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가 몸에 좋다는 건 익히 알려져 있다. 근력과 균형 감각을 키우고 심장병·뇌졸중 위험을 낮춘다는 연구도 적지 않다. 그런데 골프가 단련하는 건 몸만이 아니다. 미국 골프전문지 골프다이제스트는 최근 관련 연구들을 소개하며 골프를 ‘뇌를 위한 양식(brain food)’이라고 표현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치매다. 일본 도쿄 공중보건과학센터가 고령자 4만3000여명을 분석한 결과, 골프를 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37%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생각해보면 골프는 18홀 내내 쉴 새 없이 머리를 써야 하는 운동이다. 홀까지 남은 거리를 계산하고 그린의 경사를 읽는다. 어떤 클럽을 잡을지, 어디를 공략할지 판단하고 샷마다 스윙을 점검한다. 걷는 동안에도 계산과 판단, 집중이 반복되는 셈이다.
라운드 동안에는 기분과 감정 조절, 사회적 유대에 관여하는 여러 신경전달물질도 작용한다. 도파민은 공을 제대로 맞혔을 때 느끼는 짜릿함과 관련이 있다. 하루 종일 샷이 안 풀려도 마지막 18번 홀에서 터진 ‘한 방’에 다음 라운드를 또 기다리게 된다. 엔도르핀은 통증을 줄이고 만족감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고, 세로토닌은 기분과 감정을 조절하는 데 관여한다. 이른바 ‘유대 호르몬’으로 불리는 옥시토신은 동반자와 어울리며 느끼는 사회적 유대와 관련이 있다.
미국프로골프(PGA)·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멘털웰니스 디렉터인 심리학자 줄리 아마토 박사는 골프다이제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골프가 실력과 관계없이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골프는 친구들과 오랜 시간 야외에서 하는 독특한 운동”이라며 “걷는 것만이 아니라 자연과 연결되고 사람들과 어울리며, 세대를 잇는 운동”이라고 말했다. 이어 “골퍼들은 좌절과 기쁨을 함께 나눈다.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훌륭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골프가 늘 정신 건강에 이롭기만 한 것은 아니다. 잘 맞은 줄 알았던 공이 엉뚱한 곳으로 향하고, 짧은 퍼트를 연달아 놓치다 보면 클럽을 내던지고 싶은 순간도 찾아온다. 좀처럼 ‘100타의 벽’을 깨지 못해 골프가 오히려 스트레스가 되는 골퍼도 있다.
아마토 박사는 골프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마음가짐부터 바꿀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먼저 코스에서 일정한 루틴을 만드는 것이다. 매번 같은 방식으로 샷을 준비했다면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할 건 다 했다’고 생각하고 훌훌 털어낼 수 있다. 다음 샷에 집중하기도 한결 쉬워진다.
그는 “골프는 그저 재미로 하는 것이라고 여기고, 코스에서 벌어지는 일은 그러려니 받아들이면 된다”고 말했다.
‘한국 골프산업백서 2024’에 따르면 국내 골프 인구는 700만명을 웃돈다. 골프가 몸뿐 아니라 뇌에도 긍정적인 자극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는 많은 이들에게 반가운 소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