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자산운용사들의 상품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 시장의 주목을 받는 상품은 국내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채권에 동시에 투자하는 혼합형 상장지수펀드(ETF)다. 탄탄한 펀더멘털(기초체력)을 바탕으로 우상향이 예상되는 반도체 우량주에 투자하면서도, 채권이라는 ‘안전망’을 구축하는 형태다. 특히 위험자산 투자가 제한되는 연금계좌에서 두 대형 반도체 종목 투자 비중을 최대치로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6종 순자산 6.4조 ‘뭉칫돈’
◆채권 구성·운용 방식 등 차이
이 상품들은 전체의 50%가량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식으로 채우고, 나머지 50%는 안전자산인 국채에 투자한다는 점에서 형태가 비슷하다. 다만 구성 방식과 총보수, 배당 등에서 조금씩 차이가 있다.
‘RISE 삼성전자SK하이닉스채권혼합50’과 ‘1Q K반도체TOP2채권혼합50’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각각 25%씩 편입하고, 나머지 50%는 단기 국고채·통안채에 투자한다. ‘KIWOOM 삼성전자&SK하이닉스채권혼합50’의 경우 잔존만기 1년 이하 국고채·통안채 등 단기채권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성과연동 특별분배 정책을 적용해 차별점을 뒀다.
‘KODEX 삼성전자SK하이닉스채권혼합50’은 만기 5년 이내의 국고채에 투자한다. 단기채권에 비해 만기가 길어 평시 이자율이 더 높고, 금리 인하 시 채권 가격 상승으로 추가 수익이 가능하지만 금리가 상승할 땐 가격 변동 위험이 크다.
‘TIGER 삼성전자SK하이닉스미국채혼합50’은 잔존만기 1년 이내의 미국 단기국채로 50%를 채운다. 미국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만큼, 미 국채에서 발생하는 이자수익을 매월 분배금의 주요 재원으로 활용하는 전략이다.
‘ACE 삼성전자SK하이닉스플러스채권혼합50’의 차별점은 투자하는 국내주식이 3개라는 점이다. 두 종목 외 나머지 한 종목은 시가총액 상위 10종목 중 ‘인공지능(AI)반도체’ 키워드 연관 상위 종목으로 선정한다. 상장일 기준으론 삼성전기가 편입됐으며 비중은 삼성전자 20%, SK하이닉스 20%, 삼성전기 10% 수준으로 담겼다.
총보수의 경우 ‘TIGER 삼성전자SK하이닉스미국채혼합50’이 0.15%로 가장 높다. ‘KODEX 삼성전자SK하이닉스채권혼합50’·‘ACE 삼성전자SK하이닉스플러스채권혼합50’·‘KIWOOM 삼성전자&SK하이닉스채권혼합50’이 각 0.07%이며 ‘RISE 삼성전자SK하이닉스채권혼합50’·‘1Q K반도체TOP2채권혼합50’이 각 0.01%다.
◆연금계좌서 활용도 높아
채권혼합 ETF의 가장 큰 장점은 연금계좌에서 극대화된다. 퇴직연금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며 올해 550조원 규모로 불어났다. 특히 증시 호황에 연금계좌를 통해 주식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개인이 직접 운용하는 확정기여(DC)형과 IRP(개인형퇴직연금)에 자금이 몰리는 추세다. 현행법상 DC형과 IRP 계좌에서 주식형 ETF 등 위험자산은 최대 70%까지 투자할 수 있지만, 주식 비중이 50% 이하인 채권혼합형 ETF는 안전자산으로 분류돼 투자에 제한이 없다. 만약 투자자가 위험자산 한도(70%)를 주식형 ETF로 채우고, 나머지 안전자산 규제분(30%)을 삼성전자·SK하이닉스 채권혼합 ETF로 채운다면 실질 주식 투자 비중을 85%까지 늘릴 수 있다.
한용희 그로스리서치 연구원은 “채권혼합 투자 전략은 상대적으로 본인의 자산을 보호할 수 있는 투자 방식으로, 연금계좌 활용도가 좋다”며 “변동성이 무서운 안정적인 투자자에게도, 변동성을 기회로 삼는 공격적인 투자자에게도 유용한 선택지”라고 설명했다.
다만 반도체가 사이클 산업이라는 점은 투자 시 유념할 필요가 있다. 호황기에 수익률이 급격히 커질 수 있지만, 반대로 장기간 주가가 정체되거나 하락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퇴직연금은 은퇴 이후 삶을 위한 ‘보험’인 만큼, 본인의 상황과 안정성을 고려한 포트폴리오 구성이 바람직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