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남은 후보 3명 중에서 제청하라” 김민기 판사 ‘내정’ 의혹만 확산할 것 대법원장 임명 제청권 무력화 안 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어제 초유의 대법관 재제청과 관련해 “기존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한 후보 중 한 명을 대법관 후보로 다시 제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추천위는 김민기·박순영·손봉기·윤성식 판사를 대법관 후보로 추천한 바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4명 가운데 손 판사를 골라 대법관 임명을 제청했으나, 이재명 대통령은 엊그제 이를 반려하고 재제청을 요구했다. 민주당 의원들 얘기는 결국 조 대법원장이 손 판사를 뺀 나머지 3명 중에서 새 대법관 후보자를 제청해야 한다는 요구인 셈이다.
현행 법원조직법은 ‘추천위는 대법관 후보자를 제청할 때마다 위원장 등 10명의 위원으로 구성한다’는 취지로 규정했다. 이를 두고 ‘조 대법원장이 손 판사의 대법관 임명을 제청하는 순간 추천위는 효력이 다했다’는 의견과 ‘그렇지 않다’는 견해가 맞서는 모양새다. 대통령의 제청 반려 자체가 이례적인 일인 만큼 반려 이후 절차 또한 명문 규정은커녕 관행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다. 다만 법조계의 다수의견은 ‘제청과 동시에 추천위의 임무는 끝났다’는 쪽인 듯하다. 새로운 대법관 후보자 물색은 새로운 추천위가 맡는 게 타당하다는 것이다.
세간에는 이 대통령이 마음에 둔 새 대법관은 진보 성향의 김민기 판사란 소문이 파다하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확인되지 않는 사항”이란 입장이다. 문제는 김 판사 남편이 오영준 헌법재판소 재판관이란 점이다. 이재명정부 들어 법원 판결도 헌재 심판 대상으로 삼을 수 있도록 법률 개정이 이뤄졌다. 김 판사가 대법관이 되면 그가 내린 판결의 위헌 여부를 오 재판관이 심사하는 ‘이해 충돌’이 벌어질 수 있다. 설령 그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청와대는 부부가 나란히 대법관, 헌법재판관을 맡는 것이 우리 국민 정서에 부합한다고 보는가.
일선 법관들 사이에선 김 판사가 대법관 후보로 낙점될 때까지 대법원과 청와대 사이에 ‘제청→반려’ 대립이 핑퐁처럼 반복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는 조 대법원장 본인은 물론 앞으로 취임할 대법원장들의 대법관 임명 제청권조차 무력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 등 야권에서 ‘대통령의 대법관 쇼핑’이란 비판이 제기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우리 옛말에 ‘새 술은 새 포대에 담아야 한다’고 했다. 대법원은 추천위부터 다시 꾸린 뒤 ‘제로 베이스’에서 새로 대법관 후보자들을 검토하도록 함이 타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