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AI기업 지분 평가이익 220조 원…'실적착시' 우려

전문가 "수익성 판단 어려워져"…AI 호황 실상 과장 지적도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다른 인공지능(AI) 기업에 투자한 지분의 가치 상승으로 지난 분기에 1천600억 달러(약 220조 원)가 넘는 이익 효과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31일 알파벳과 아마존,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MS)가 최근 실적 발표에서 보유 중인 다른 AI 기업 지분의 평가이익 덕분에 세전이익이 크게 늘었다고 보도했다.

미국 뉴욕의 뉴욕증권거래소(NYSE) 장내에서 한 트레이더가 업무를 보고 있는 가운데, 화면에서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결정 발표 후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이 생중계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분 평가이익은 회계상 '기타수익'에 반영된다.



알파벳의 기타수익은 6월 말까지 3개월간 979억 달러(약 135조 원)로 직전 분기의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아마존도 같은 기간 기타수익이 534억 달러(약 74조 원)로 세 배 이상으로 늘었다.

특히 올해는 일론 머스크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 상장으로 빅테크 기업들의 지분 평가이익이 급증했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과 엔비디아는 스페이스X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스페이스X는 상장 전 머스크의 AI 기업 xAI를 흡수했고, 상장으로 기업가치가 크게 상승하면서 기존 투자자들이 보유한 지분 가치도 뛰었다.

엔비디아는 지난 6월 말 현재 스페이스X 주식 약 1억2천300만 주를 보유하고 있다.

엔비디아가 7월 말까지 3개월간 기록한 기타수익은 77억 달러(약 11조원)에 달했다.

다만 이 같은 지분 평가이익 탓에 빅테크 기업들의 실제 수익성을 판단하기 어려워졌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알파벳과 아마존의 경우 최근 세전이익 증가의 가장 큰 원인은 새로운 사업이나 현금 창출이 아니라 스페이스X와 앤트로픽 등에 투자한 지분의 가치 상승이었다.

AI 기업 투자에 따른 일회성 평가이익 때문에 빅테크의 실제 수익성을 파악하기가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골드만삭스의 벤 스나이더 미국 주식 수석전략가는 AI 투자에 따른 이익 증가에 대해 "기업들이 발표하는 성장세가 실제 수요에 기반한 것인지, 아니면 어떤 식으로든 실제 상황을 왜곡하고 있는 것이지 의문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특히 비상장 기업 지분은 해당 기업이 새로운 자금을 조달할 때마다 가치가 재평가된다.

향후 오픈AI와 앤트로픽이 상장할 경우 지분 평가이익이 빅테크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는 현상이 반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발생한 대규모 일회성 평가이익이 내년에는 오히려 실적 증가율을 끌어내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씨티의 스콧 크로너트 미국 주식전략가는 "지분 평가이익으로 실적이 상승했다는 것은 내년에 이익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연합>