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빠질 때 우린 뛴다”…같은 단지 84㎡ 12일 새 5800만원 뛰었다 [숫자 뒤의 진실]

중랑 0.56%·성북·강북 0.55%…강남·서초는 3주 연속 하락
강북 중위가격 첫 10억원…SK북한산시티 84㎡ 9억2300만원
기준금리 3.00%로 2연속 인상…대출 의존, 외곽시장 시험대

“강남 빠질 때 우린 뛴다고?”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에서 강남·서초가 하락한 반면 중랑·성북·강북·도봉·노원 등 외곽 지역은 상승폭을 키우며 뚜렷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아파트값을 끌어올리는 지역이 바뀌고 있다. 강남·서초가 3주 연속 하락하는 사이, 중랑·성북·강북·도봉·노원 등 서울 외곽은 일주일 새 0.5% 넘게 뛰었다.

 

세제개편 이후 고가 아파트가 몰린 강남권에서는 관망세가 짙어졌지만,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낮은 중저가 지역에는 실수요가 붙는 모습이다. 전셋값 상승과 매물 부족도 외곽 집값을 떠받치고 있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상승세가 가팔라지는 순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3.00%까지 올렸다. 강남권보다 대출 활용도가 높은 외곽지역이 이자 부담을 견디며 지금의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가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강북 0.40% 뛸 때 강남권 0.20%…강남·서초는 ‘뒷걸음’

 

한국부동산원의 8월 넷째 주(24일 기준)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29% 올랐다. 전주 상승률 0.22%보다 오름폭이 0.07%포인트 커졌다.

 

서울 안에서도 흐름은 뚜렷하게 갈렸다. 강북 14개구는 한 주 동안 0.40% 올라 강남 11개구 상승률 0.20%의 두 배를 기록했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강남·서초를 제외한 23곳이 올랐다.

 

중랑구가 신내·상봉동 역세권을 중심으로 0.56% 올라 서울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성북구와 강북구가 각각 0.55%로 뒤를 이었고 도봉구와 노원구도 나란히 0.54% 상승했다.

 

성북구와 강북구, 종로구는 한국부동산원이 주간 통계를 공표하기 시작한 2012년 5월 이후 약 14년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반대편에서는 대치·압구정동 등 주요 단지를 중심으로 가격이 조정되며 강남구가 0.11% 떨어졌다. 서초구도 잠원·반포동 위주로 0.05% 내리며 3주 연속 하락했다. 두 지역 모두 전주보다 낙폭이 커졌다. 서울 아파트값은 0.29% 올랐지만, 이번 상승을 주도한 곳은 강남이 아니었다.

 

◆같은 84㎡대도 5800만원 차이…강북 중위값 첫 10억

 

개별 단지 실거래에서도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북구 미아동 SK북한산시티 전용 84㎡대는 지난 13일 8층이 9억2300만원에 거래됐다.

 

같은 달 1일 전용 84㎡대 17층이 8억65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5800만원 높은 금액이다. 전용 84㎡대에서 9억원을 넘어선 거래가 나왔다는 건 최근 이 일대의 높아진 가격 눈높이를 보여준다.

 

비슷한 사례는 이 단지에 그치지 않는다. 아직 입주하지 않은 성북구 삼선동 창경궁 롯데캐슬 시그니처 전용 84㎡ 입주·분양권은 지난 14일 16억779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 3월 신고된 13억3003만원보다 3억4787만원 높은 금액이다.

 

성북구 종암동 종암SK뷰2차 전용 59㎡도 이달 7일 11억2000만원에 팔려 직전 거래보다 1억5000만원 올랐다. 노원구 공릉동 태릉해링턴플레이스 전용 84㎡는 지난 17일 4층이 14억45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 7월 거래된 12억8000만원보다 1억6500만원 높은 금액이다.

 

중저가 거래 비중도 높아졌다. 지난 20일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신고된 거래를 기준으로 보면 8월 서울 아파트 매매 878건 가운데 570건인 64.9%가 10억원 이하였다. 올해 1~7월 누적 비중인 55.6%보다 높다.

 

월간 통계도 비슷한 흐름을 보여준다. KB부동산의 8월 전국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강북 14개구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은 10억167만원으로 지난달 9억8750만원보다 1417만원 올랐다.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처음으로 10억원 선을 넘어섰다.

 

같은 기간 서울 전체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도 16억739만원으로 처음 16억원대에 진입했다. 강남 11개구 평균은 19억9016만원으로 20억원에 근접했다.

 

서울 전체 중위 매매가격은 12억9167만원이었다. 가격 상위 20%와 하위 20%의 격차를 나타내는 5분위 배율은 서울 6.4배, 전국 13.8배로 집계됐다.

 

◆가격은 뛰는데 매수심리는 ‘주춤’…강북도 기준선 아래

 

흥미로운 대목은 가격과 매수심리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KB부동산 주간 통계 기준 강북 14개구 매수우위지수는 87.3으로 강남 11개구의 71.5보다 15.8포인트 높았다. 강북에서 집을 사려는 움직임이 강남보다 상대적으로 강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강북 지수도 기준선인 100에는 못 미쳤다. 매수우위지수가 100 아래라는 것은 매수자보다 매도자가 많다는 뜻이다.

 

강북 지수는 전주보다 2.1포인트, 강남은 0.4포인트 떨어졌다. 서울 전체 매수우위지수도 78.9로 전주보다 1.3포인트 하락했다. 집값은 빠르게 오르고 있지만 매수자가 앞 다퉈 추격하는 장세로 보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전세는 반대쪽에서 집값을 떠받치는 힘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 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22% 올라 전주 0.19%보다 상승폭이 커졌다. 도봉구와 노원구도 각각 0.37% 올랐다.

 

KB부동산에 따르면 8월 강북구 아파트 전세가율은 63.8%로 2019년 11월 이후 8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노원구와 도봉구도 6~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전셋값이 계속 오르면 무주택 실수요자는 전세에 머무는 비용과 집을 사는 비용을 다시 저울질하게 된다.

 

◆은평 대출지수 60, 강남은 32…‘금리 3%’가 던진 변수

 

이런 가운데 금리 방향이 바뀌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27일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3.00%로 0.25%포인트 올렸다. 7월 인상에 이은 두 차례 연속 인상이다.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연달아 올린 것은 2022년 4월부터 2023년 1월까지 일곱 차례 연속 인상한 이후 3년7개월 만이다.

 

한국은행은 수출 호조와 내수 회복으로 국내 경제가 예상보다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물가 오름세 확산을 막기 위한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금융안정 위험에도 계속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금리 상승의 충격은 지역마다 다르게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 정보업체 집품이 대법원 등기정보광장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7월 은평구의 집합건물 대출지수 평균은 60.17로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높았다. 반면 강남구는 32.54로 가장 낮았다. 두 지역의 격차는 27.63포인트에 달했다.

 

대출지수는 매매와 근저당권 설정이 함께 이뤄진 집합건물을 대상으로 거래금액 대비 근저당권 설정금액 비율을 계산한 지표다. 근저당권 채권최고액은 실제 대출원금보다 통상 높게 설정된다.

 

그럼에도 은평·금천·노원·도봉 등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지역의 대출지수가 높고, 강남·송파·서초 등 고가 주택이 몰린 지역은 낮다는 방향성은 뚜렷하다.

 

◆5억 빌렸다면 연 125만원 더…외곽 상승세 ‘시험대’

 

기준금리 인상폭이 대출금리에 그대로 반영된다고 가정하면 부담은 곧바로 숫자로 나타난다. 5억원을 빌린 차주는 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경우 단순 계산상 연간 이자 부담이 125만원 늘어난다. 한 달로 나누면 약 10만4000원이다.

 

기준금리 인상분이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금리에 반영되면 차주의 이자 부담은 커지고 같은 소득으로 감당할 수 있는 대출 규모는 줄어든다.

 

대출 활용도가 높은 중저가 주택 수요층은 고가 주택 수요층보다 금리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있다. 가격보다 거래량이 먼저 위축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기준금리 인상이 곧바로 서울 집값 하락으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전셋값과 주택 공급, 매물량, 대출한도 규제 등 여러 변수가 가격과 거래량에 동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대출한도 규제가 이미 강하게 작동하고 있어, 기준금리 0.25%포인트 추가 인상의 충격이 예상보다 제한적일 가능성도 있다. 실거주 목적의 1주택자는 대체할 전세 물건이 마땅치 않다면 금리 부담만으로 집을 팔지 않을 수 있다.

 

기준금리가 3.00%로 오르면서 대출 의존도가 높은 외곽시장의 상승세가 시험대에 올랐다. ChatGPT 생성 이미지

결국 서울 외곽시장은 두 힘 사이에 놓였다. 한쪽에는 전셋값 상승과 매물 부족,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을 좇는 실수요가 있다. 반대쪽에는 기준금리 3.00%와 늘어난 이자 부담이 있다.

 

지금까지의 숫자만 보면 강남·서초가 주춤한 사이 중랑·성북·강북·도봉·노원 등 외곽지역이 서울 집값 상승을 이끌고 있다. 강북 아파트 중위가격도 처음으로 10억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가격이 오르는 동안 매수우위지수는 오히려 떨어졌고 기준금리는 두 차례 연속 인상됐다. ‘강남 대신 외곽’이라는 흐름이 새로운 추세로 굳어질지, 금리 인상 전 나타난 일시적인 키 맞추기로 끝날지는 이제 가격보다 거래량을 먼저 지켜봐야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