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혼 배우자에게 민법상 상속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겁니다. 또한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던 중 일방이 숨지면 생존한 배우자는 사망한 상대방에게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없습니다(다만 협의이혼을 한 상태에서 신고 후 2년이 지나지 않았다면, 전 배우자의 상속인들을 상대로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는 대법원 결정(2016. 1. 15. 선고 2024스876)에 대해서는 지난 3월 ‘협의이혼 후 사망한 전 배우자에게 재산분할 청구 가능?’ 칼럼 참고).
그런데 사실혼이 ‘해소된 후’ 상대방이 숨지면 나머지 당사자 일방은 사망한 전 사실혼 배우자의 상속인들을 상대로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을까요? 답은 ‘청구할 수 있다’입니다. 대법원은 숨진 사실혼 배우자의 재산분할 의무가 상속인에게 승계된다고 보았습니다(2026. 6. 5. 선고 2026므10105 판결).
○ 기초사실
A와 B는 협의이혼한 뒤에도 2년 넘게 동거하며 사실혼 관계를 유지했습니다. A는 본인의 소득을 대부분 B에게 보내 생활비를 분담하였습니다. B는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던 기간에 본인 명의로 부동산을 취득하였습니다.
이후 A와 B는 별거하면서 사실혼 관계를 해소했습니다. B는 재산분할을 하지 않은 채 2023년 숨졌습니다. A와 B 사이에 자녀는 없었고, B의 재산을 B의 어머니가 상속하였습니다.
◎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사실혼은 주관적으로 당사자 사이에 혼인의 의사가 있고 객관적으로도 사회관념상 부부 공동생활을 인정할 만한 혼인생활의 실체가 있는 경우이므로 재산분할에 관한 민법 규정을 사실혼 관계에 유추 적용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은 또 “혼인 중 형성한 재산관계를 이혼에 즈음하여 청산하는 것을 본질로 하는 재산분할 제도의 취지와 공평의 관념에 비추어 보면 이혼을 한 당사자 일방이 사망하는 경우 그의 재산분할 의무는 상속인들에게 승계된다고 보아야 하고, 이는 사실혼 관계 해소 후 당사자 일방이 사망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사실혼 관계에 있던 당사자 일방은 숨지기 전 사실혼 배우자의 상속인들을 상대로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 이경진 변호사의 팁(Tip)
사실혼도 실질적으로 부부 공동생활이라는 점에서 재산분할에 관한 민법 규정을 유추 적용하는 것은 지극히 타당합니다. 결국 사실혼 배우자 사망 시 재산분할 청구의 핵심은 ‘사실혼 관계가 상대방의 사망 전에 해소’되었는지 입니다. 따라서 주민등록 전·출입 기록이나 메시지 등을 통해 사실혼이 사망 전에 해소되었음을 입증해야 합니다. 또한 재산분할 청구의 제척기간은 2년이므로 사실혼 해소일로부터 2년 내 재산분할을 청구해야 합니다(실제로 소 제기).
부부 공동재산 형성에 대한 기여도 입증은 재산분할 청구 소송의 일반적인 법리에 따르지만, 당사자의 사망으로 상속인들은 효과적인 방어가 쉽지 않을 수 있겠습니다.
이경진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kyungjin.lee@barunla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