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0월 검찰청 폐지로 경찰 수사력에 이목이 집중되는 가운데 경찰이 올 한 해 수백명의 엘리트 수사 인력을 주요 사건 특수수사에 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인과 주요 기업이 연루된 사건이나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에 수사력이 집중되다 보니 경찰 본연의 역할인 민생수사는 뒷전이 됐다는 지적이다. 경찰에 대한 신뢰를 바닥으로 떨군 광주 여고생 살인사건이나 제주 여성 실종 허위종결 사건도 일선 경찰서에서 발생한 만큼 균형 잡힌 수사력 배분이 절실하다.
30일 세계일보가 올해 주요 사건 전담수사에 투입된 수사관을 집계한 결과 최소 500명의 파견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3대 특별검사팀(내란·김건희·채상병)의 잔여 사건 수사를 위해 출범한 3대 특검 특별수사본부에는 최대 109명의 수사인력이 활동했고, 통일교 의혹 특별전담수사팀에 30명, 쿠팡 사태 수사전담 태스크포스(TF)에 최대 94명, 무인기 사건 관련 군경 합동조사 TF에 27명, 가덕도 테러 사건 수사 TF에 69명, 12·29 여객기 참사 특별수사단에 최대 48명, 색동원 원장 성폭력사건 특수단에 47명, 장윤기 살인사건 관련 진상규명 특수단에 41명 등이 투입됐다. 올해 1월에만 5개 수사팀이 구성됐다. 검찰과 합동수사본부가 꾸려진 정교유착비리, 선거관리위원회, 이태원 참사 사건과 각종 특검에도 경찰 수사 인력이 활동했다.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날 기준 주요 사건 전담수사팀에는 여객기참사 특수단에 32명, 색동원 특수단에 47명, 장윤기 특수단에 41명, 쿠팡 TF에 46명, 3대 특검 전담수사팀에 23명 등 189명의 경찰 수사관이 남아 수사하고 있다. 시도청 및 경찰서 단위에서 운영되는 전담수사팀은 더 많지만 경찰청은 “이를 별도 관리하지 않는다”고 했다.
경찰 수사본부 설치 및 운영규칙에 따르면 국가수사본부장은 중요 사건을 특별하게 수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임시 수사조직을 설치할 수 있다.
흉악 사건부터 피해자가 많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사건, 조직폭력, 실종사건 중 중요사건, 테러, 사회적 이슈 사건 등이 대상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정치권과 사회적 요구에 따라 전담수사팀을 구성하는 기준이 다소 낮아졌다는 지적이다. 특검 관련 수사 파견 경험이 있는 한 경찰은 “시도청 수사 인력을 주로 데려가다 보니 서울청 광역수사대의 경우 200명 중 10%가 파견 상태라는 말이 나온다”고 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교수(경찰행정학)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수년간 논의되면서 이런 문제가 예상됐지만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며 “민생 현장에는 초임 수사관들이 주로 배치되고 있는데 지금이라도 마스터플랜을 만들어 경찰 인력과 예산 등 수사력 강화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