. 왜 원하는 때에 삶의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어려운지도 살펴야 한다.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스스로 시기를 늦추는 것은 선택이지만, 사회경제적 여건 때문에 늦어지는 것은 선택이라고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