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통’ 황인상 국립외교원 부장 “한류 흐름 탄 한국, 중남미 시장 확장 골든타임” [차 한잔 나누며]
기사입력 2026-08-31 06:00:00 기사수정 2026-08-31 07:14:16
EU·日, 메르코수르와 무역 속도 韓, 협상 늦어지면 주력산업 타격 반도체 강점 살려 ‘윈윈’거래 기대 광물·식량 등 공급망 다변화 필요
“다시 속도를 내야 할 ‘골든타임’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난달 남미 순방 등으로 본격화된 한국·남미공동시장(MERCOSUR·메르코수르) 무역협정 협상에 대한 황인상 국립외교원 국제통상경제안보연구부장의 진단이다.
황인상 국립외교원 국제통상경제안보연구부장이 지난 28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메르코수르 무역협정 협상을 신속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유럽연합(EU)이 메르코수르와 무역협정을 타결하고 일본까지 협상에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늦어지면 주력 산업의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메르코수르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우루과이로 구성된 남미 최대 경제블록이다.
통상정책기획과, 세계무역기구(WTO)과, 북미유럽연합통상과 등을 거치며 외교부 내에서 손꼽히는 통상 전문가로 평가받는 황 부장이 한·메르코수르 무역협정에서 ‘타이밍’을 강조하는 건 경험 때문이다.
벨기에 근무 당시 한국이 EU와 FTA 협상을 추진하자 경쟁국인 일본이 크게 긴장했던 상황을 떠올렸다. 그는 “자동차를 포함해 유럽 시장을 한국에 빼앗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에 당시 일본이 굉장히 당혹스러워했다”고 전했다.
협상 대상이 메르코수르로 바뀌면서 한국과 일본의 입장이 바뀌었다는 게 황 부장의 진단이다. EU·메르코수르 협정이 올해 5월 잠정 발효한 데 이어 일본도 6월 메르코수르와 EPA 협상 개시에 합의했다.
특히 주목되는 점은 일본 역시 한국과 마찬가지로 농산물 시장 개방에 부담이 크지만 핵심광물과 공급망 등 경제안보의 중요성을 고려해 협상에 나섰다는 사실이다. 황 부장은 “농산물은 일본에도 민감한 문제지만 광물과 공급망, 경제안보가 워낙 중요해지면서 협상을 진전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며 “과거 일본이 우리의 유럽 시장 진출을 주목했던 것처럼 이제는 우리도 중남미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선점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르코수르는 수출시장으로서뿐만 아니라 공급망 다변화 측면에서도 전략적 가치가 크다. 핵심광물과 식량·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중남미와 한국의 제조업을 연계하면 미국과 중국에 집중된 시장과 공급망을 다변화할 수 있다.
관건은 농축산물 시장 개방이다. 황 부장은 농업계의 우려를 고려하되 협상 전체의 ‘패키지’를 놓고 득실을 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협상 결과에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는 품목은 단계적으로 개방하는 등 다양한 협상 수단을 활용하고, 일본 등 경쟁국의 협상 결과를 참고해 비슷한 수준의 시장접근 조건을 확보하는 전략도 필요하다고 했다. 황 부장은 “우리의 강점인 반도체 등 여러 분야에서 상대국에도 이익을 줄 수 있다”며 “서로 수용할 수 있는 ‘윈윈’ 협정을 만들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국의 남미 진출 확대와 관련해 그가 또 하나 주목하는 것이 한류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 남미 최대 경제도시인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총영사를 지내며 남미 경제의 잠재력과 한류의 영향력을 현장에서 확인했다. 당시 한류를 활용해 현지 사회와의 접점을 넓히고, 상파울루 ‘한국거리’ 지정과 한국 관련 문화행사 확대를 이끌었다.
황 부장은 세계적인 인기를 끄는 한류를 경제·통상 외교의 자산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에 대한 높은 관심과 호감이 우리 기업의 진출과 경제협력을 뒷받침하는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황 부장은 “경제·통상 협력을 넘어 첨단산업과 한류를 접목한다면 브라질을 거점으로 중남미는 물론 글로벌사우스와의 협력을 한층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